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약가 일괄 인하 추진, 제약산업 경쟁력도 생각해야 [사설]

정부가 제네릭 의약품(복제약) 가격 인하를 추진하면서 제약업계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제네릭 약가 산정률을 오리지널 의약품의 53.55%에서 40%대 수준으로 낮추는 내용을 담은 '약가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내년 7월 시행을 예고했다. 복제약 가격을 낮춰 신약 개발을 유도하겠다는 정책 취지는 이해하지만, 제약산업 수익 구조 악화가 산업 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필수 의약품 품질 저하 등 국민 건강에 미칠 부작용도 염두에 둬야 한다.

제약업계는 개편안이 강행되면 매출이 연간 3조6000억원 감소해 신약 연구개발(R&D) 투자 여력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막대한 자금과 시간이 필요한 신약 개발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수익 기반 확보가 필수인데, 약가 인하는 수익 감소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한국 항생제 가격이 1이라면 미국 3.34, 독일 1.81, 캐나다 1.73 등으로 국내 약가는 주요국에 비해 낮아 인하 여력이 없다는 것도 제약업계 항변이다.

2012년 일괄 약가인하 정책이 제약사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한국보건경제정책학회 조사에 따르면 당시 정부의 약가 인하로 제네릭 중심 제약사의 매출은 26~51% 급감해 상당수 업체가 적자 전환했다. R&D 예산 삭감과 임상 중단, 구조조정, 필수의약품 생산 중단 등의 부작용도 나타났다. 제약사들이 약가 인하 대상이 아닌 비급여 품목이나 전문의약품 생산을 늘리면서 소비자 약제비 부담이 오히려 늘었다. 결과적으로 건강보험 재정에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정부는 '바이오 헬스 5대 강국' 도약을 국가적 과제로 내걸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바이오 기업을 키우겠다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산업 기반을 흔들 수도 있는 정책을 밀어붙이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제약산업 경쟁력을 감안한 방향과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장기적 관점에서 균형 잡힌 약가 정책을 설계하는 것은 국민 건강과 제약산업을 함께 지키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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