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경제+
이번에도 ‘탈팡’(쿠팡 멤버십 생태계 탈퇴)은 어려운 걸까. 지난해 구독료 58% 인상에도 쿠팡이 걸어놓은 록인(Lock-in·고객 이탈 방지)은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대안이 없으니까. 그런데 최근, 조금씩 다른 반응들이 감지된다. 이 커머스 저 커머스 할 것 없이 당일·새벽·지정 배송 다 가능하다고 외치는 시대. 쿠팡만이 답일까? 유출 사태 이후 쿠팡과 잠시 멀어졌던 소비자들은 의구심을 갖기 시작했다. 1강이 주춤하는 사이, 경쟁자들은 소비자들의 새로운 선택 기준으로 부상한 ‘보안’을 강조하며 틈을 노린다. 달라지고 있는 소비자의 마음, 조용히 참전을 준비하는 경쟁사들 사이에서 쿠팡은 한국 이커머스 시장 1위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까.
쿠팡 사태 그 후, 이커머스 지각변동
■ 경제+
이번에도 ‘탈팡’(쿠팡 멤버십 생태계 탈퇴)은 어려운 걸까. 지난해 구독료 58% 인상에도 쿠팡이 걸어놓은 록인(Lock-in·고객 이탈 방지)은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대안이 없으니까. 그런데 최근, 조금씩 다른 반응들이 감지된다. 이 커머스 저 커머스 할 것 없이 당일·새벽·지정 배송 다 가능하다고 외치는 시대. 쿠팡만이 답일까? 유출 사태 이후 쿠팡과 잠시 멀어졌던 소비자들은 의구심을 갖기 시작했다. 1강이 주춤하는 사이, 경쟁자들은 소비자들의 새로운 선택 기준으로 부상한 ‘보안’을 강조하며 틈을 노린다. 달라지고 있는 소비자의 마음, 조용히 참전을 준비하는 경쟁사들 사이에서 쿠팡은 한국 이커머스 시장 1위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까.
이름·이메일·전화번호·주소·주문 내역 등 약 3370만 개 회원 정보가 털렸다. 최근 기업들의 고객 정보 유출 사태가 빈번하긴 했지만, 그중에서도 질과 양 모두 역대급 규모다. 데이터 분석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 자료를 보면 쿠팡 일간이용자수(DAU)는 쿠팡이 정보 유출을 공지하기 전날인 지난달 28일 약 1570만 명에서 지난 19일 1488만 명으로 약 5% 감소하는 데 그쳤다.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은 지난 1일 발간 보고서에서 이번 사태로 쿠팡 고객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실상 대체 불가능한 시장 지위, 한국 소비자들의 낮은 데이터 유출 민감도 등을 근거로 들었다. 서울에 사는 3인 가구인 조모(38)씨는 “통관번호랑 비밀번호, 결제 계좌 등만 바꾼 후 다시 쓰고 있다. 급할 때 각종 생필품을 바로 조달할 수 있으니 그 편의를 놓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수년간 쿠팡에서 쌓은 사람들의 소비 습관이 있으니 단기간 내 급격한 이탈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반면에 서울에 사는 2인 가구 김모(34)씨는 “이번 건은 쿠팡이 확실히 선을 넘었다”는 반응. 구독료 인상에 각종 노동권 문제, 교묘한 다크패턴 등 온갖 이슈에도 ‘대안이 없으니’ 써왔지만 대규모 고객 정보 유출까지 봐줄 순 없다는 것이다. 그는 “네이버와 배달의민족 B마트 등을 섞어가며 쓰고 있다”고 했다. 한 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사람들은 현재 쿠팡의 대처를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에 따라 향후 고객 이탈 혹은 유입 등이 더 가시화될 수 있다”고 봤다.
김경진 기자 |
◆위기 or 기회? 복잡해진 셈법=올해 한국 이커머스는 전반적으로 어려웠다. 고물가 영향으로 소비자 구매 여력은 떨어지고 출혈 경쟁이 이어지면서 인터파크커머스 등 파산하는 업체들도 생겨났다. 이때 발발한 쿠팡 사태. 위기에 빠진 이커머스에 불을 붙인 꼴인지, 아니면 굳건한 1강에 균열이 생기며 기회가 생긴 건지 업계의 셈법은 복잡해졌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몰 거래액 기준 시장점유율 1위는 쿠팡(22.7%), 2위는 네이버(20.7%)였다. 그 뒤는 G마켓·옥션(8%), SSG닷컴(3%) 등이 잇고 있다. 리서치기업 오픈서베이가 전국 만 15~69세 1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온라인 쇼핑 트렌드 2025’ 리포트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다양한 이커머스 플랫폼을 상황에 맞게 멀티호밍(중복 이용)하며 이용하고 있다. 특히 쿠팡에서는 여러 품목을 자주 구매하고, 네이버에서는 한 번에 고액 주문하는 패턴을 보였다. 카카오쇼핑은 화장품·향수 구매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주간 평균 구매 빈도는 쿠팡이 1.65회로 가장 높았다.
