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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유상증자 공시 법규 위반 가능성···당국 '정정공시' 검토 [시그널]

서울경제 이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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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제3자배정 2.8兆 유증
상대방에 이사 추천권 부여 약정
투자 판단 영향 주요 내용이지만
기재 안돼 금감원 정정심사 돌입
이 기사는 2025년 12월 23일 12:58 자본시장 나침반 '시그널(Signal)' 에 표출됐습니다.



고려아연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미국 합작법인(JV)에 이사 추천권을 부여하고도 관련 내용을 공시에 포함하지 않아 금융 당국이 정정 요구 검토에 나섰다. 고려아연은 경영권 분쟁 과정에 있기 때문에 이사회 구성 변동이 향후 주가와 투자의 핵심 변수가 된다. 현행 법령과 공시규정은 투자자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주요 사항을 공시에 포함하도록 규정한다.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는 고려아연 공시의 법·규정 위반 가능성을 인지하고 정정 공시 요구 등 필요 조치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23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금감원은 고려아연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공시의 위법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미국 JV에 2조 8508억 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주요사항보고서’를 15일 공시했다. 자본시장법과 시행령은 자본·부채의 변동 등 기업 경영과 투자 판단에 영향을 주는 주요 사항이 발생할 때 관련 내용을 주요사항보고서로 공개해 주주·투자자에게 알리도록 규정한다. 주요사항보고서 공시의 필수 서식과 포함 내용은 행정규칙인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이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다. 이 법규를 지키지 않으면 금감원의 정정공시 요구 대상이 된다.

고려아연 공시를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법규상 포함해야 하는 핵심 내용의 누락 여부다. 고려아연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대상자인 미국 JV에 2명의 이사 추천권을 부여하고 선임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내용의 약정을 맺었지만 관련 내용을 공시에 포함하지 않았다. 현재 경영권 분쟁 현황상 제3자에게 이사 추천권을 주는 약정은 추후 이사회 구성을 둘러싼 분쟁의 판도를 뒤바꿀 수 있다. 고려아연 주가는 경영권 분쟁 상황에 따라 급등 또는 급락하는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에 이 약정은 투자자들에게 공시됐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법적 강제성도 있다. 금융위원회의 행정규칙에 따라 금감원이 정하는 ‘기업공시서식 작성기준’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할 때 별도의 약정이 있으면 이를 기재하도록 규정한다. 구체적으로는 ‘회사와 제3자배정 대상자간 별도의 약정이 있는 경우 그 내용을 기재한다. 별도의 약정이 없는 경우에는 없다는 사실을 기재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고려아연이 맺은 약정이 아직 확정되지 않아 법적 실효성이 없다면 ‘약정이 없다’는 사실을, 실효성이 있다면 약정의 내용을 포함했어야 하는데 공시에는 두 내용 모두 빠져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업공시서식 작성기준은 법적 강제성이 있는 규정”이라고 말했다.



고려아연이 미국 정부와 맺은 계약도 검토 대상이다. 고려아연은 미국 전쟁부(국방부)에 현지 제련법인(크루시블 메탈즈) 지분 14.5%를 1주당 1센트(14원)에 인수할 수 있는 권리(워런트)를 부여했다. 계약에 따라 미국 국방부는 제련법인 보유 지분을 34.5%까지 늘릴 수 있다. 크루시블 메탈즈는 초기 투자로만 10조 9000억 원이 투입되는 고려아연의 미국 제련 사업을 총괄하는 법인이기 때문에 워런트 관련 내용은 미국 투자의 수익·채산성을 판단하는 주요 기준이 된다. 고려아연은 관련 내용을 공시하지 않았다. 금감원은 고려아연에 정정 공시를 요구할지를 두고 심사에 들어섰다.

거래소도 이 사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유가증권시장 공시규정과 시행세칙은 기업 지배구조에 영향을 주는 사안은 주가와 투자 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이를 공시하도록 규정한다. 고려아연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미국 JV에 이사 추천권을 부여한 약정은 경영권 분쟁과 지배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어 거래소의 심사 대상이 된다. 거래소는 중요 정보를 관련 공시에 기재하지 않으면 이를 불성실공시로 판단해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을 검토할 수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지배구조 관련 내용은 투자 판단 관련 주요 사안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관련 사실을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당국이 정정공시 등 조치를 취하더라도 고려아연의 미국 투자가 무산되는 것은 아니다. 정정공시는 법규에 따른 절차로 당초 기재하지 않았던 내용을 공시에 추가하면 되고, 이로 인해 납입 기일이 밀리더라도 미국 JV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자체가 무효가 되지는 않는다. 여기에 고려아연 경영권을 쥔 최윤범 회장 측과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최대주주 영풍·MBK파트너스가 미국 투자 자체에 반대한다는 입장이 아니어서 한·미 제련업 협력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이사 추천권은 미확정 사안이거나 비밀유지계약(NDA)에 따라 공시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미국 측과의 여러 계약 내용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덕연 기자 gravit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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