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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형의 퍼스펙티브] AI 시대 교육, 문제 찾아 정의하는 인재 양성에 초점 맞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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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달라지는 교육의 방향



이광형 KAIST 총장

이광형 KAIST 총장

“아는 것이 힘이다.”

16~17세기 영국의 경험론자 프랜시스 베이컨이 남긴 말로서 우리는 그동안 이를 신봉하면서 현대 문명을 일궈 왔다. 그런데 인공지능(AI) 시대가 되면서 이 베이컨의 말이 점차 위력을 잃어가고 있다. AI가 우리 인간이 가지고 있는 지식과 암기 능력의 가치를 축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10년 뒤에는 AI가 대체로 인간의 지능을 능가하는 싱귤래러티(Singularity) 시대가 올 것이다. 현재는 지식과 암기 능력이 중요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중요성이 급격히 줄어들 것이다.



‘아는 것이 힘’은 과거 얘기, AI는 지식과 암기 능력의 가치 축소시켜

이제는 ‘AI 활용이 힘’…AI의 역할 확대할수록 인간의 역할도 달라져


문제 해결은 AI가 잘하더라도 질문하고 문제 정의하는 주체는 인간

AI 개발·활용 능력 키우되 인간 중심의 인문학 교육도 소홀히 말아야

[셔터스톡]

[셔터스톡]


AI가 지식을 제공해주다 보니 전문 지식이 필요한 영역의 직업이 가장 먼저 AI에 의해서 위협받고 있다. 변리사·변호사·의사·세무사·번역사와 같은 직업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관련 업계에서 신입 직원 채용 규모가 줄어드는 현상은 이러한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 걸음 더 나아가 AI는 지식의 단계를 넘어서 창의적인 시도를 하며 우리 인간의 영역을 침범하고 있다. 문학 작품을 쓰고, 음악을 작곡하고, 그림을 그리며 더욱 새로운 시도를 통해 우리 인간의 창의력을 흉내 내고 있다.

과학·기술 연구 돕는 AI 출현

더 나아가 과학기술 연구 역시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노벨 화학상은 단백질의 구조를 예측하는 AI를 만든 학자들이 받았다. 인간이 수개월, 수년 동안 끙끙대던 단백질 구조 예측을 단 몇 분 만에 해준다. 중국과학원에서는 지난 8월 ‘반석’이라는 AI 모델을 발표했다. 반석 AI는 수학·물리·화학·생물·지구과학·천문학 등의 전반적인 지식을 학습한 뒤 이를 연구·기획·검증 등에 활용한다. 인간이 연구 문제를 정의하면 반석이 문헌 조사는 물론 연구 기획과 가설 검증을 위한 조언까지 해준다.

한편 실험실에서 생물·화학 실험을 대신해 주고 데이터 처리를 해주는 AI 로봇이 개발되고 있다. 인간이 수작업으로 수행하던 것보다 훨씬 시간을 절약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기존에는 ‘불이 꺼지지 않는 연구실’을 미덕으로 추앙해 왔다. 그러나 그 말은 더 이상 칭송이 아니게 될 것이다. 아직도 사람 손으로 실험하는 구닥다리 연구실로 기피 대상이 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과학 연구에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 지난달 말에 ‘제네시스 미션’이라는 대형 프로젝트를 출범시키면서 이를 ‘제2의 맨해튼 프로젝트’에 비유했다. 과학기술 연구에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기반을 갖추라는 행정 명령을 발표한 것이다.

컴퓨터 프로그래밍 또는 코딩 분야에서도 인공지능이 놀라운 발전을 보인다. AI 자체가 프로그램임에도 불구하고 AI가 스스로 프로그램을 작성하고 있다. 그 여파로 구글과 같은 세계적인 빅테크 회사들이 코딩 인력 채용을 상당 부분 축소하고 있다. 구글의 AI인 제미나이는 지난 9월 세계 코딩 대회에서 금메달 수준의 성과를 냈다. 국제 대학생 프로그래밍 경진대회에서 12개의 문제 중에서 10개를 구글 제미나이가 해결했다. 이것은 모든 인간 참가팀과 함께 비교했을 때 2위의 성적이다.

AI 시대 맞은 인간의 역할은

이처럼 AI의 역할이 점차 확대될수록 인간의 역할은 상당히 변화할 수밖에 없다. 특히 우리가 교육하고 있는 현재의 어린 학생들이 살아갈 2040~2050년대에는 인간이 할 일이 지금과 매우 달라져 있을 것이다. 크게 보면 앞으로 인간의 역할은 세 가지로 예상해 볼 수 있다.