김경진 기자 |
업계에서는 이번 유출 사태 이후 소비자들이 다른 이커머스를 경험하게 되면 쿠팡만이 답이 아니라는 인식을 학습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 대부분의 이커머스가 익일배송 및 도착보장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로켓배송이 더 이상 독보적인 배송 서비스는 아니다”고 했다. 쿠팡이츠·쿠팡플레이 등 무료배달과 OTT가 결합된 멤버십 형태도 이젠 쿠팡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은 넷플릭스·요기요 등과 제휴해 무료 구독 혜택을 제공하고 있고, SSG닷컴은 내년 출시 예정인 신규 멤버십 ‘쓱세븐클럽’에서 티빙과 손을 잡았다.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가장 먼저 흔들릴 것처럼 보였던 축은 판매자, 즉 셀러다. 하지만 업계에선 “당장 눈에 띄는 이동은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대부분의 셀러들은 이미 쿠팡, 네이버, 오픈마켓, 자사몰 등을 병행하는 멀티호밍 구조로 물건을 팔고 있어서다. 판매자들의 선택은 쿠팡을 떠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디에 먼저 자원을 투입하느냐의 문제로 옮겨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신뢰도와 운영 안정성이 높다고 평가받는 플랫폼 쪽으로 마케팅 화력이 이동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한 셀러는 “쿠팡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지만,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해당 플랫폼 매출이 30% 정도 빠졌다”며 “대신 네이버 쇼핑에서 클릭당 과금(CPC) 검색 광고를 더 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커머스에 던져진 뉴노멀, 보안=이번 쿠팡 개인정보 탈취 사태를 계기로 업계에선 단순한 해킹 사고를 넘어 권한 관리와 인증 정보 운영, 내부 접근 통제 등 보안 거버넌스 전반의 구조적 문제가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내부 인력과 협력사, 외주 인력까지 접점이 넓어진 대형 이커머스 특성상 보안은 기술이 아니라 운영의 문제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보안은 비용이나 의무가 아니라 경쟁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안전한 운영, 투명성을 전면에 내세운 플랫폼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네이버의 경우 2012년부터 내부통제 감사 보고서 체계(SOC)를 매년 갱신하고 있다. G마켓은 지난해 정보보호 투자 비중을 전체 매출의 14.1%로 전년(9.7%) 대비 크게 늘렸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보보호 및 개인정보보호 관리체계 인증(ISMS-P) 여부만으로는 실제 보안 수준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형식적 인증보단 평상시 내부 접근 권한 관리나 사고 발생 시 대응 체계 작동 여부가 더 중요해졌다”고 했다.
쿠팡 사태 이후 업계의 시선은 ‘지금의 1강 체제가 유지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단기간에 시장 지위가 뒤바뀌지는 않겠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일정 부분 재편이 시작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실제 소비자들은 이미 여러 플랫폼을 병행하는 데 익숙하다. 급할 때는 쿠팡, 가격 비교는 네이버, 장보기는 SSG, 특화 상품은 컬리처럼 상황에 따라 플랫폼을 나눠 쓰는 패턴이 자리 잡았다. 이런 환경에서는 절대 강자보다는 각자 강점이 뚜렷한 복수의 플랫폼이 공존하는 구조가 더 자연스럽다.
향후 이커머스 경쟁의 또 다른 축은 AI 기반 초개인화다. 각 이용자에게 어떤 상품과 정보를 어떤 순간에 보여주냐가 중요한 경쟁 포인트다. 네이버는 검색·추천·결제까지 이어지는 쇼핑 전 과정에 AI를 접목하며 개인화 경험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내년 봄에는 AI 에이전트 출시를 통해 새로운 쇼핑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 업계 관계자는 “AI 커머스가 본격화되더라도 정보 유출 피로도가 높아진 이용자들의 반응을 면밀히 고려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업계에선 AI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오히려 커머스의 기본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추천 알고리즘이나 배송 속도는 경쟁사들이 비교적 빠르게 따라올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G마켓 관계자는 “경쟁력 있는 우수 셀러 영입을 위해 다양한 판매 지원 활동을 이어가며 오픈마켓 기반인 상품 셀렉션 확대 및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차이를 만드는 것은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적절한 가격에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지, 그 과정에서 신뢰를 유지할 수 있는지에 달렸다는 의미다.
■ 혁신의 최전선에서 비즈니스의 미래를 봅니다. 첨단 산업의 '미래검증 보고서' 더중플에서 더 빨리 확인하세요.
QR코드를 스캔해 The JoongAng Plus에 접속하면, 혁신의 최전선을 들여다보는 ‘팩플’의 보다 많은 콘텐트를 볼 수 있습니다. |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90136
“배민은 식었고 쿠팡도 싫다” 손님 입맛 되돌릴 배달전쟁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90742
20대 창업자, 월 1000만원 번다…토스가 만든 ‘미니앱’ 뭐길래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91062
비번 바꾸면 맨날 까먹는다? “강력 권장” 해킹 피해 막는 법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89022
홍상지·권유진 기자
▶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