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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화 반출·음식 '용량꼼수'로 빼돌리고…국세청, 1조원 탈루 혐의 업체 조사

머니투데이 세종=오세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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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덕수 국세청 조사국장이 23일 '시장 교란행위 탈세자'에 대한 세무조사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국세청 제공.

안덕수 국세청 조사국장이 23일 '시장 교란행위 탈세자'에 대한 세무조사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국세청 제공.


국세청이 외화를 반출하거나 음식양을 줄이는 방식으로 소비자를 기만한 후 세금을 탈루한 31개 업체에 대한 세무조사에 나선다.

국세청은 23일 가격담합 등 불공정 행위로 물가불안을 부추겨 민생경제를 어렵게 만들면서도 정당한 납세의무는 회피하고 부당한 이득을 챙겨 온 '시장 교란행위 탈세자'에 대한 세무조사를 전격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는 가공식품 제조·판매 업체 등 '생활물가 밀접 업종 탈세자(55개)'에 대한 세무조사(1차, 9월)에 이은 두 번째 세무조사다. 시장 불안을 틈타 더욱 교묘해지는 탈루행위에 대해 다시 한번 경종을 울려 공정한 시장질서를 확립한다는 취지다.

이번 조사대상자는 △시장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사익을 취한 '가격담합 등 독·과점 기업' (7개) △관세인하 혜택은 누리면서 부당이득을 챙긴 '할당관세 편법이용 수입기업' (4개) △소비자 주권을 침해하는 '숨은 가격인상' 등 '슈링크플레이션 프랜차이즈' (9개) △법인자금으로 고가 해외자산 취득 등 환율 불안을 자극한 '외환 부당유출 기업' (11개) 등 총 31개 업체다. 이들의 전체 탈루혐의 금액만 약 1조원에 이른다.

우선 첫 번째 조사대상은 정상가격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가격을 부풀려 동종업계 대비 높은 초과이윤을 챙긴 '독·과점 기업'이다.

이들은 일부 업계의 고질적 병폐로 자리 잡은 가격담합을 통해 시장의 자율적 가격결정 기능을 무력화하고 시장경제의 근간을 흔들었다.


조사대상 업체는 담합업체들과 사다리 타기·제비뽑기 등을 통해 낙찰 순번을 정해 '나눠먹기식 수주'를 하면서 들러리 업체에게 입찰 포기의 반대급부로 공사 계약금액의 10%에 상당하는 금액을 담합사례금으로 지급하고 거짓 세금계산서를 수취했다.

과거 수년간의 가격담합으로 제재를 받은 또 다른 업체는 수도권에 소재한 호텔을 운영하면서 사주 자녀가 최대주주로 있는 특수관계법인에게 시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건물을 임대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분여했다.

또 조사 대상인 '할당관세 편법이용 수입기업'은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 속에서 할당관세를 적용받아 원재료를 저렴하게 수입할 수 있는 혜택을 누리면서도 이를 판매가격에 반영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익을 극대화했더.


이번 조사대상 업체들은 사주의 자녀가 운영하는 특수관계법인을 유통과정 중간에 끼워넣고 관세 감면을 받은 원재료를 저가에 공급하는 등 부당하게 이익을 나눴다.

특히 소비자들에게 직접 영향을 끼치는 외식업체들도 이번 조사대상이다. 치킨, 빵 등 서민들의 지출 비중이 높은 외식분야에서 가격은 그대로 둔 채 은근슬쩍 중량만 줄이는 '용량꼼수'를 통해 탈루한 혐의다.

이른바 '슈링크플레이션 프랜차이즈'이다. 이들은 소비자가 인지하기 어려운 방법으로 실질가격을 높이는 '숨은 가격상승' 행위로 서민들의 밥상물가를 지속적으로 상승시켰다.


이 과정에서 조사대상 업체는 원재료·부재료 판매업체와 직거래가 가능함에도 계열법인을 거래단계 중간에 끼워넣어 시가 대비 고가로 매입하는 동시에 사주일가가 소유하고 있는 가맹점을 인수하면서 권리금을 과다하게 지급해 이익을 나누기도 했다.

또 다른 업체는 대표이사가 점주로 있는 가맹점의 가맹비 및 인테리어 등 창업 관련 비용을 회사가 대신 부담하는가 하면 법인의 신용카드를 사용해 골프장 이용, 명품구입 등 호화생활을 누리면서도 이를 비용으로 처리해 소득을 줄이기도 했다.

아울러 법인자금을 편법으로 유출해 고가의 해외자산 등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외환 수요를 증가시키거나 외화자금의 원활한 유치 목적으로 도입된 대외계정을 이용해 국외로 외환을 부당하게 빼돌린 '외환 부당유출 기업'도 조사를 받는다.

이번 조사대상 업체들은 법인자금을 사용해 단순히 자녀를 해외에 유학 보내는 것을 넘어 가족 전체를 이주시키고 고액 부동산, 고급콘도, 호화요트 취득 등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사치생활을 영위했다.

특히 이들 중 일부는 100% 자회사인 해외 현지법인에게 지급보증용역을 무상 제공해 국내은행에서 거액의 외화를 차입할 수 있도록 하고 그 차입금으로 수백억 원에 달하는 골프장을 인수하는 등 법인의 외화자금을 업무와 무관한 고가의 자산을 취득하는 데 사용했다.

다른 조사대상자는 외국 국적을 보유하고 국내에서 다수의 법인을 운영하고 있는 이른바 검은머리 외국인으로 불리는 자들이다. 수출대금 등 사업활동에 대한 대가를 외국인 지위를 이용해 개설한 대외계정을 통해 수취하고 개인소득세 신고를 누락했다.

안덕수 국세청 조사국장은 "물가?환율 상방압력을 유발하는 등 시장 불안정성을 키우면서 부당하게 이득을 취한 시장 교란행위 탈세자에 대해 철저히 검증하겠다"며 "특히 일시보관, 금융계좌 추적, 포렌식 기법 등 사용 가능한 수단은 모두 동원하는 한편 편법적 이득을 얻으면서도 마땅히 내야 할 세금을 회피하려는 행위를 단호히 차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세무조사 과정에서 조세범처벌법상 장부·기록 파기 등 증거인멸 행위나 재산은닉 등 범칙행위가 확인될 경우 수사기관에 고발해 징역·벌금 등 위법행위에 상응하는 형사처벌로 이어지도록 조치할 것"이라며 "시장지배력 남용 등 변칙적 수법으로 시장질서를 훼손하는 행위는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다는 확고한 인식을 심어주겠다"고 밝혔다.

한편 국세청은 앞으로도 국민들의 실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물가·환율 등 시장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민생에 부담을 주는 신종·변칙적 탈세유형을 선제적으로 발굴해 엄정하게 대응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세종=오세중 기자 dano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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