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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 인간은 절대 못 이겨...살아남으려면 AI한테 배워야" 가장 보수적인 스포츠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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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FM 94.5) [YTN ON-AI RADIO]
□ 방송일시 : 2025년 12월 23일 (화)
□ 진행 : AI챗봇 "에어"
□ 보조진행: 김우성 PD
□ 전화 : 목진석 9단 / 전 국가대표 감독, 해설위원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김우성 : 장강명 소설가가 이세돌9단과 알파고 대국을 일컬어 '먼저 온 미래'라고 얘기했다고 하죠. 또 드라마 "미생" 보신 분들도 기억하시겠지만, 바둑은 361개의 점 위에서 인생을 다 설명할 수도 있는 무한한 우주이기도 합니다. 지구인들이 AI와 외계인과 싸운다면 이분들이 최전선에 있는 지휘자들 아닐까요? 바로 바둑 기사들입니다. 왜 이런 얘기를 하냐고요. 이분이 한때 "우주 소년"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역시 바둑 하시는 분들은 뭐 다들 천재이시지만 대단한 것 같습니다. 국가대표 감독도 지내셨고요. 바둑을 국민들에게 친절하게 소개해 주시는 분이기도 합니다. 목진석 9단 저희가 어렵게 모셨습니다.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감독님 안녕하세요.

◇ 목진석 : 예.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프로기사 목진석 9단입니다.

◆ 김우성 : 요즘도 우주 소년 얘기는 자주 들으시나요?


◇ 목진석 : 이제 제 나이가 40대 중반이라 소년이라고 불러주시면 감사하겠지만, 요즘에는 그런 얘기 잘 못 듣는 것 같네요.

◆ 김우성 : 예. 이제 우주 중년으로 돌아가고 있는, 네. 정말 대단했어요. 녜웨이핑 9단을 꺾으신 거잖아요. 그렇죠?

◇ 목진석 : 15살 때입니다.


◆ 김우성 : 맞습니다. 14살, 15살에 프로가 되신 것도 대단한데 구단을 꺾고 정말 대단한 얘기가 있습니다. 이창호 9단도 꺾으셨고, 정말 한국 바둑계에서 지워지지 않는 이름이신데 그럼에도 불구하고요. 바둑 모르시는 분들 있습니다. 저도 잘 알진 못합니다. 그래서 한번 얘기를 해 주셔야겠습니다. 바둑은 도대체 어떤 경기입니까?

◇ 목진석 : 뭐,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바둑판이 이제 361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 "361칸의 전쟁터 안에서 흑과 백이 한 수씩 두면서 누가 이제 많은 영토를 차지하느냐" 하는 게임입니다. 예를 들면 예전에 삼국지에서 "누가 많은 땅을 차지하느냐" 이런 것들을 상상하시면 될 것 같은데요. 그래서 규칙은 굉장히 간단하고 심플한 편이지만, 이기기 위해서는 정말 그 속에 많은 전략, 전술 또 지혜, 지식을 짜내야 되고, 또 바둑판 위에서 일어나는 변화들이 정말 많아서 "인생의 축소판이다"라는 이야기들도 많이 하곤 했었죠.

◆ 김우성 : 예. 정말 저희가 AI 프로그램의 정수로서 정석이어야 되고요. 꼼수는 부리지 않겠습니다. "묘수를 잘 쓰고, 악수를 두지 않게" 이게 전부 다 바둑 용어예요. 뉴스에 특히 뉴스 기사 보면 뭐 "대선 후보 초읽기" 전부 다 바둑 용어입니다. 이렇게 담겨 있는데, "단순한데 이렇게 복잡한 삶과, 여러 가지 우주 철학까지도 담고 있다." 그렇게 무한한 너비와 깊이가 있는 바둑 사유의 세계, 직접 경험해 보셨잖아요. 일반인들은 조금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어서요. 그렇게 AI가 인간에게 도전할 만큼 넓고 깊은 건가요?

