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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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매립 금지, 민간위탁 의존 예상
처리비 오르면 재정부담 커질 듯
재활용 공공 인프라 확대 나서야
공공소각장을 준비하지 않은 지자체는 대부분 민간 위탁을 선택할 전망이다. 민간 소각업체에서 바로 태우거나 민간 재활용업체를 경유해 시멘트 제조시설 등에서 태울 것으로 보인다. 2020년 수도권매립지 반입 총량제 시행 이후부터 생활폐기물 민간 위탁은 이미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기후부의 전국 폐기물 발생 및 처리 현황 통계에 따르면 수도권 지자체의 종량제 폐기물 민간 위탁량은 2020년 32만t에서 2023년 76만t으로 2.4배 증가했다. 공공 매립장에 매립하는 62만t까지 민간 위탁으로 전환되면 모두 138만t의 생활폐기물이 민간시설에 의존하게 된다.
직매립을 금지하고 공공소각장에서 처리할 수 없는 폐기물을 민간위탁하더라도 당장 쓰레기 대란이 일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다만 민간시장에 한꺼번에 폐기물이 몰려갈 경우 처리비 인상에 따른 재정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 직매립 금지와 그에 따른 민간 위탁량 증가 상황에서 당장 급한 불에도 대응이 필요하지만, 더 큰 틀에서 문제를 입체적으로 바라봐야 한다.
첫째, 수도권 생활폐기물의 지역 간 이동 문제가 발생한다. 수도권 소재 민간업체에서 모두 처리할 수 없기 때문에 충청권 등에 있는 민간업체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수도권 외 지역 주민의 관점에서 보면 수도권 지역의 집단이기주의로 비칠 수 있다. 더구나 민간처리시설은 생활폐기물 반입 협력금 대상이 아니다. 생활폐기물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도 폐기물 배출 지자체에 반입 협력금을 징수해 처리 지역 주민들에게 현행법으로는 지원할 수 없다. 직매립 금지라는 원칙을 지키느라 또 다른 지역의 희생을 요구한다면 공정한가.
둘째, 민간처리시설 처리용량은 충분한가. 2023년 기준으로 민간 소각시설은 연간 330일간 가동한다고 가정할 경우 가동률은 91%다. 수도권 매립 물량이 전량 민간 소각으로 갈 경우 가동률이 100%를 넘긴다. 물론 허가용량 대비 130% 소각이 가능하기 때문에 처리가 가능하다고 볼 수도 있다. 그렇지만 허가용량을 100% 초과한 상태로 지속해서 소각시설을 가동한다면 정상적이라 할 수 없다.
생활폐기물을 처리하는 또 다른 한 축인 시멘트 제조시설의 경우에도 건설 경기 불황에 따른 시멘트 소비 감축으로 보조연료로 폐기물을 받을 수 있는 여력이 크게 줄었다. 재활용업체로 반입된 폐기물이 방치되거나 불법 투기 폐기물이 된 사례도 있어서 주의가 필요하다. 지금 당장은 민간위탁이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장기적으로 보면 폐기물 처리시장 변동에 구조적으로 취약해진 것은 분명하다.
셋째, 공공소각장 확대는 앞으로 잘 진행될까. 민간위탁을 통해 생활폐기물 처리에 문제가 없다는 인식이 형성되면 공공소각장 설치에 대한 주민 반대 여론이 더 커질 수 있다. 민간위탁이 공공인프라 확충에 걸림돌이 되면서 임시 대안에 그치지 않고 굳어질 수 있다. 넷째,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조치가 폐기물의 소각량 증대로만 이어질 경우 국가탄소감축계획(NDC)과 상충한다. 2035년까지 폐기물 분야 탄소배출을 줄이려면 소각 및 매립의 절대량을 줄여야 하는데, 소각량이 증가하면 탄소감축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폐기물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직매립 금지는 필요하다. 그렇다고 실을 바늘허리에 꿰어 쓸 수는 없다. 2005년 음식물쓰레기 직매립 금지 정책 강행으로 음식물쓰레기 자원화 시장의 엄청난 왜곡이 발생했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생활폐기물 처리는 재활용 공공인프라가 중심이 돼야 한다. 공공소각장 건설에 매몰되지 말고 소각량을 줄이도록 종량제 봉투 전(前) 처리시설 확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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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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