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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세까지 문화유산해설사 활약…미국이 사랑한 할머니 하늘나라로

동아일보 조혜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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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3년만에 104세로 별세
베티 레이드 소스킨. 출처= NPS X(트위터)

베티 레이드 소스킨. 출처= NPS X(트위터)


미국의 최고령 ‘파크 레인저’(국립공원 순찰대원)으로 일한 베티 레이드 소스킨이 21일(현지 시간) 세상을 떠났다. 향년 104세.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소스킨이 캘리포니아 리치먼드에 위치한 자택에서 눈을 감았다고 보도했다. 빈민가 출신의 흑인 여성인 고인은 인종 차별과 제2차 세계대전 등 파란만장한 삶을 경험했다. 미국 격동의 시기를 몸소 겪은 그는 남들은 은퇴한 나이인 86세에 미국 국립공원관리청(NPS)의 문화유산 해설사로 채용돼 유명세를 얻었다.

고인은 1921년 북부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태어나 남부 루이지애나주 빈민가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첫 남편과 결혼해 버클리에서 음반 판매점을 운영하며 네 자녀를 키웠다. 이혼 등을 겪은 고인은 이후 시의원의 입법 보좌관으로 일했고, 2003년 블로그를 시작하며 자신의 회고록이 기초가 되는 글들을 작성했다.

이 시기에 소스킨은 NPS 자문위원으로 임명됐다. 이를 인연으로 2007년 86세의 나이에 파크 레인저로 일하게 됐다. 관람객과 지역 사회는 2차 세계대전과 인종차별, 가난 등을 경험한 그가 자신의 삶을 역사 지식과 버무려 들려주는 해설에 열광했다. 고인의 해설 투어는 큰 인기를 끌며 수개월 치 예약이 한꺼번에 매진될 정도였다.

오바마 전 대통령과 소스킨. 출처= 오바마 X

오바마 전 대통령과 소스킨. 출처= 오바마 X


고인은 지역구 하원의원인 조지 밀러의 초청으로 2009년 워싱턴 D.C.의 내셔널 몰에서 열린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의 취임식을 지켜봤다. 2015년에는 NPS를 대표해 백악관 성탄절 트리 점등식에 제복을 입고 참석해 오바마 대통령을 소개하는 역할을 맡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녀에게 대통령 인장이 새겨진 기념 주화를 선물했다.

고인의 주머니에는 노예로 태어난 증조할머니의 사진이 늘 있었다. 그는 오바마 전 대통령을 만났던 그날 오후 뉴올리언스 타임스-피카윤과의 인터뷰에서 “제 옷 주머니에는 증조할머니가, (눈 앞에는) 미국 최초 흑인 미국인 대통령이 함께 있었다. 정말 시적인 순간이었다. 이보다 더 미국적인 게 있을까”라며 감격스러운 소회를 밝혔다.


2019년 뇌졸중을 겪은 고인은 고령으로 거동이 불편해지자 2022년 3월 31일 마지막 근무를 끝으로 은퇴했다. 고인은 “파란만장했던 내 삶의 경험이 역사적인 장소들을 널리 알리는 데 도움이 됐다는 사실이 놀라웠다”고 은퇴 소감을 전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당신에게 얼마나 감사하는지 알아달라”고 했다.

조혜선 기자 hs87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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