◇ 목진석 : 굉장히 이제 361칸이 있잖아요. 그러면 한 수 둘 때마다 바둑판은 좁혀져 가지만, 또 무궁무진한 변화가 있고 선택지가 너무나도 많고, 때문에 그 알파고, 이제 2016년에 나왔던 알파고가 나오기 전까지는 그 전에 AI 프로그램들이 있기는 했지만, 인간 프로기사들에게 조금 이기지 못할 정도로 "그만큼 바둑이 어렵다"라는 인식이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알파고가 나왔을 때도 바둑계 종사자들은 "아 그래도 아직까지는 컴퓨터가 사람을 넘어서려면 그래도 한 10년은 있어야 되지 않겠느냐" 뭐 그런 좀 근거 없는 자신감도 있었던 게 있어요.

◆ 김우성 : 그런데 2016년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은 충격이었습니다. 뭔가 약간 인간 대 기계의 대결 같아서 전 세계적 관심이 있었거든요. 목진석 감독님은 또 프로 기사시잖아요. 많은 분들이 어떻게 받아들이셨는지 궁금합니다.

◇ 목진석 : 일단 당연히 이길 거라고 모든 프로기사들이나 바둑계에서는 그렇게 생각했는데, 첫 판을 패하고 나서 굉장히 좀 충격적이었고, 첫 판을 패했을 때도 "그래도 다섯 번 중에 한 세 판은 이겨서 결국은 이기겠지"라고 생각했는데, 3국을 패했을 때는 충격을 넘어서 온 바둑계가 정말 공포랄까요? 진짜 몸으로 체감될 정도로 "아 이제 우리는 프로기사라는 존재는 앞으로 어떻게 되는 것일까" 이런 좀 공포 같은 느낌도 있었고 정말 경악과 공포 그 자체였습니다.

◆ 김우성 : 이세돌 9단의 표정, 국민 여러분들 다 기억하실 겁니다. "어 이거 아닌데" 이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드는 표정, 이세돌 9단도 저희 방송국에 왔다 가셨는데요. 우리 목진석 감독님도 기회 되시면 한번 꼭 와주시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조훈현 9단도 오셨었네요. 저희 채널이 바둑과 좀 친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만큼 세상 이야기를 저희가 많이 담아내고 싶다 보니까 모신 것 같은데, 바둑계가 그래서 이 대국 또 AI 알파고를 기점으로 좀 현장이 바뀌었다고 해요. 저는 이 얘기를 듣고 조금 더 놀랐는데 AI를 없애는 데 앞장서시는 게 아니라, AI랑 더 가까워지셨다고요?

◇ 목진석 : 네. 어떻게 보면 바둑이라는 종목이 가장 전통과 가깝고, 보수적인 느낌과 또 이런 좀 오래된 게임이라는 느낌인데,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AI를 먼저 접하고 또 어떻게 보면 받아들여서 지금 공존하고 있는데요. 지금 진짜 바둑은 알파고 전과 후로 나뉜다고 할 정도로 정말 이세돌 구단의 대국 이후에 정말 많은 것이 바뀌었습니다. 밖에는 선수들이 훈련하는 방식도 정말 많이 바뀌었고, 또 미디어에 예를 들면 바둑 TV나 이런 중계되는 방식도 정말 많이 바뀌었어요.

◆ 김우성 : 주로 어떻게 훈련하세요? 왜냐하면 기사분들마다 전략이라든지, 이른바 포석도 다르잖아요. 어떻게 훈련하는지 궁금합니다.

◇ 목진석 : 우선은 가장 많이 바뀐 것이 인공지능이 나오기 전에는 거의 모든 바둑 공부라고 한다면 바둑판 앞에 앉아서 했었거든요. 바둑을 직접 둔다든지, 아니면 뭐 누구의 다른 선수의 바둑을 연구한다든지, 아니면 여러 명이서 같이 연구를 한다든지 무조건 바둑판 앞에서 이루어졌다면 지금은 누구나 그냥 컴퓨터 한 대 있으면, 집에 컴퓨터 한 대 있으면 반대로 바둑판 없이 한 90%의 훈련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프로 선수들은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가지고 컴퓨터로 복기라고 하죠. 자신이 둔 바둑을 다시 되짚어보면서 어떤 게 실수였는지, 어떤 게 좋지 않았는지 이런 것들을 복기해 보기도 하고 또 상대 선수의 기보라고 합니다. 기록을 다시 분석해 보면서 상대 선수의 장단점을 분석하기도 하고, 또 말씀하신 것처럼 포석이라고 합니다. 바둑은 초반, 중반, 종반 이렇게 세 가지로 크게 분류할 수 있는데, 초반 포석이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포석에서 조금이라도 밀리면 그것을 만회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선수들이 주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을 이용해서도 초반 포석에 굉장히 많은 공을 들입니다. 그래서 AI가 알려주는 "AI가 여기서는 이렇게 두어야 한다"라는 초반 포석들을 많이 이제 암기하고, 그것을 본인의 시합에서 사용하죠.

