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현 이수현법률사무소 대표 |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가 최근 밝힌 미국의 세계 안보전략에서 '북한'이라는 단어가 거의 사라졌다고 한다. 2003년 조지 부시 대통령이 북한, 이라크, 이란을 '악의 축'(Axis of Evil)으로 부른 것에 비하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또한 미국의 안보 위협요소로서 러시아나 중국도 거의 거론되지 않았다고 한다. 2차대전 이후 미국이 소련과 필사적인 체제경쟁을 벌였고 소련의 붕괴를 위해 중국과 데탕트를 추진했으며 자유무역질서에 편입된 후 중국이 강성해지자 중국 견제를 최우선적인 안보전략으로 취한 최근까지 미 정부의 태도와 상이하다. 미국의 안보위협으로 2가지를 지적했는데 역설적이게도 유럽연합과 미국 내 불법 이민자였다. 유럽연합은 미국이 유럽 내 파시즘 세력을 격퇴한 후 유럽 내 연합국 세력이 주축이 돼 만든 것이다. 미국은 이민자가 건설한 나라로 세계사의 주요 국면에서 각지에서 몰려든 이민자들이 발전시킨 나라다.
가치외교 관점에서 적일 수밖에 없는 중국, 러시아, 북한에 관대하고 동맹국인 유럽 각국과 미국 내 소중한 인적 자산인 이민자를 적으로 돌리는 미국의 입장은 충격적이다. 미 정부는 무슬림 난민에게 관대한 유럽연합이 유럽대륙 자체를 무슬림화할 것이고 이것이 유럽의 핵심요소인 백인·기독교 문명을 잠식하고 미국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하는 것 같다. 심지어 트럼프정부는 유럽연합의 이민정책에 반대하는 유럽 각국의 극우적 반이민주의 정당들의 집권을 격려한다.
자본, 상품, 노동력의 자유로운 이동을 전제로 한 세계화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그것도 그 흐름을 선두에서 주도한 미국에 의해….
미국은 2차대전에서 승리한 후, 그리고 냉전에서 소련을 패퇴시킨 후 팽창일로였던 세계 지배로 인한 피로감을 느낀다. 과다한 국방비, 달러패권으로 인한 달러의 고평가와 이로 인한 미국 내 제조업의 붕괴 등으로 인한 피로감이다.
트럼프정부는 미국의 지배권을 전 세계로부터 남북 아메리카로 스스로 줄이고 있다. 유라시아는 중국과 러시아의 지배권이고 남북미가 미국의 지배권이라는 일종의 지배권 분할을 염두에 둔 것 같다. 미국은 유럽과 아시아에서 후퇴하면서 그린란드, 캐나다, 멕시코, 베네수엘라 등엔 힘의 외교를 구사한다. 이는 태평양과 대서양을 자발적으로 포기한 것이며 그 공백으로 중국과 러시아가 팽창하고 이로 인해 아시아와 유럽 동맹국들에 안보위기를 초래한다.
미국의 태평양에서 후퇴는 20세기 초 미국-스페인 전쟁 이전으로 후퇴다. 이때 청일전쟁이 있었고 지금 대만을 둘러싼 중일갈등도 미국의 후퇴가 초래했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는 형해화되고 있으며 유럽과 아시아에 드리워졌던 미국의 핵우산도 사라질 수 있다. 이 와중에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를 획득할 것이며 한국을 비롯한 미국의 유라시아 동맹국들은 다른 핵우산 또는 자체 핵보유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내년 봄 북미 대타결이 예상된다. 북한이 국가의 기능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이는 한국에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제공할 것이다.
이수현 변호사(이수현법률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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