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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닮은꼴 ‘나경원의 답변 회피’가 말하는 것 [아침햇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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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위원장인 나경원 의원이 23일 국회에서 지선 총괄기획단 전체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위원장인 나경원 의원이 23일 국회에서 지선 총괄기획단 전체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손원제 | 논설위원



더불어민주당이 ‘통일교 특검’ 찬성으로 선회했다. 가장 충격을 받았을 사람은 이름이 오르내리는 여당 정치인들보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일 것이라는 우스개 반, 진지함 반의 관측이 나온다. 여당이 입장을 바꾼 데는 민주당 지지층의 특검 찬성 비율이 67%에 이른다는 지난 19일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그리고 민주당 지지층이 대거 특검 도입에 손을 들어준 배경에는 나 의원이 통일교 접촉 대상 중 한명이라는 점도 깔려 있을 것이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지난 8월 김건희 특검팀에 통일교가 접촉한 대상이라고 진술한 여야 정치인은 민주당 소속 정동영 통일부 장관, 전재수 의원(전 해양수산부 장관), 임종성 전 의원과 국민의힘 소속 나 의원, 김규환 전 의원 등 5명이다. 김건희 특검팀은 윤 전 본부장 진술을 바탕으로 “이 가운데 정동영 장관은 금품을 거절했고, 나경원 의원은 천정궁에 방문했으나 금품 사실을 알지 못한다”는 취지의 수사보고서를 작성했다고 한다. 정 장관에 대해선 ‘금품 거절’이라고 명확하게 혐의를 털어준 반면, 나 의원에 대해선 ‘금품 제의가 있었는지, 금품을 받았는지 거절했는지 모른다’고 여지를 남긴 셈이다. 물론 특검팀 판단이라기보다 윤 전 본부장의 진술이 그러했을 것이다.



이런 진술의 차이 때문일까. 통일교 로비 의혹이 제기된 뒤 정 장관과 나 의원의 대응 방식도 판이했다. 정 장관은 “야인 시절이던 2021년 9월30일 고교 동창 7, 8명과 강원도 여행을 다녀오던 중 동행자 제안으로 통일교 천정궁 본부를 방문한 적이 있다”며 “윤 전 본부장 및 관계자 한명과 앉아 10분가량 차를 마시면서 통상적인 통일 관련 이야기를 나눈 게 전부”라고 해명했다. 구체적이다. “한학자 총재와는 일면식도 없다”고도 했다. “금품을 거절했다”는 윤 전 본부장 진술과는 미묘하게 갈리는 대목도 있지만, 금품을 받지 않았다는 결론은 같다.



정 장관과 달리, 나 의원은 추상적 수준의 부인과 답변 거부로 일관하고 있다. 통일교 접촉 대상으로 자신의 이름이 거론되자, 지난 11일 “금품수수 의혹 관련 보도는 명백한 허위” “저질 물타기 정치공작”이라고 했다. 그러나 통일교와 접촉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싹 빠졌다. 천정궁에 갔는지, 윤 전 본부장과 접촉했는지, 한학자 총재를 만났는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 17일엔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 ‘천정궁에 간 건 맞느냐’는 질문에 “더 이상 말씀 안 드리겠다”고 했다. 22일엔 또 다른 라디오 방송에 나와 같은 질문을 받자 “그것이 논란의 핵심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피해 나갔다. 그러나 천정궁에 갔는지가 핵심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나 의원 말고 또 있을까 싶다.



상식적으로 누구라도 만약 정말 천정궁에 가지 않았다면, 가지 않았다고 분명히 밝히고 논란을 끝내려 할 것이다. 만약 갔더라도 뭔가 켕기는 일을 하지 않았다면 그 경위와 상황을 소상히 해명함으로써 불필요한 의혹을 차단하려 할 것이다. 그게 인지상정이고, 정 장관은 그렇게 했다.



하지만, 나 의원은 정반대로 행동하고 있다. 뭔가 있으니 저러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스스로 부풀리고 있는 셈이다. 이런 모습에서 채 상병 수사 외압의 시발점이 된 ‘브이아이피(VIP) 격노설’에 대해 말을 돌리거나 엉뚱한 대답을 늘어놓던 윤석열 전 대통령을 겹쳐 떠올리는 이들이 적잖을 것이다.



나 의원과 서울대 법대 동기인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이런 점을 파고들고 있다. 그는 지난 19일 “나경원은 ‘통일교 천정궁에 갔느냐’는 질문에 ‘간 적 없다’고 말하지 않고 ‘더 말씀 안 드린다 했죠’라고 답했다”며 “나경원에게 계속 물어야 한다. ‘천정궁 갔지’”라고 직격했다.(‘당원게시판 가족 비방글 의혹’을 받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도 나 의원과 동시에 소환한 사실도 빼놓아선 안 될 듯하다.) 나 의원은 이런 조 대표를 두고 “민주당 2중대”라고 깎아내렸지만, 그게 국민이 듣고 싶어 하는 답이 아니라는 사실은 스스로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나 의원이 답을 회피할수록 국민의 궁금증은 커질 수밖에 없다. 추궁 또한 더욱 매서워질 것이다. 지금 언론의 질문이야 신경질적으로 끊고 돌릴 수 있을지 몰라도, 특검 수사에도 그 방법이 통할지 의문이다. 분명하게 밝힐 건 밝히고 인정할 건 인정하기에는 차라리 지금이 더 적기가 아닐까 한다.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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