◆ 김우성 : 아니 그러면 좀 궁금한 게 있습니다. 물론 바둑도 지금 뭐 이른바 '신공지능'으로 불리는 신진서 9단을 비롯해서 세대 교체가 예술, 철학, 스포츠 영역보다 빨리 이루어지고 있습니다만, 과거에도 그랬고. AI를 자주 써서 연습하고 훈련하는 기사들과 좀 전통적 방식을 고수하는 기사들 사이에 좀 차이가 나는 건가요? 실제로는 어떻습니까?

◇ 목진석 : 지금 AI를 빠르게 잘 받아들이느냐, 아니면 좀 덜 받아들이느냐에도 약간 연령별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제 생각에는. 어린 기사일수록 빠른 AI가 알려주는 지식을 습득하고 또 받아들이는 것이 굉장히 빠릅니다. 빠른데 저나, 저보다 선배 세대 분들은 "내가 지금까지 배워왔던 지식이 있고, 내가 지금까지 배워왔던 바둑의 이론이 있는데 내가 괜히 이거를 받아들여야 하나?" 약간 망설임 같은 게 좀 있어요. 그러나 지금은 AI의 수들이나, 수법들을 익히지 않으면 절대 살아남지 못하는 시대라서 승부 세계에서 살아남으려면 어쩔 수 없이 AI 수법을 받아들이고 공부해야 되는 시대입니다.

◆ 김우성 : 예. 이건 정말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는 느낌이 듭니다. 예전에 영화 승부에서도 보면 배우 이병헌 씨의 열연이 아주 매력적이었었는데, '도제식'이었잖아요. 심지어는 그 집에 가서 먹고 자면서 정말 오로지 바둑만 생각하는 상황이 되고, 오로지 이겨야 될 저 스승만 생각하는 상황인데, 이제는 그런 건 없어진 건가요?

◇ 목진석 : 그렇죠. 지금 내제자식 교육은 일본에서 처음에 1960년대, 70년대 이루어지고 조훈현 9단과 이창호 9단이 1980년대, 90년대 초까지 그런 내재자 교육은 있었지만 지금은 내제자 교육은 거의 없고, 다만 바둑 도장은 아직 많이 존재합니다. 한 곳에 모여서 프로가 되기 위한 수업을 받는 도장은 존재하는데, 도장의 시스템도 예전에는 "선생이 학생에게 직접 1 대 1로 기술을 전수했다"라고 한다면 지금은 뭐 AI라는 더 강한 선생이 있기 때문에 이 도장의 그 스승, 사범이라고 하죠. 사범들은 어떻게 보면 좀 보조 선생님 역할을 하면서 이 기술을 학생에게 전달하는 그런 역할을 하게 됐죠.

◆ 김우성 : 예. 영화 "넷플릭스" 시리즈였죠. 더 글로리를 봐도, 바둑이 아주 중요한 매개체로 나오고 하는데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교육 방식뿐만 아니라 내용도 좀 바뀌고 있다고 합니다. 이거는 바둑 애호가분들이 완전히 관심이 많을 것 같은데, 교과서에 나와 있는 방식대로 말 그대로 "정석을 두면 안 되는 시대가 됐다." 이건 무슨 말인가요?

