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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발레 아이돌' 전민철 "마린스키서 백조의호수 왕자…꿈 이뤘어요"

연합뉴스 최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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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 솔리스트로 입단 '파격'…'백조의호수·호두까기인형' 왕자로 무대에
'새로운 왕자·꽃을 많이 받는 무용수' 호평…"행복하게 춤추고 배우고 있어"
"선배 김기민 조언 가슴에 새겨…쉴 때도 백스테이지서 발레 봐"
마린스키 발레단 무용수 전민철(상트페테르부르크=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의 퍼스트 솔리스트 전민철이 5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극장 안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5.12.23 abbie@yna.co.kr (끝)

마린스키 발레단 무용수 전민철
(상트페테르부르크=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의 퍼스트 솔리스트 전민철이 5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극장 안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5.12.23 abbie@yna.co.kr (끝)


(상트페테르부르크=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발레 아이돌'로 불리는 무용수 전민철(21)에게 2025년은 잊을 수 없는 해다. 중학교 때부터 선망해오던 러시아의 세계 최정상급 발레단 마린스키 발레단에 입단하는 꿈을 이뤘기 때문이다.

공개 오디션이 없는 마린스키 발레단 입단 '바늘구멍'을 통과한 것만으로도 화제에 오를 만한데 그는 지난 10월 정식 입단하면서 신입 단원으로서는 파격적으로 '페르비(첫 번째·퍼스트) 솔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전민철은 지난 12일(현지시간)에는 마린스키에서 또 하나의 뜻깊은 발자취를 남겼다. 표트르 차이콥스키 음악을 배경으로 한 마린스키의 대표적인 레퍼토리 '백조의 호수'의 남자 주인공 지크프리트 왕자로 무대에 선 것이다.

그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이 공연을 '꿈의 무대'로 여긴 이유를 설명했다.

그와의 인터뷰는 백조의 호수 연습이 한창이던 지난 5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극장에서, 또 백조의 호수 공연을 마친 뒤인 22일에는 전화로 이뤄졌다.

그는 마린스키 입단을 확정하고 처음 본 작품이 백조의 호수였고, 그 순간 '어렸을 때부터 꾼 꿈이 현실이 되어가고 있구나'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 공연은 전민철의 한국예술종합학교 선배이자 마린스키의 수석 솔리스트 김기민이 출연한 공연이어서 더욱 특별했다.


올여름 러시아에 도착한 이후 약 6개월간 '라 바야데르', '지젤', '잠자는 숲속의 미녀' 등 주요 작품에 주인공으로 무대에 선 전민철은 러시아 팬들과 동료 사이에서 '민철칙'이라는 애칭으로 불리고 있다. 러시아에서는 남성의 이름을 귀엽게 부를 때 뒤에 '칙'을 붙이는 경우가 많다.

그는 백조의 호수 무대를 마친 뒤인 21일에는 연말연시 가장 많은 인기를 누리는 발레인 '호두까기 인형'에도 왕자로 출연했다. 오는 27·29일과 다음 달 9일에도 호두까기 인형 왕자로 무대에 오른다.

마린스키 입단 이후 더욱 높아진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그는 쉬는 시간에도 마린스키 무대 뒤에서 동료들의 공연을 지켜볼 정도로 러시아에서 발레에만 몰두하며 지낸다고 한다.


다음은 전민철과 나눈 일문일답.

마린스키 무대 오른 전민철(상트페테르부르크=연합뉴스) 마린스키 발레단의 퍼스트 솔리스트 무용수 전민철이 '잠자는 숲속의 미녀' 무대에서 춤추는 모습. [마린스키 발레단 제공. 2025년 나타샤 라지나 촬영. The Sleeping Beauty by Natasha Razina_2025 © Mariinsky Theatre] 2025.12.23 photo@yna.co.kr (끝)

마린스키 무대 오른 전민철
(상트페테르부르크=연합뉴스) 마린스키 발레단의 퍼스트 솔리스트 무용수 전민철이 '잠자는 숲속의 미녀' 무대에서 춤추는 모습. [마린스키 발레단 제공. 2025년 나타샤 라지나 촬영. The Sleeping Beauty by Natasha Razina_2025 © Mariinsky Theatre] 2025.12.23 photo@yna.co.kr (끝)


