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안 컨슈머마켓부 기자 |
가장 지치는 건 정권마다 달라지는 플라스틱 규제다. 문재인 정부 당시 '일회용품 함께 줄이기 계획'에 따라 플라스틱 빨대 사용이 제한됐다. 종이 빨대에 익숙해지기까지 족히 반년은 걸렸던 것 같다. 종이 맛이 밴 커피를 마시며 "그래도 친환경이니까"라고 스스로를 달래기도 했다. 이후 규제가 사실상 폐지되자 좋으면서도 씁쓸했다. 그간 감내해온 불편이 허공으로 흩어졌다는 생각에서다. 머릿속엔 '친환경은 무엇인가'라는 허탈감이 남았다.
또 다른 피로감은 제도 시행 후 예상되는 혼란이다. 컵 값이 별도로 표기되면 머그컵 이용자는 할인 여부를 묻고 매장은 그 설명을 감당해야 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세척에도 비용이 든다"며 일회용과 동일하게 비용을 부과해야 한다고 설명하지만 이를 납득할 소비자가 얼마나 될지는 의문이다. 할인 유인이 없다면 다회용 컵 사용은 확산되기 어렵다. 빨대 제공도 마찬가지다. 혼잡한 시간대에 일일이 요청을 받아야 한다면 주문 흐름이 끊기고 매장 운영도 어지러워질 수밖에 없다.
탈플라스틱을 멈추자는 말이 아니다. 미친 듯이 더운 여름과 해가 길어진 겨울을 겪으며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정책 발표에 혼란을 드러낸 것은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몇 년 후엔 또 달라지겠지'라는 선행된 피로감이 한몫했을 것이다.
기후부는 23일 공청회를 열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 부디 탈플라스틱이라는 대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시민의 일상에 과도한 부담을 주지 않는 지속 가능한 정책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이지안 컨슈머마켓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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