◇ 목진석 : AI가 나오기 전에는 당대의 최고수들이 두는 수들을 "아 이게 이제 정답에 가깝구나" 하고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예를 들면 10년 전에는 이세돌 9단이라든지 그전에는 이창호 9단이 둔 수를 "이렇게 이 상황에서는 이렇게 두는 거구나"라고 받아들였고, 그게 바로 정석이 됐고요. 다만 지금은 그 인간이 둔 수들이 다 수치화돼서 승률로 아무리 강한 기사가 두었다고 할지라도 AI가 봤을 때는 "아 이거는 몇 퍼센트 승률이 떨어지는 수인데"라고 하면 그 수는 아무리 실력이 강한 기사가 두었다고 해도 혹평을 받는 거죠. 그만큼 지금은 예전에 우리가 알던 그 지식이나, 정석이나 이런 것들이 도태된 게 많고요. 사라진 게 많고요. 오직 정말 인공지능이 "아 이게 정답이다. 이게 높은 승률을 유지할 수 있는 수다" 이렇게 가르쳐주는 것을 어떻게 보면 잘 암기하고, 암기한 수들을 그 시합에서 사용하는 그런 빈도가 높아졌습니다.

◆ 김우성 : 예. 그러면 지금까지의 우리 목진석 감독님의 설명만 들어보면 "아 이거 AI를 함께 해서 AI 훈련이 되지 않으면 불리하고, 뭐 우스갯소리로는 정말 고사양의 컴퓨터를 갖고 있지 않은 기사들은 불리하고" 이런 느낌일 수 있지만. 이세돌 알파고 대국 때 감독님이 하신 말씀이 있어요. "창의적인 인간의 수를 굉장히 높게 평가하면서, 그 감각을 잃지 말아야 된다" 이런 칭찬을 했거든요. 4국에서 승리했을 때. 그러면 지금 AI 학습과 창의적인 거 좀 대치되지가 않잖아요. AI는 치밀한 계산과 데이터니까요. 약간 "인간의 장점을 좀 잃어버리는 거 아닌가" 우려가 있을 수 있어요. AI를 계속 많이 훈련하다 보면.

◇ 목진석 : 네. 그런 아쉬움이 분명히 있는 것 같고요. 예전에는 인공지능 이전 시대에는 기사들마다 각자의 개성, 각자가 가지고 있는 뚜렷한 색깔이나, 스타일 이런 것들이 있었습니다. 이세돌 9단은 이세돌 9단의 스타일이 있었고, 이창호 9단은 이창호 9단만의 스타일이 있었고, 그렇게 각기 다른 스타일들이 대결을 펼쳤을 때 팬들이 보기에 "아 정말 재미있다" 이런 대국들이 많이 탄생을 했었는데, 지금은 어떻게 보면 누가 더 잘 암기를 하고, 누가 더 평소에 AI의 수들을 연구를 해서 시합에 두느냐 이렇게 좀 바둑 경기들이 흘러가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예전처럼 각자만의 스타일을 가진 기사들의 대결은 좀 보기가 어려워진 것에서 분명히 좀 아쉬움이 있고요. 다만 또 반대로 말하면 인공지능이 나오면서 그 전에는 저희가 알지 못했던 경지의 수들, 수법들. 예전 같았으면 상상도 못했던 수들을 또 가르쳐주는 AI가 또 가르쳐주는 것들도 많아요. 그래서 저희가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저 까마득히 높이 있는 어딘가에 그 수들을 저희가 그래도 AI가 나온 이후로 보고 있다 그거는 또 장점인 것 같습니다.

◆ 김우성 : 여러분 너무 설명도 잘해 주시고요. 우리 목진석 감독님이 중국어도 잘하고, 언어에도 능통합니다. 손흥민 선수가 독일어, 영어, 다 잘하니까 뭐 단순한 축구 선수 중에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리더"로 평가받듯이 또 목진석 감독님도 바둑계의 리더시고요. 직접 또 시스템도 구축하시고, AI를 통해서 실력이 올라갈 수 있도록 많이 또 노력을 기울여 주셨잖아요.

◇ 목진석 : 제가 2년 전까지는 국가대표팀에서 감독을 했었는데, 역시 인공지능 공부를 하지 않으면 뭐 선수들뿐만 아니라 국가와, 국가와 국가 간에도 예를 들면 중국도 굉장히 훌륭한 인공지능 시스템을 갖추고 훈련하기 때문에 그것도 어떻게 보면 누가 더 강한 인공지능을 구비하느냐가 승부에도 굉장히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됐죠.

