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뉴스
서울
맑음 / -3.9 °
이데일리 언론사 이미지

"앞길 창창"...성폭행 당한 친구 죽음 내몬 10대, 집행유예 이유 [그해 오늘]

이데일리 박지혜
원문보기
'인천 장애 여고생 오물 폭행' 사건 주범이기도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지적장애가 있는 여고생에게 온갖 오물을 쏟아 붓고 촬영까지 한 10대 남녀 중 ‘재범’이 풀려났다.

지적장애 여고생 집단폭행한 10대들 (사진=연합뉴스)

지적장애 여고생 집단폭행한 10대들 (사진=연합뉴스)


지난 2021년 6월 16일 오후 9시께 지적장애가 있는 A(당시 16세)양과 연락이 안 되자 그의 외할머니와 어머니는 위치를 추적해 인천 한 유흥가 뒷골목으로 향했다.

이때 한 모텔에서 낯익은 얼굴의 10대 남녀가 나왔고, A양 어머니는 모텔 안으로 뛰어들어가 욕실에 혼자 혼자 웅크리고 있는 딸을 발견했다.

속옷만 입은 채 오물을 잔뜩 뒤집어쓴 A양은 어머니를 보자 “나 죽는 줄 알았어. 진짜 죽는 줄 알았어”라며 울음을 터뜨렸다.

A양은 눈과 머리가 심하게 부은 데다 몸 곳곳엔 멍 자국도 선명했다. 병원으로 옮겨진 A양은 심각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정신과 치료도 받아야 했다.

A양에게 이런 짓을 한 범인은 여자 셋, 남자 두 명의 10대들이었다.


그해 초 SNS에서 만나 알고 지낸 이들은 A양 머리를 변기에 내려찍고 침을 뱉었으며 담배꽁초 등이 담긴 재떨이, 음료수, 샴푸 등을 A양 몸에 부었다. 이들 중 남학생 한 명은 가혹행위 장면을 휴대전화로 촬영하기도 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사건 사흘 전에도 A양을 한 모텔로 데려가 30분 넘게 때린 것으로 확인됐다.

A양 어머니는 “(가해자 중 일부는) ‘어머니, 어머니’ 하면서 잘 따랐던 아이”라며 “그런데 이런 식으로 악용해서 아이를 때렸다는 거에 배신감을 많이 느꼈다”며 분통을 터뜨린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당시 청와대 국민청원에 “가해자들이 10대라는 이유로 감형받지 않게 해달라”는 취지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가해자 중 주범인 B(당시 17세)양과 C(당시 17세)양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공동상해·공동감금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D(당시 16세)군은 폭처법상 공동상해 혐의로 기소됐고, 다른 10대 남녀 2명은 폭처법상 공동감금이나 공동상해 방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특히 검찰은 C양에 대해 “소년범이지만 같은 범죄를 저지른 전력이 2차례나 있다”고 밝혔다.

C양은 이 사건 전에도 2020년 성폭행 피해를 당한 친구(사망 당시 16세)를 상대로 ‘사이버 불링’(온라인에서 모욕하거나 따돌리는 행위)을 해 결과적으로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C양 변호인은 “피고인이 사건 당시 다른 사건으로 재판을 받던 중 또 범행을 저질렀다”며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용서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었지만 더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있으니 최대한 선처해 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장애 여고생 오물 폭행’ 사건 가해자들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 감형을 받거나 집행유예로 석방됐다.

4년 전 오늘, 인천지법 형사항소3부는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주범 B양에게 장기 2년∼단기 1년 8개월의 징역형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장기 1년 8개월∼단기 1년 4개월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C양에게는 장기 1년∼단기 10개월의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D군과 함께 기소된 다른 10대 남녀 2명은 1심과 같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소년법에 따르면 범행을 저지른 만 19세 미만의 미성년자에게는 장기와 단기로 나눠 형기의 상·하한을 둔 부정기형을 선고할 수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B양과 C양에 대해 “피고인들의 범행으로 피해자가 입은 정신적 충격과 물리적 피해를 보면 피고인들을 엄하게 처벌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범행 당시 피고인들의 나이와 반성하는 점 등을 고려했고 C양은 피해자와 합의했다”고 판시했다.

C양은 2년 뒤 사이버 불링 사건 항소심에서도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극단적 선택을 한 피해자를 생각하면 피고인을 엄벌하는 게 타당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앞길이 창창한 피고인을 생각하면 1심 판단처럼 기회를 주는 것도 좋지 않을까 고민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info icon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AI 이슈 트렌드

실시간
  1. 1올림픽선수촌아파트 화재
    올림픽선수촌아파트 화재
  2. 2하퍼 WBC 출전
    하퍼 WBC 출전
  3. 3아스널 팰리스 4강 진출
    아스널 팰리스 4강 진출
  4. 4코르티스 빌보드
    코르티스 빌보드
  5. 5네이마르 월드컵 출전
    네이마르 월드컵 출전

이데일리 하이라이트

파워링크

광고
링크등록

당신만의 뉴스 Pick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