천권필 정책사회부 기자 |
2015년 미국 대학원생 크리스틴 피그너가 바다거북의 코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빼내고 있다. [사진 유튜브 캡처] |
플라스틱 오염의 상징이 된 빨대는 곧 사라질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전선은 환경 문제가 아닌 ‘빨대 논쟁’으로 옮겨갔다. 대체품으로 떠오른 종이 빨대가 소비자들의 반발을 불렀다. “흐물흐물하다” “음료 맛이 이상하다”는 불만이 쏟아졌고, 종이 빨대가 더 친환경인지에 대한 근본적 의문도 제기됐다. “종이 빨대 사용을 확대하겠다”던 환경부(현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계도 기간을 무기한 연장하면서 플라스틱 빨대 규제를 사실상 중단했다. 최근에는 “재질 논쟁을 넘어서겠다”며 플라스틱과 종이 빨대 모두 원칙적으로 제공하지 않기로 방침을 바꿨다.
빨대 전쟁이 남긴 후유증은 예상보다 컸다. 종이 빨대 업체들은 줄줄이 도산했다. 한 업체 대표는 “직원들을 다 내보내고, 빚을 갚으려 집도 팔았다. 지금은 신용불량자 신세”라며 정부를 원망했다. 더 우려스러운 대목은 일회용 플라스틱 규제 전반에 대한 반감이 커졌다는 점이다.
빨대는 해양으로 유입되는 플라스틱의 약 0.025%를 차지한다. 어업 과정에서 버려지는 폐어구 등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과학적 검증 없이 추진된 빨대 전쟁이 뚜렷한 성과도 없이 엄청난 사회적 비용만 지불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오죽하면 이재명 대통령이 기후부 업무보고에서 “플라스틱 빨대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싸움이 난다”고 언급했을까.
이재명 정부는 또 다른 ‘플라스틱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표적은 일회용 컵이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일회용 컵 보증금제 대신 이른바 ‘컵 따로 계산제’를 꺼내 들었다. 일회용 컵을 쓰면 비용을 부담토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기후부는 “컵값을 영수증에 별도로 표기하는 것일 뿐”이라고 하지만 소비자가 그렇게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다. 머그컵 관리에 추가 비용이 드는 업주들 역시 반가울 이유는 없다.
일회용 플라스틱 퇴출은 분명 가야 할 길이다. 집안에 쌓여가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보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 다만, 설익은 ‘탈 플라스틱’ 정책이 또다시 시민들의 의지를 꺾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환경을 위한 전쟁이 상처와 후유증을 남기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천권필 정책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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