첫 번째로 인간이 할 일은 ‘문제를 정의’하는 일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AI가 점점 더 잘 수행할 것이다. 인간은 일상생활 속에서 불편·비효율·개선점을 발견해 이를 문제로 정의하고 AI에게 일을 시키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혹자는 문제를 정의하는 일조차 AI가 더 잘하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술의 최종 사용자는 인간이고 판단하는 주체도 인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이 현재 기술의 부족함과 불편 사항을 가장 잘 알 수 있다. 인간은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것, 더 나은 상태를 추구한다. 일상생활에서 더 편리하고, 더 효율적이고, 덜 위험한 일들을 찾는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무엇이 문제인지,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지를 찾아 정의하는 일이 앞으로 우리 인간이 할 가장 중요한 일이고 이것이 바로 인류 문명의 발전 방향을 정하는 일이 될 것이다.

AI도 결국 인간이 만든 것

두 번째는 AI를 잘 만들고 잘 활용하는 일이다. AI도 결국 인간이 정의하고 만들어 낸 것이다. 따라서 이를 어떻게 만들고 활용할 것인지는 인간의 선택에 달려 있으며 그 때문에 그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 AI를 활용해서 새로운 서비스를 기획하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일들은 인간의 몫이다.

AI는 인간이 만들었지만, 인간보다 지능이 뛰어난 주체가 될 것이다. 그러한 AI를 제대로 활용하고 통제하려면 인간이 AI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한다. AI에 지배를 받지 않기 위해서 오히려 AI를 더 연구해야 할 것이다. AI를 잘 아는 사람이 세상을 주도하게 될 것이다. AI의 역할이 커질수록 AI를 만드는 사람의 영향력과 지배력은 더욱 커지게 된다.

세 번째로 인간이 할 일은 휴머니즘 사회를 고양하고 발전시키는 일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살아온 현대 문명을 주도해 온 주체는 인간이다. 인간과 지능이 비슷한 존재인 AI가 등장한 상황에서는 AI를 인정하고 공존하고자 하는 의식이 필요하다. AI를 무시하고 활용하지 않거나 배척한다면 사회의 효율성도 떨어지고 나중에는 갈등이 생길 위험성도 존재한다.

미래의 인간이 해야 할 일은 지금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휴머니즘 중심의 사회질서를 인간과 AI가 공존하는 사회질서로 재정립하는 일이다. 인간성에 대한 인식, 인간 사이의 협동, 그리고 인간과 AI의 관계를 성찰하고 이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 일은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인간의 몫이다.

인간 교육·훈련은 더 중요해져

그렇다면 우리의 교육은 AI 시대에 어떻게 전환돼야 할까. 그 방향을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모든 교육은 AI 기반으로 진행돼야 한다. 교실 수업과 숙제도 AI를 이용하게 한다. 지식 전달 강의는 절반으로 줄이고 나머지 절반은 문제를 발굴하고 정의하며 스스로 해결하는 내용으로 한다. 창의와 도전, 그리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정신으로 변화를 만들어갈 자신감을 심어 주어야 한다. 이렇게 양육된 사람이 미래를 주도하며 당당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둘째, AI를 개발하고 활용하는 능력을 체계적으로 키워야 한다. AI의 원리, 알고리즘, 기초적인 코딩 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AI를 설계하고 응용할 수 있어야 한다. 남이 만든 AI, 다른 나라가 만든 AI를 사용하는 사회는 결국 그 안에 담긴 사상의 지배를 받게 된다. 우리의 문화와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서 스스로 AI를 개발하고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은 필수적이다. 이른바 ‘소버린 AI’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셋째, 인문·사회·문화·예술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인류가 오랜 시간에 걸쳐 이어온 인간 중심의 사회, 휴머니즘 사회를 기계 중심이 아닌 인간 중심의 사회로 계속 발전시킬 수 있는 기초 소양을 길러줘야 한다. 이를 위해 AI의 발전으로 인해 자칫 소홀하기 쉬운 인문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인간이 AI에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사고와 성찰을 포함한 정신 활동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 이에 더해 신체 활동의 감소까지 겹치면 인간은 퇴화하는 동물이 될 위험이 있다. AI 시대에는 정신과 신체를 단련하는 교육과 훈련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다.

또한 AI가 인간의 일을 대신하면 인간에게는 더 많은 여가 시간이 주어질 것이다. 이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인간의 삶의 질을 좌우한다. 문화·예술 소양을 바탕으로 여가를 의미 있게 활용하는 능력은 정신과 신체가 건강한 사람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본 조건이 될 것이다. 여가 활용도 AI를 활용하면 더욱 즐거운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미래에는 모든 분야에서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 대신에 “AI 활용이 힘이다”라는 말이 회자될 것 같다.

이광형 KAIST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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