◆ 김우성 : 자 신진서 9단이 관심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AI와 이세돌 9단 이후에 다시 한 번 대국을 할까" 이런 궁금증도 있더라고요. 근데 우리 신진서 9단도 AI를 열심히 써서 우리 목진석 감독님이 또 많이 가르쳐 주셨겠지만, 그렇게 훈련하시는 걸로 알려져 있는데 그럼 알파고가 아니라 지금 AI로 바둑 최강자 프로그램이 뭔가요?

◇ 목진석 : 지금 공식적으로는 중국에서 개발한 절예라는 프로그램이 그래도 실력이 가장 강하다라고 알려져 있고요. 또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무료로 배포되어 있는 프로그램 중에서는 카타고라는 외국의 프로그램을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데 역시 실력이 중국 인공지능과 거의 대등할 정도로 강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선수들이 그 카타고라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고요.

◆ 김우성 : 예. 블루 스팟, 파란 돌 이렇게 해서 좀 추천 수들을 많이 배운다고 알려져 있더라고요.

◇ 목진석 : 네. 그 '블루 스팟'이라고 하는 건 그 장면에서 인공지능이 추천하는 가장 좋은 수, 가장 승률이 높은 수를 블루 스팟이라고 합니다.

◆ 김우성 : 예. 이렇게 말씀이 너무 귀에 쏙쏙 들어와서 우리 목진석 감독님 뭐든 잘하셨을 것 같다, 잠깐 팬심을 살려봤고요. 그러면은 신진서 9단과 인공지능의 대결이 이루어질까요? 지금 왜냐하면 그 프로 게임 중에 롤이라는 게 인기가 많잖아요. 페이커 선수는 세계적인 스타인데 일론머스크가 개발한 그룹과의 AI 경기도 예고 돼 있습니다. 지금 모든 면에서 인간과 AI 대결입니다. 이 전략 게임에서는. 바둑도 지금 다시 또 한 번 대결이 일어날까요? 어떻게 보십니까?

◇ 목진석 : 신진서 9단과, 이세돌 9단이 대국했던 버전인 알파고와의 대결이 추진될지도 모른다는 뉴스가 최근에 나온 것 같은데, 다만 지금 저희가 공부하고 있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은 현재 인간 최강자인 신진서 9단보다도 훨씬 강하거든요. 그래서 현재 인공지능과 인간의 대결은, 대결을 한다고 해도 인간이 이기기는 너무나도 어렵고요. 다만 9년 전에 이세돌 9단과 대국했던 버전과, 지금 현재 최강자 신진서 9단이 대결한다면 저는 개인적으로는 이세돌 9단은 그 당시에 인간 최강이었지만, 인공지능의 수법을 익히지 않은 상태, 말 그대로 인간 최강이었고, 지금 신진서보다는 거의 10년 가까운 그 시간 동안 인공지능의 수법을 다 습득하고, 어떻게 보면 오히려 그 당시에 알파고보다도 그 인공지능의 수법을 더 잘 알고 있다고 봐야 되거든요. 그래서 만약에 대결이 정말 성사가 된다면 저는 신진서 9단에게도 승산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하고요. 다만 이게 기술적인 것뿐만이 아니라, 이제 멘탈적으로도 굉장히 준비를 잘 해야 될 것 같습니다.

◆ 김우성 : 맞습니다. 이 부분이 중요합니다. 감정이 없고 데이터와 통계를 이용하고 있는 돌아가신 가수 신해철 씨를 되살렸을 때, 자기소개를 이렇게 하더라고요. "저는 신해철의 확률입니다." 이렇게 자기소개를 했는데, 정말 저는 지금 감독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조금 더 인간적인 면, 멘탈 얘기를 하셨잖아요. AI들은 감정의 굴곡이 있거나, 상대의 수를 몰라서 당황스럽거나, 이런 게 없으니까요. 이 인간적인 면이 바둑계에서 사라지면 어떡하나,라는 아쉬움도 있어요. 그게 드라마거든요. 그 조훈현 9단의 특유의 그 뒤로 누운 자세처럼 그런 점들이 사라지 좀 재미없어지지 않나, 하는 우려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보세요? 바둑계에서는.

