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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군 희생으로 그어진 휴전선, 한 정권이 양보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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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마을 모습. /뉴스1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마을 모습. /뉴스1


합동참모본부가 지난 9월 군사분계선(MDL) 기준을 북한 측에 더 유리하게 바꾼 지침서를 전방 부대에 지시했다. 최전방 부대는 그동안 우리 군 지도에 표기된 MDL을 바탕으로 대북 작전을 했다. 그런데 지침서에는 우리 군 MDL과 유엔군사령부 MDL이 다르면 둘 중 더 남쪽 선을 MDL로 간주하라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이에 따라 MDL이 기존보다 남쪽으로 수십 미터 후퇴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분계선은 정전협정 체결 당시 1292개의 표지판을 세워 경계를 구분했는데, 유실돼 지금은 200여 개만 남아있다. 그사이 우리 군과 유엔사는 각자 MDL을 측량해 지도에 표기해왔다. 현재 우리 군과 유엔사의 분계선은 60%가량 일치하지 않는다고 한다.

북한은 측량을 핑계로 분계선을 꾸준히 침범했다. 작년 4월부터는 대규모 병력을 동원해 분계선 일대에 콘크리트 장벽을 설치하는 ‘국경선화’ 작업을 시작하면서 MDL 침범이 더욱 잦아졌다. 이번 지침서 하달은 북한의 침범을 용인하라는 뜻으로 읽힐 수 있다. 이와 같은 국경선 자진 후퇴는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다. 중국과 인도는 히말라야 일대에서 국경 분쟁으로 난투극까지 벌였고, 수십 명이 죽거나 다쳤다. 수십 미터의 차이를 두고 서로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합참의 지침서 하달은 현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북한과 대화하겠다며 대북 방송을 50년 만에 중단했고, 북한이 일방 파기했던 9·19 군사 합의 복원을 선언했다. 한미 연합 훈련을 미뤘고, 필요하면 중단도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더니 국경선 후퇴나 마찬가지인 분계선 지침서까지 만들어 하달했다. 지금 분계선은 6·25 전쟁 당시 치열한 고지전 끝에 만들어졌다. 많은 국군 장병이 몇 미터라도 더 나아가려고 희생했다. 이번 지침서는 그 무거운 희생을 무시하는 가벼운 결정이다. 한 정권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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