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너의 흐르는 침을 멈추진 못해도, 이렇게 닦아줄 수 있는 친구가 될게.”
지난해 6월 경북 경산 하양초등학교 6학년6반 학생들이 만든 단편영화 ‘술래잡기’에 등장하는 대사다. 이 작품은 장애로 인해 늘 침을 흘려 또래들로부터 따돌림을 받던 학생의 모습을 ‘술래’에 빗대어 풀어냈다. 도망치듯 외면당하던 아이의 일상을 아이들 스스로의 시선으로 담아낸 것이다.
영화는 담임인 이재영 교사의 지도로 제작됐다. 실제 특수아동인 구도현 학생이 주연을 맡았다. 학교 친구들이 배우이자 제작진으로 촬영, 대본 회의 등에 참여했다. 이 교사는 “영화 제작이 끝난 뒤 도현이가 학교의 슈퍼스타가 됐다”며 “특수아동도 뛰어난 점이 있다는 사실을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 게 가장 큰 성과”라고 말했다. 구도현 학생은 이 작품으로 지난해 10월 제6회 국제스마트폰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김주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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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대한민국 인성시민교육대상 개최
이 교사는 23일 오후 서울 중구 LW컨벤션에서 열리는 ‘대한민국 인성시민교육대상’ 시상식에서 교육부장관상(개인 부문)을 받는다. 학교와 지역사회의 인성교육 우수 사례를 확산하기 위해 교육부와 중앙일보가 공동 주최하는 상으로, 올해로 13회를 맞았다. 올해는 서류·발표·현장 심사 등 3단계 심사를 거쳐 개인 4명과 단체 4팀을 수상자로 선정했다.
하양초등학교 학생들이 단편영화를 제작하는 모습. 이재영 하양초등학교 교사는 학생들과 단편영화를 제작하는 방식으로 인성교육을 해 2025년 대한민국 인성시민교육대상에서 교육부장관상을 받았다. [사진 이재영 교사] |
이 교사는 10년이 넘게 학생들과 함께 단편영화를 제작하면서 학생들에게 공동체 의식과 책임감을 길러온 공을 인정 받았다. 그는 “책으로만 ‘존중하자’는 말을 읽고 지나치면, 현실에서 자신과 다른 아이를 만났을 때 다시 이질감을 느끼거나 따돌림이 반복될 수 있다”며 “반면 영화는 제작 과정 자체가 협력과 역할 분담, 갈등 조정의 경험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 교사는 제자들과 함께 제작한 작품으로 2022년과 2024년 부산국제영화제 커뮤니티비프 부문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사단법인 대한민국교육봉사단은 2015년 이후 예술치유 기반 인성 교육 프로그램인 '마음톡톡'을 GS그룹과 함께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이 에술활동을 통해 고민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해 2025 인성시민교육대상 단체 부문에서 교육부장관상을 받았다. [사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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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절의 시작은 나에 대한 존중”
이날 시상식에서는 이 교사 외에도 학교·대학·지역 현장에서 나름의 방식으로 인성·시민교육을 실천해온 교육자들이 수상의 영예를 안는다.
중앙일보 사장상을 받는 서은주 한서대 교수는 차(茶)를 매개로 한 인성교육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의 수업은 “참는 마음을 가집니다”는 다짐으로 시작한다. 이후 차를 두 손으로 마시며 “나는 소중합니다. 오늘은 내가 나를 대접합니다”라는 약속을 되새긴다. 피아노 전공자인 서 교수가 직접 작곡한 동요 등을 부르면서 협동·소통·나눔·책임 등을 몸에 밸 수 있도록 하는 시간도 이어진다.
서 교수는 인성교육에 다례(茶禮·차를 만들고 마시는 과정에서의 예절)를 도입한 이유에 대해 “두손으로 차를 마시는 건 곧 나에게 공손히 대한다는 의미”라며 “예절은 남에게 잘 하는 것보다 먼저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에서 출발한다. 이 때문에 일반적인 인성교육처럼 명령하거나 통제·지시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치원·학교·병영·대학·평생교육원 등에서 연령대별 수업을 진행해왔다. 유아기에는 반복 학습, 아동기에는 질문 중심의 참여형 수업, 청소년·청년기에는 실천 중심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한다. 서 교수는 “경력단절 교사 100여명을 대상으로 ‘교육기부’ 네트워크를 구축해 프로그램 매뉴얼과 콘텐츠를 보급했다”며 “창업을 한 사례도 자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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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급을 나라처럼 운영…“관용 배운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장상을 수상하는 이준기 월곡초 교사는 학생들이 스스로 학급의 문제나 과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 기반 학습(PBL·Project-Based Learning)’으로 주목받았다. 학생들이 교실을 하나의 작은 나라처럼 운영해도록 한 게 대표적이다. 학급 화폐를 직접 만들어 유통하고, 입법부에서 학급의 규칙을 직접 만들기도 한다. 행사를 집행하는 행정부와 친구 사이 갈등을 화해 중심으로 조정하는 사법부도 있다.
이 교사는 “학생 자치를 해보면 자신이 참여한 일이 실패할 때도 있단 걸 깨닫는다”며 “그만큼 다른 구성원이 실수나 잘못을 할 때도 관용하는 태도를 배우게 된다”고 말했다.
2018년부터 7년째 ‘어른을 찾습니다’ 캠페인을 진행 중인 박용현 유성생명과학고등학교 교사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장상을 받는다. 설문을 통해 학생들에게 ‘진정한 어른의 모습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학생들은 스스로 내놓은 답을 바탕으로 글·포스터·영상을 제작한다. “자신이 스스로 생각하는 어른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는 게 박 교사의 말이다.
단체 부문에선 (사)대한민국교육봉사단이 교육부장관상, 국립청소년미래환경센터가 중앙일보사장상, 시립성동청소년센터와 국립청소년바이오생명센터가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장상을 수상한다. (사)대한민국교육봉사단은 2015년 이후 예술치유 기반 인성교육 프로그램 ‘마음톡톡’을 운영해 중학교 학생들이 미술·연극·음악 등을 통해 고민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왔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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