◇ 목진석 : 그런 우려는 알파고가 나왔을 때부터 계속되어 왔고요. 그러나 다행인 점은 아직까지도 바둑이라는 종목이 그래도 바둑 팬 여러분들에게 보여지고, 사랑받고 있는 건 사람과 사람의 대결에서만이 볼 수 있는 여러 가지 감정들, 또 실수했을 때의 그런 후회나 이런 감정들을 옆에서 봤을 때, 관전했을 때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아직도 바둑이라는 종목이 살아 있다고 생각하고요. 만약에 정말 AI와 AI 대결, 그 실력적으로만 본다면 그게 당연히 세겠죠. 하지만 아직도 바둑이 살아 있는 것은 정말 인간과 인간이 대결했을 때 느낄 수 있는 공감할 수 있는 감정, 뭐 '희로애락'이 아직도 느껴지기 때문에 아직도 바둑 팬 여러분들이 바둑을 보아주시는 게 아닐까 생각하고, 그렇기 때문에 저희 프로기사들도 그런 부분을 무조건 인공지능을 의존하고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인간만이 보여줄 수 있는 그런 것들을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 김우성 : 감독님, 목진석 9단의 얘기를 들어보면 AI를 통해서 인간과 인간이 펼칠 수 있는 그 승부의 예술을 더, 더, 더 한계를 너무 확장하는 느낌으로 오히려 저희가 받아들여지네요. 꼭 뭐 "AI가 이기냐, 인간이 이기냐" 이분법이 아니라 "더 다른 스토리가 펼쳐질 것 같다"라는 기대도 생깁니다. 정말 이 많은 분들이 뭐 드라마 "미생" 때도 그랬고요. 바둑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와 삶의 이야기를 굉장히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이건 좀 뜬금없는 얘기지만 우리 목진석 감독님은 대답해 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의 시대가 유독 좀 대립이 심하고 답이 없습니다. 말 그대로 바둑식으로 표현하면 수가 안 나와요. 게다가 뭐 좀 실패도 많이들 겪고 계시거든요. 국민들이 바둑 이야기는 아니지만 바둑에 비유하자면 좀 어떤 마음, 어떤 수, 묘수를 좀 쓰면 될까요?

◇ 목진석 : 어려운 질문이신데요. 바둑에서도 항상 악수는 나오거든요. 악수가 나오고 내가 실수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근데 그 바둑 한판을 이기기 위해서는 끝까지 둬서 끝까지 가봐야 아는 거잖아요. 이게 실수를 한다고 실수가 실수를 낳고 흔들려버리면 그 바둑은 이기기가 어렵습니다. 그런데 실수를 했다고 하더라도, 다시 평정심을 되찾고 "다시 다음 한 수를, 최선의 수를 찾자"라는 노력을 한다면 좀 어려운 시기도 잘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싶고요. 뭐 인생이나, 바둑이나 한 번의 실수, 두 번의 실수 있을 수 있지만 그게 인생 전체를 좌우하지는 않기 때문에 항상 좀 평정심을 찾고 최선의 수를 찾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김우성 : 맞습니다. 우리 목진석 감독님도 끈기, 승리, 인성, 리더십, 이런 걸로 많이들 평가하시는데요. 악수 뒤에 결국 또 승부수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 "돌 하나에 멈추시면 안 된다"라는 얘기를 너무 멋지게 해 주신 것 같습니다. 감독님 다음에 스튜디오에 나와주셔서 조금 더 여유롭고 길게 이야기 나눠주시면 고마울 것 같고요. 목진석 9단이 말씀해 주신 것처럼 "이제 돌 하나를 내려놨고, 다음 돌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힘내시고요. 언제 한번 스튜디오에 모셔서 얘기 듣겠습니다. 오늘 감사합니다.

◇ 목진석 : 네. 감사합니다.

◆ 김우성 : 네. 목진석 9단이었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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