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뉴스
서울
맑음 / -3.9 °
머니투데이 언론사 이미지

[투데이 窓]벤처투자40조 시대, 출구가 관건이다

머니투데이 최성진스타트업성장연구소 대표
원문보기
최성진 스타트업성장연구소 대표

최성진 스타트업성장연구소 대표



정부가 발표한 올해 벤처투자는 3분기까지 전년 대비 13% 이상 증가했다. 특히 3분기 투자액은 4조원을 넘기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벤처펀드 신규 결성도 2022년 이후 감소흐름이 처음으로 반등했고 결성재원에서 민간부문의 비중이 상승한 것도 긍정적이다. 글로벌 시장 역시 AI를 중심으로 벤처투자 증가흐름이 뚜렷하다. 숫자만 놓고 보면 '벤처투자 혹한기'가 끝났다고 해도 좋을 정도다.

정부는 여기서 한 발 더 나가 '벤처투자 40조원 시대'를 만들겠다고 한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처음 등장했고 최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벤처 4대강국 도약 종합대책'에서도 목표 중 하나로 공언했다. 현재의 벤처투자 금액이 연간 약 12조원임을 감안하면 3배 이상 성장해야 하는 매우 공격적인 목표다.

문제는 이 목표가 현실이 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이 무엇이냐는 점이다. 투자규모 확대는 분명 의미가 있지만 지금의 스타트업 생태계 구조를 그대로 둔 채 숫자만 키운다면 오히려 불균형이 심해지고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벤처투자 지표를 들여다보면 투자 총액은 늘었지만 투자를 받은 기업 수는 오히려 줄었고 평균 투자금액이 크게 증가했다.

점점 더 소수의 검증된 스타트업과 후기단계 스타트업에 집중되는 추세다. 투자증가에도 현장에서는 여전히 어려운 스타트업이 많다. 이는 단순한 경기문제라기보다 구조문제다.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는 오랫동안 창업과 초기투자 확대에 정책의 초점을 맞췄지만 그 이후 단계에 대한 설계는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스타트업이 성장의 끝에서 자연스럽게 빠져나갈 수 있는 출구, 즉 회수(exit)에 대한 고민이 충분하지 않았던 것이다.

IPO는 점점 문턱이 높아지고 M&A 시장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중간회수를 가능하게 하는 세컨더리 시장도 아직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다. 출구가 좁으니 투자자 입장에서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 더 안전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고 그 결과 회수 가능성이 높은 투자에 집중한다. 이는 다시 초기 스타트업의 자금난으로 이어지고 생태계 전반의 역동성을 떨어뜨린다. 회수시장의 성장 없이 벤처투자만 40조원으로 증가한다고 상상해보면 벤처투자의 수익률은 곤두박질치고 다수의 투자자가 손실을 볼 가능성이 높다.

높은 위험에 기대수익이 낮은 시장에 다시 들어올 투자자는 없을 것이다. 벤처투자 증가가 오히려 시장의 붕괴를 가져올 수도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모태펀드의 연평균 수익률이 8%가량이다. 적절히 위험을 분산할 수 있다면 꽤 매력적인 대체투자 영역이다. 따라서 벤처투자의 입구를 넓히는 정책도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40조원 정도로 대폭 확대하기 위해선 정책의 초점은 오히려 출구를 향해야 한다. 정부도 이 점을 모르지 않기 때문에 회수시장 활성화를 '종합대책'에 포함한 것이다.


새 정부가 '벤처투자 40조원 시대'를 선언하며 스타트업 육성에 강한 의지를 보이는 것은 분명 긍정적인 신호다. 그러나 투자규모 확대만으로는 생태계의 경쟁력을 키우기 어렵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돈이 순환할 수 있는 구조다. 코스피의 2부 시장으로 전락한 코스닥을 혁신하고 대기업과 스타트업간 M&A를 활성화하며 세컨더리 시장을 키워 초기투자자의 회수 가능성을 높이고 실패와 재도전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트랙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2026년을 앞둔 지금 스타트업 정책의 질문은 바뀌어야 한다. "얼마나 투자했는가"가 아니라 "스타트업이 어디로 나갈 수 있는가"다. 출구가 열릴 때 투자는 다시 입구로 돌아오고 그 선순환 속에서 새로운 혁신기업이 탄생한다. 벤처투자 40조원 시대의 성패는 결국 출구설계에 달렸다.

최성진 스타트업성장연구소 대표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info icon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AI 이슈 트렌드

실시간
  1. 1박원숙 컨디션 난조
    박원숙 컨디션 난조
  2. 2윤정수 원진서 결혼
    윤정수 원진서 결혼
  3. 3통일교 특검 수사
    통일교 특검 수사
  4. 4박지훈 정관장 삼성 승리
    박지훈 정관장 삼성 승리
  5. 5김장훈 미르 신부 얼굴 노출 사과
    김장훈 미르 신부 얼굴 노출 사과

머니투데이 하이라이트

파워링크

광고
링크등록

당신만의 뉴스 Pick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