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와 제자 자로 간의 대화는 무척이나 직설적이었다. 위나라 군주가 국사를 공자에게 맡기고자 한다는 소식을 스승께 전하려 온 자로는 공자를 뵙자마자 위나라 정사를 담당하게 되면 무엇을 가장 먼저 하시겠냐고 여쭈었다. 그러자 공자는 명분, 그러니까 이름값을 바로잡겠다고 답했다. 이에 자로는 겨우 그거냐면서 세상 물정에 정말로 어둡다며 스승을 들이받았다. 공자도 지지 않았다. “들판 같은 인간이로다” 하면서, 왜 이름값을 바로잡는 것이 모든 정치의 첫걸음인지를 설명했다. 그러고는 결론 조로 군자는 자기가 잘 모르는 바에 대해서는 그 자리에 없는 듯이 있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여기서 군자는 관리, 지금으로 치면 정치인을 비롯한 공무원 등 위정자를 가리킨다. 그러니까 위정자는 자기가 잘 모르는 바에 대해서는 함구할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위정자가 잘 모르는 바에 대해 말을 함으로써 국정을 어지럽히고 나라를 힘들게 한 일은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무언가에 대하여 잘 모름에도 그것에 대하여 말을 하면 그 말은 십중팔구 그것과 상관없거나 객관성을 잃은 말이 된다. 문제는 여기에 권력이나 재력이 실리면 잘 모르고 한 말임에도 사실과 섞이고 사실을 허묾으로써 사실은 왜곡되고 묻혀버리고 만다는 점이다. 대신 사실을 은폐하고 왜곡된 말들이 진실인 양 행세한다.
저 옛날 중국에서만 있었던 현상이 아니다. 지구촌의 디지털 대전환을 선도한다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도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잘 모르면서 한 말이 사실을 은폐하고 왜곡한다는 점을 잘 알면서도, 이를 의도적으로 악용하는 위정자를 두고 한 얘기만도 아니다. 그런 못난 작자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늘 있었기에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더 큰 문제는 그런 인사들 못지않게 본인이 잘 모른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한 채 말을 하는 위정자다.
그래서 공자의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함이 바로 아는 것이다”(<논어>)라는 언명은 각별하다. 특히 지자체나 국가의 수장에게는 더욱더 그러하다. 자신이 잘 안다고 한 말로 인해 혼란이 발생하는 등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면 수장답다고 할 수 없지 않은가!
김월회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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