-- 전민철에게 2025년은 특별한 해다. 6월부터 마린스키 발레단에 합류했고 10월 정식 입단했다. 벌써 여러 편의 작품에도 출연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 마린스키와 관련된 기억 중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올해는 아니고 작년의 일이다. 마린스키 입단 오디션을 마치고 처음으로 마린스키 극장에서 '백조의 호수' 공연을 봤을 때다. 김기민 선배님이 춤을 추신 무대였다. 그때의 감동과 기분이 너무 좋아서 빨리 이 무대에 서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어렸을 때부터 꾼 꿈이 현실로 이뤄지고 있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서곡이 나올 때부터 웅장한 오케스트라에 몰입이 됐다. 이 발레를 이끌어 가는 김기민 선배님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도 저렇게 성장하고 싶다는 생각이 정말 많이 들었다. 내가 러시아 마린스키 극장 안에 있다는 현실이 그제야 실감이 됐다. 오디션 동안 나의 모든 발레 실력을 뽐내야 한다고 생각하다가 '합격'이라는 결과를 들은 직후여서 더욱더 그런 느낌을 받은 것 같다.


-- 백조의 호수 공연에 지크프리트 역으로 직접 무대에 올라 더욱 의미가 깊었을 것 같다.

▲ 백조의 호수 데뷔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정말 어렸을 때부터 꿈꿔온 마린스키 극장에서 이렇게 빨리 백조의 호수라는 꿈의 무대에 섰다는 것이 아직도 실감 나지 않고 너무 기쁘다. 정말 꿈만 같은 시간이었기 때문에 3시간가량 무대 위에 서는 한 순간순간들에 정성을 담고 최선을 다해 춤을 췄다. 백조의 호수 왕자 역은 처음이어서 새롭게 안무를 익히고 연습했다. 백조의 호수는 어렸을 때부터 너무 좋아한 작품이고, 여기(마린스키 극장)에서 처음 본 공연이 백조의 호수였고, 마린스키 극장의 대표작으로 많이 꼽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의 왕자 역할은 정말 감사한 일이다. 공연 후 팬들과 러시아 관객분들도 정말 많은 축하와 좋은 말씀을 해주셨다.

-- '호두까기 인형'에서 왕자로 무대에 올랐다.

▲ 호두까기 인형 출연도 너무 감사한 일이다. 백조의 호수의 지크프리트 왕자와 호두까기 인형의 왕자는 서로 굉장히 다른 캐릭터라는 생각이 든다. 호두까기 인형의 왕자는 말 그대로 동화 속 왕자님이라면 지크프리트는 좀 더 인간미 있는 왕자님 같다. 때로는 이기적이고 호기심도 많다. 그런 부분을 표현하는 데 차이가 있을 것이다. 지크프리트 역을 할 때는 춤 출 때뿐 아니라 가만히 서 있을 때, 마임을 할 때도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왕자를 표현할 수 있을지 연구하고 있다. 때로는 무심하고 이기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 않을까.

인터뷰하는 전민철(상트페테르부르크=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의 퍼스트 솔리스트 전민철이 5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극장 안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5.12.23 abbie@yna.co.kr (끝)

인터뷰하는 전민철
(상트페테르부르크=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의 퍼스트 솔리스트 전민철이 5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극장 안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5.12.23 abbie@yna.co.kr (끝)


-- 마린스키 발레단 입단을 오랫동안 꿈꿔왔다고 들었다. 꿈을 이룬 소감은.

▲ 중학교(선화예중) 3학년 때부터 마린스키를 좋아했다. 그때는 말로만 '가고 싶다'고 했고 꿈을 현실화할 생각은 안 했던 것 같다. 고등학교(선화예고) 진학 후 한예종 부설기관인 영재교육원에 다니면서 '꿈에 다가가기 위해 어떻게 성장해야 하는지'에 대한 교수님의 말씀을 들었다.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그 이후 꿈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꿈에 다가가기 위해 하나씩 차근차근 실천해 나갔더니 지금 이 자리에 있게 됐다. 마린스키에 한국인 무용수 김기민 선배님이 계셔서 입단에 대해 많은 것을 물어보고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 실제로 경험한 마린스키는 어떤가.

▲ 마린스키가 위대하고 대단하지만, 처음부터 너무 큰 기대감을 가지지는 않으려고 했다. 그냥 발레 연습을 하고, 사람들과 대화하고, 무대를 올리는 곳 중의 하나라고 생각했다. 너무 기대했다가 예상 밖의 모습에 실망하거나 지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생각을 그렇게 해와서 그런지, 실제로 마린스키에 아무런 문제가 없어서 그런지 지금은 여기서 정말 행복하게 춤추고 배우고 있다. 평생 평평한 바닥에서 발레했는데 처음 이곳의 '기울어진 무대'에 적응하는 것은 힘들었다. 러시아 황제가 전용 좌석에서 모든 무용수를 볼 수 있도록 그렇게 만들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

--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생활은 어떤가.

