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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소 민족의 독립 청원서, 어떻게 美 언론 30곳에 기사화됐을까

조선일보 유석재 역사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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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자료로 되짚는 이승만의 생애]
⑦외교 독립운동을 위한 보도자료
“한국인들, 일본의 분노를 무릅쓰고 워싱턴 회의에 탄원서를 제출하다(KOREANS BREAVE WRATH OF JAPANESE TO PRESENT MEMORIAL TO CONFERENCE).”

종이에 타자기로 타이핑돼 있고, 왼쪽 상단에 ‘배포 일시: 1922년 1월 2일 월요일 조간신문’이라 적힌 이 영문 문서의 정체는 무엇인가? 바로 ‘보도자료’다. 기사가 언론에 보도되기를 원하는 기관이 정보를 담아 언론사에 배포하는 자료다.

연세대 이승만연구원의 자료 더미 속에서 최근 한국학중앙연구원의 ‘미공개 이승만 문서 정리·분류 및 DB화 사업’으로 처음 발굴된 이 자료는 1921년 11월부터 1922년 2월까지 열린 ‘워싱턴 회의’ 당시 이승만이 외교 독립 운동을 어떻게 펼쳤는지 보여 준다.

자료는 “24명 체포되다” “여러 명이 처형 당하다”란 문구 아래 다음과 같은 내용을 썼다. “워싱턴, 12월 30일: 한국 문제 청원을 위해 워싱턴 회의에 드리는 호소문은 오늘 밤 이곳에서 발표됐다. 이 호소문에는 왕실부터 노동조합에 이르기까지 모든 계층을 대표하는 한국인들의 이름이 청원자로 서명돼 있다.”

워싱턴 회의 당시 한국대표단의 단장 이승만(왼쪽)과 부단장 서재필. /이승만대통령기념재단

워싱턴 회의 당시 한국대표단의 단장 이승만(왼쪽)과 부단장 서재필. /이승만대통령기념재단


한국대표단이 미국 각 언론에 보낸 보도자료. /연세대 이승만연구원

한국대표단이 미국 각 언론에 보낸 보도자료. /연세대 이승만연구원


업무 중인 이승만 한국대표단장. /연세대 이승만연구원

업무 중인 이승만 한국대표단장. /연세대 이승만연구원


1918년 제1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선 여전히 전후 국제 질서의 재편이 필요했다. 영국, 프랑스, 일본, 이탈리아 등 열강은 1921년 미국 워싱턴 DC에 모여 해군 군축과 태평양·극동 문제에 대한 협상을 시작했다.

워싱턴에선 이미 독립을 인정받고자 하는 여러 약소 민족의 대표단이 회의 개최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중에는 1919년 이승만이 창설한 대한민국 임시정부 구미위원부도 있었다. 상하이에서 워싱턴으로 건너온 이승만은 전열을 정비하고 워싱턴 회의 외교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가장 먼저 추진한 것은 ‘한국대표단(Korean Mission)’의 결성이었다. 공식 초청은 받지 못했으나 워싱턴 회의 참석이 목표였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1921년 9월 9일 한국 대표단에 워싱턴 회의에 대한 전권을 부여했다. 임시정부 대통령 이승만이 단장을 맡았고 구미위원부 임시위원장 서재필이 부단장, 정한경과 프레드 돌프가 각각 서기와 고문으로 임명됐다. 찰스 토머스 전 상원의원이 특별고문으로 합류했다.

이승만이 이끄는 한국 대표단은 워싱턴 회의 대표단에 한국 문제 상정을 위한 청원 외교를 수행하는 한편, 미국 대중과 국제 여론을 상대로 한국 독립의 지지를 얻기 위한 공공 외교도 전개했다.

회의 기간 외교 문건 6건을 각국 대표단에 제출했는데, 가장 언론의 관심을 받은 문서는 이상재·신흥우 등을 통해 전달된 ‘한국인민치태평양회의서(韓國人民治太平洋會議書)’였다. 황족 대표인 의친왕 이강을 비롯해 귀족 대표 김윤식·민영규, YMCA를 비롯한 단체 대표 101명, 전국 군(郡) 단위 지역 대표 271명 등 총 372명의 서명과 인감이 들어 있었다.


이 내용은 미국 언론 30곳 이상에 크게 보도됐다. 더 글로브는 “워싱턴 회의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문서”라고 논평했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주목받지 못하던 약소 민족 대표단인 한국 대표단은 청원 외교 문건과 별개로 보도자료를 작성해 언론사에 배포하는 홍보전을 펼쳤던 것이다. 보도자료는 “한국을 독립적인 완충 국가로 지위를 회복시키지 않고서는 아시아의 평화는 유지될 수 없다”고 당당히 밝혔다.

[유석재 역사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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