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황금함대 계획을 발표할 때 옆에 전시된 신형 전함 예상도. AP=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발표한 ‘황금함대(Golden Fleet)’의 핵심은 냉전이 끝난 뒤 퇴장한 전함(Battleship)의 부활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이미 아이오와ㆍ미주리ㆍ위스콘신ㆍ앨라배마 등 수많은 전함을 만들었고 거대한 전함을 보유했지만 (새로 건조하는 전함은) 이들보다 더 빠르고, 더 크며, 단연코 100배는 더 강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수년간 많은 신형 군함을 건조해 왔지만 이들은 점점 더 작아졌고, 우리의 ‘힘을 통한 평화’ 전략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새로 건조 중인) 이 전함들은 완공되면 3만~4만t급 이상으로 미 해군 함대의 기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경 함포와 두꺼운 장갑의 전함은 항공모함 함재기와 대함 미사일의 등장으로 밀려났다. 미 해군의 마지막 전함인 미주리함(BB-63)은 1992년 3월 1일 퇴역했다.
미주리함이 4만 5000t급이었다. 미 해군의 강습상륙함인 아메리카급이 4만 5000t급이다. 전투기와 헬기를 탑재한 아메리카급은 경항모로도 분류된다. 미 해군의 줌왈트급 구축함은 1만 6000t급, 중국의 055형 구축함은 1만 3000t급이다.
미국 해군에서 가장 큰 구축함 줌월트. 1만 6000t급이다. AP=연합뉴스 |
트럼프 대통령은 해군이 우선 두 척의 전함을 시작으로 최종적으로 20~25척을 건조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양옆에 전시된 예상도엔 ‘USS 디파이언트(Defiant·도전적인)’라고 쓰여 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의 신형 전함은 트럼프급(Trump Class)라 불릴 예정이다. 보통 1번함의 이름을 따 함급명을 짓는 게 관례다.
신형 전함은 전자기 레일건·극초음속 미사일·레이저 등 다양한 미래형 무장을 갖추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신형 전함에 핵 미사일도 실을 것이라고도 언급했다.
미 해군의 마지막 전함인 미주리함. 미 해군 |
군사 전문 자유 기고가인 최현호씨는 “레일건이나 레이저는 대규모 전력을 필요로 하는데 선체가 커야만 대형 발전기를 가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허드슨 연구소의 브라이언 클라크 연구원은 군사 전문 매체인 브레이킹디펜스와의 인터뷰에서 “공격·방어를 모두 수행할 수 있는 함선을 확보하려면 구축함보다 더 큰 함선, 즉 충분한 미사일 탑재량을 갖추거나 수직 발사 장치(VLS)에 맞지 않은 장거리 미사일로 무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2015년 9월 15일 당시 대선 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아이오와함에서 연설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당선되면 아아오와함을 다시 운용하겠다고 약속했다. 유튜브@Spotlight Military 캡처 |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월 30일 전군 지휘관 회의에서 신형 전함을 만들겠다고 처음 밝혔다. 그는 “전함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사람들은 오래된 기술이라고 말하는데, 나는 포(전함의 대구경 함포)를 보면 오래된 기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포탄은 미사일보다 훨씬 싸다.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신형 전함 발언을 진지하게 고려하는 사람은 적었다. 2015년 9월 15일 당시 대선 후보였던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LA에 정박해 박물관으로 쓰이는 아이오와함 갑판에서 올라 “내가 당선되면 아이오와함의 운항을 재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에서 이겼지만, 아이오와함은 여전히 LA에 매여 있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돈과 시간이다. 신형 전함을 설계하고 건조하는 예상 기간은 미국 조선업의 현실로 보면 하세월이다.
미국 미시간 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 조너선 페이지 교수는 브레이킹디펜스와 인터뷰에 신형 전함 건조 비용을 40억(약 5조 9000억원)~45억(약 6조 6000억원) 달러로 추산했다. 게다가 레일건·극초음속 미사일·레이저 등 신형 전함의 주요 무기가 개발이 끝나지 않았거나 실전 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마지막 전함인 미주리함의 승조원은 1500명이 넘었다. 자동화를 적용한다고 하더라도 신형 전함엔 상당수 인원이 타야만 한다.
또 신형 전함의 도입은 그동안 미 해군이 추구한 분산 치명성(Distributed Lethality) 전략과 결이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의 잠재적 ‘주적’인 중국은 극초음속 미사일과 대함탄도미사일(ASBM)으로 미국 항모전단의 접근을 막으려 하는 반(反) 접근 지역 거부(A2/AD)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은 치명적 공격 능력을 갖춘 소형 함정을 여기저기 많이 분산해 적을 예측 불가능하게 하고 압도적으로 위협하려 한다.
해군 작전사령관을 지낸 박기경 대구한의대 해양교육문화학과 교수는 “미국의 신형 전함은 중국 미사일의 타깃이 되기 쉽다”며 “미국의 신형 전함은 주위에 수많은 호위 전력을 달고 다녀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철재 국방선임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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