▲ 사실 러시아에 간다고 했을 때 한국에서는 걱정하는 분들이 많았다. 저도 걱정을 조금 했지만 막상 와보니 너무 좋았다. 6월 여름이었다. 그런데 11월쯤 추워지고 해가 짧아지면서 겨울 생활이 걱정됐다. 하지만 평소에도 나는 연습실에만 있어서 해를 거의 안 보고 살지 않았나 싶더라. 혼자 지내고 있는데 적응을 잘하고 있어서 가족도 나를 걱정하지 않는다. 러시아어는 배우고 있는데 아직 소통할 정도는 아니다. 춤을 추거나 배울 때는 언어가 문제 되지 않지만 빨리 러시아어 실력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마린스키 전민철(상트페테르부르크=연합뉴스) 마린스키 발레단의 퍼스트 솔리스트 무용수 전민철이 '지젤' 무대에서 춤추는 모습. [마린스키 발레단 제공. 2025년 미하일 빌추크 촬영. Giselle by Mikhail Vilchuk_2025 © Mariinsky Theatre 2025.12.23 photo@yna.co.kr (끝)

마린스키 전민철
(상트페테르부르크=연합뉴스) 마린스키 발레단의 퍼스트 솔리스트 무용수 전민철이 '지젤' 무대에서 춤추는 모습. [마린스키 발레단 제공. 2025년 미하일 빌추크 촬영. Giselle by Mikhail Vilchuk_2025 © Mariinsky Theatre 2025.12.23 photo@yna.co.kr (끝)


-- 초등학생 때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오디션에 도전하는 소년들의 도전을 담은 '영재발굴단'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때, 발레리노 꿈에 반대하는 아버지에게 "내가 행복한 모습은 안 보여?"라고 말한 것이 화제였다. 마린스키 무대에 선 아들을 본 아버지는 어떤 말을 해주셨나.

▲ 아버지는 지난 7월 내가 마린스키에서 처음 공연한 '라 바야데르' 작품을 보러 오셨고, "멋지다"는 말 정도만 하셨다. 우리 가족은 "네가 너무 자랑스럽고 대견하다" 이런 식의 말은 잘 안 한다. 아버지는 그런 표현 대신 "밥 먹었냐, 건강하냐" 이런 말을 많이 하신다. 나 자신도 마린스키 무대에 선 것을 자랑스럽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그냥 내 일을 하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 입단 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준 마린스키 발레단의 수석 솔리스트 김기민은 입단 후에는 어떤 조언을 해줬나.

▲ 평소에는 형이라고 부른다. 형의 공연을 보면 수석 솔리스트의 위엄이 느껴진다. 굉장히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는데 대단하시다고 생각한다. 형은 '여기서 배우는 새로운 역할들을 최대한 네 것으로 만들어서 무대에 올려라. 그렇게 한 단계씩 성장해서 몇 년 뒤에는 너만의 캐릭터가 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그 말이 나에게 깊이 새겨졌고, 다양한 춤 캐릭터마다 나의 다양한 성격을 보여주는 것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있다. 형은 무심하게 툭툭 챙겨주시는 편인데 내가 공연할 때마다 항상 축하의 말을 해주신다.

-- 마린스키라는 세계적인 발레단에서 군무단원을 거치지 않고 솔리스트로 입단했다. 그것에 그치지 않고 입단과 동시에 수석 솔리스트 바로 아래인 퍼스트 솔리스트가 됐다. 파격의 연속이다.

▲ 저도 정말 파격적이라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극장 측으로부터 어려서 세컨드 솔리스트로 입단하는 게 좋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했다. 비자 문제로 한동안 게스트 신분으로 활동하다가 10월 정식 입단할 때 퍼스트 솔리스트가 적힌 계약서를 주셨다. 너무 놀랐고 감사했다. 사실은 러시아어로 된 계약서를 제대로 안 보고 사인해서 퍼스트 솔리스트로 입단하는 줄 모르고 있었다. 그다음 날 마린스키 극장 웹사이트에 내가 퍼스트 솔리스트로 소개가 됐길래 놀라서 그제야 계약서를 보니 그렇게 적혀 있더라. (웃음)

인터뷰하는 전민철(상트페테르부르크=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의 퍼스트 솔리스트 전민철이 5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극장 안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5.12.23 abbie@yna.co.kr (끝)

인터뷰하는 전민철
(상트페테르부르크=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의 퍼스트 솔리스트 전민철이 5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극장 안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5.12.23 abbie@yna.co.kr (끝)



-- 마린스키 극장에서 만난 사람에게 물어보니 전민철을 '꽃을 많이 받는 무용수'로 알고 있더라. 팬들이 많이 찾아온다는데, 러시아 팬들도 많이 생겼나.

