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에 설치된 대형 크리스마스트리가 어둠을 밝히고 있다. 올해는 이 땅에 기독교 선교가 시작된 지 140년이 되는 뜻깊은 해다. 정치권의 대립, 이념의 대립, 여러 이해관계 속에서의 갈등, 서로를 믿지 못하고 비난하는 불신과 공동체의 위기 속에서도 성탄의 빛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가장 낮고 어두운 자리까지 찾아가 우리 공동체 모두를 비추고 있다. |
“쨍그랑, 쨍그랑.”
구세군 종소리가 도심 곳곳에서 낭랑하게 울려퍼지고 있다.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가던 길을 멈추고 선뜻 지갑을 꺼내 기부를 하는 직장인들이 적지 않다. 기부 금액이 많든 적든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나의 조그만 도움의 손길이 누군가에게 전달돼 받는 이를 흐뭇하게 할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
적선. 말 그대로 선을 조금씩 쌓아간다는 뜻이다. 한 사람의 커다란 선의 행함도 좋지만 여러 사람이 함께 정성을 모아 쌓아 가는 선이 더 의미 있을지도 모른다.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질수록 구세군 종소리는 다르게 들려온다. ‘그 구세군 종소리가 나에게는 어떻게 들려오고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한 번쯤 하게 된다.
‘하늘엔 영광, 땅에는 평화.’
세상 사람들이 한결같이 바라는 지구촌 모습은 현실 세계에서는 늘 배반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악이 선을 지배하는 모순된 상황이 밥먹듯이 되풀이되고 있고 그런 상황이 으레 정당화되기까지 한다.
지구촌 곳곳에서 한시라도 멈추지 않는 총성, 기아에 허덕이는 빈자들의 몸부림, 절대 빈곤은 아닐지라도 늘 어려운 형편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의 절규와 눈물이 마르지 않고 있는 게 지금의 세상이다.
성탄의 거룩한 절기를 맞아 이 땅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깊이 되새겨볼 때다. 어려운 시국에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는 자들이 있기에 사회의 질서는 유지되고 있다.
지금 지구촌은 깊은 불안과 분열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세계 각국의 중재 노력에도 불구하고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스라엘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분쟁은 지옥의 땅이나 다름없다는 게 그곳에서 살아남은 자들은 증언하고 있다. 국내 정치·사회상도 어지럽기는 마찬가지다.
올해는 이 땅에 기독교의 복음이 전파되기 시작한 지 140주년을 맞이하는 뜻깊은 해다. 그만큼 기독교계가 올해 크리스마스에 두고 있는 의미는 예년과 다르다.
각 교단은 거룩한 성탄을 맞아 예수 탄생과 재림을 축복하고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기독교의 소임을 다하겠다는 내용의 성탄 메시지를 내놓았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주님께서 먼저 우리에게 그렇게 오셨듯이, 우리도 세상 속으로 같은 방식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낮아지심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이 우리의 삶을 통해 다시 이 땅에 전해지기를 소망합니다”라고 말했다.
사단법인 한국교회총연합은 “교회의 역할은 이 세상을 구원으로 인도하는 것이며,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목적을 전하는 것입니다. 임마누엘 주님은 지금도 우리와 함께하시며 매 순간 우리를 구원하십니다”는 성탄 메시지를 발표했다.
전국 지자체들도 그늘진 곳을 살펴보고 그곳에서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보듬는 나눔을 전개하면서 2026년 새해 맞이를 축하하는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는 구청 1층 로비에 ‘사랑의 온도탑’을 세우고 지난달 14일부터 2026 희망온돌 따뜻한 겨울나기 캠페인을 하고 있다. 내년 2월14일까지 3개월간 성금 14억7000만원 모금을 목표로 모금을 진행 중이다.
최병태 기획위원 pian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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