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뉴스
서울
맑음 / -3.9 °
한겨레 언론사 이미지

미국 과학저널의 중국 예찬 [강석기의 과학풍경]

한겨레
원문보기
중국 신장웨이우얼(위구르)자치구 알타이현에 있는 풍력·태양광 발전 시설. 신화망 갈무리

중국 신장웨이우얼(위구르)자치구 알타이현에 있는 풍력·태양광 발전 시설. 신화망 갈무리


강석기 | 과학칼럼니스트



미국의 주간 과학저널 ‘사이언스’는 매년 연말 ‘올해의 획기적인 성과(breakthrough)’를 선정해 발표한다. 지난 18일치에 발표된 2025년 획기적인 성과는 ‘재생에너지 급성장’이다. 올해 세계 태양광 발전 용량이 석탄 발전 용량을 넘어설 전망이다. 다만 효율이 낮아 실제 발전량은 아직 못 미치지만, 풍력과 수력까지 합친 전체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석탄 발전량을 넘어설 것이다.



이는 인류 에너지 역사에서 획기적인 전환점으로, 보통 과학 분야에서 성과를 선정해온 사이언스가 관행을 벗어난 결정을 내린 게 이해가 된다. 그런데 이어지는 특집기사(포토에세이) 제목이 ‘녹색 거인’으로, 중국 곳곳에 설치된 거대한 재생에너지 설비와 생산 현장 사진을 실었다. 올해 세계 재생에너지 급성장은 중국 덕분에 가능했다는 말이다.



에너지 유형별 발전 용량의 변화를 보여주는 그래프로 올해 처음으로 태양광(Solar) 용량이 석탄(Coal) 용량을 넘어설 전망이다. 태양광은 효율이 낮아 실제 발전량은 여전히 석탄이 1위이지만, 다른 재생에너지 용량까지 다 합치면 올해 처음 석탄 용량을 넘어선다. ‘사이언스’ 제공

에너지 유형별 발전 용량의 변화를 보여주는 그래프로 올해 처음으로 태양광(Solar) 용량이 석탄(Coal) 용량을 넘어설 전망이다. 태양광은 효율이 낮아 실제 발전량은 여전히 석탄이 1위이지만, 다른 재생에너지 용량까지 다 합치면 올해 처음 석탄 용량을 넘어선다. ‘사이언스’ 제공


실제 올해 중국은 세계에서 생산된 태양광 패널의 80%, 풍력 터빈의 70%, 리튬배터리의 70%를 만들었고 대부분을 자국에 설치했다. 올해 늘어난 재생에너지의 절반 이상이 중국에서 나왔다는 말이다. 게다가 중국산 저가 소형 태양광 패널 덕분에 전력 인프라가 미비한 아프리카와 남아시아의 많은 가난한 사람들이 전기의 혜택을 보게 됐다. 비록 발전량이 적어 조명, 티브이(TV), 휴대전화 충전 등 제한된 혜택을 누리지만 전기가 아예 없던 시절에 비하면 삶의 질이 엄청나게 향상된 것이다.



21세기 초만 해도 태양광 패널은 청정에너지라는 명분으로 선진국에서 높은 비용을 감수하고 설치했지만, 중국의 기술 발전과 대량생산 덕분에 지금은 가장 싼 에너지원이 됐다. 2004년 한해 동안 세계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 용량은 1기가와트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하루 설치 용량이 그 두배인 2기가와트다. 청정에너지 대부분은 당분간 전력 수요가 꾸준히 늘어날 개발도상국에 설치돼야 한다는 걸 생각하면 반가운 현상이다.



사이언스 같은 호는 ‘올해의 실패(breakdowns)’로 선정된 세가지를 소개한 기사도 함께 실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트럼프가 미국 과학을 말아먹었다’는 제목으로 지난 1월20일 취임한 뒤 과학 강국 미국을 무너뜨리는 참담한 모습을 그리고 있다. 특히 얼마 전 책임자인 일론 머스크가 사임하며 부서도 해체된 정부효율부(DOGE)의 전횡으로 미국 과학의 보루인 국립보건원(NIH)과 국립과학재단(NSF)은 기존 프로젝트 수천건을 없애야 했고 많은 직원이 해임됐다. 유학생과 외국 연구자들의 지위가 위태해지면서 세계의 과학 인재를 빨아들이던 미국은 불과 1년 사이 두뇌 유출국으로 전락했다.



환경과 에너지, 보건 분야에서 지난 수십년 동안 미국이 주도해온 과학 성과는 정치 논리에 따라 엉터리로 전락했다. 미국은 지구 온난화와 백신도 음모로 여기는 수준이 됐고, 그 논리에 따라 화석에너지 확대와 백신 개발 외면 등 시대착오적 정책이 펼쳐지고 있다. 한마디로 자해 수준의 트럼프 정책이 미국의 과학을 자멸로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3년 뒤 그가 물러난다는 게 그나마 위안이다.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가 발간하는 권위 있는 저널의 편집진이 올해의 혁신 주역으로 중국을, 올해의 실패 대표로 미국을 뽑은 심정이 어땠을지 생각하며 동정을 보낸다.



윤석열? 김건희? 내란사태 최악의 빌런은 누구 ▶

내란 종식 그날까지, 다시 빛의 혁명 ▶스토리 보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info icon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AI 이슈 트렌드

실시간
  1. 1LG 가스공사 3연승
    LG 가스공사 3연승
  2. 2트럼프 황금함대 한화 협력
    트럼프 황금함대 한화 협력
  3. 3주호영 필리버스터 거부
    주호영 필리버스터 거부
  4. 4윤석열 부친 묘지 철침
    윤석열 부친 묘지 철침
  5. 5통학버스 화물차 충돌사고
    통학버스 화물차 충돌사고

한겨레 하이라이트

파워링크

광고
링크등록

당신만의 뉴스 Pick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