▲ 한국과 러시아 간 직항도 없는데 오로지 공연만을 위해 여기까지 오시는 팬들이 정말 대단하시다. 한국에서도 똑같은 공연을 할 수 있는데 왜 여기까지 오시냐고 물어봤더니 그분들은 지금의 저의 모습을 보고 싶어서 오신다고 하더라. 그래서 공연 하나하나 더욱더 후회 남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한국 팬들은 저를 '민철리노(전민철+발레리노)'라고 많이 부르는데 러시아 팬들은 '민철칙'이라고 부른다. 동료들은 발음이 어려워도 보통 '민철'이라고 부르는데 가끔 민철칙이라고 한다.

-- 러시아에서 들은 기억에 남는 평가가 있었나.

▲ 한국 팬들에게 들은 것이라 정확히 누가 어떻게 말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러시아의 유명한 마린스키 발레 팬이 나를 보고 '새로운 왕자가 나타났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데뷔작인 라 바야데르 공연 이후에는 '저 친구는 이 무대에 서야 한다'는 말도 있었다고 한다. 내가 이 무대에 잘 어우러지고 있다는 생각과 함께 더욱 빨리 이 발레단과 무대에 적응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날아오르는 전민철(상트페테르부르크=연합뉴스) 마린스키 발레단의 퍼스트 솔리스트 무용수 전민철이 '잠자는 숲속의 미녀' 무대에서 춤추는 모습. [마린스키 발레단 제공. 2025년 나타샤 라지나 촬영.The Sleeping Beauty by Natasha Razina_2025 © Mariinsky Theatre] 2025.12.23 photo@yna.co.kr (끝)

날아오르는 전민철
(상트페테르부르크=연합뉴스) 마린스키 발레단의 퍼스트 솔리스트 무용수 전민철이 '잠자는 숲속의 미녀' 무대에서 춤추는 모습. [마린스키 발레단 제공. 2025년 나타샤 라지나 촬영.The Sleeping Beauty by Natasha Razina_2025 © Mariinsky Theatre] 2025.12.23 photo@yna.co.kr (끝)



-- 발레를 안 할 때는 무엇을 하나.

▲ 여기서는 '휴식으로 에너지를 쌓는 것도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한국보다 발레 연습량이 정말 많이 줄었다. 연습은 하루에 4∼5시간 정도 하고 나머지는 개인 시간을 보낸다. 보통은 연습 후 집에 가도 할 게 없다. 하지만 극장에는 공연이 매일 있어서 너무 좋다. 아주 피곤하지 않고 여유가 있으면 백스테이지에서 보고 싶었던 공연을 본다. 영상으로 공연을 보는 것보다 직접 보는 게 더 많은 영감과 도움을 얻을 수 있다. 평소 궁금했던 무용수의 공연도 보고 내가 준비하는 작품의 다른 공연도 본다. 그러다 보면 나에게 어떤 표현이 더 어울릴지 갑자기 떠오르기도 하더라. 여기서 산책이라는 취미도 생겼다. 일정이 끝나면 마린스키 극장에서 이삭성당까지 갔다가 집으로 돌아온다. 걷는 동안 생각도 많이 정리되더라. 너무 좋은 변화다. 음악은 잘 듣지 않는다. 발레가 아닌 다른 것은 귀찮아하는 편이다.

-- 내년 1월에는 한국에서 갈라 공연을 한다. 팬들의 기대가 더 높아졌을 것 같은데 각오는.

▲ 마린스키에서 여러 가지를 배워서 달라진 모습을 기대하실 것 같아 부담되기도 했는데 그냥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으로 기다리고 있다. 무대에서 여유 있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계속해서 성장하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2026년 각오는 무용수로서 몸을 더 건강하게 지키고 올해처럼 계속 행복하게 지내는 것이다. 춤추는 게 행복해서 발레를 시작했다. 중3 때 딱 한 번 슬럼프가 왔는데 춤이 행복하지 않아서였다. 행복을 되찾고는 슬럼프가 아예 없었다. 관객들도 제 발레를 보고 행복을 느끼시면 좋겠다. 거창하게 저의 발레를 보고 발레의 꿈을 갖고 그런 게 아니더라도 다음 일주일을 사는 에너지를 얻으신다면 좋을 것 같다. 그렇게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2025년 남은 기간에는 계속해서 앞으로 설 무대를 위해 나를 다듬어 나가는 시간을 가질 것이다.

마린스키 전민철(상트페테르부르크=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의 퍼스트 솔리스트 전민철이 5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극장 안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5.12.23 abbie@yna.co.kr (끝)

마린스키 전민철
(상트페테르부르크=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의 퍼스트 솔리스트 전민철이 5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극장 안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5.12.23 abbie@yna.co.kr (끝)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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