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생활을 하며, 법정에 선 내란 수괴를 두 번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첫 번째는 12·12 및 5·18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이다. 1996년 법조 출입기자이던 나는 매주 월요일 오전 10시 서울지법(현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 자리를 잡았다. 1심 재판장 김영일 부장판사(2024년 작고)는 거의 매번 오후 9~10시까지 재판을 진행했다. 지친 기자들은 수의(囚衣) 차림의 전두환과 노태우를 보며 푸념하곤 했다. “요즘 저 사람들을 우리 가족보다 더 자주, 오래 보는 거 같아.”
두 번째는 물론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재판은 29년 전과 같은 곳에서 열린다. 법정에 간 적은 없지만, 생중계 재판을 몇 차례 봤다. 지귀연 부장판사의 재판 진행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겠다. 다만 29년 전과 다르다는 점은 분명하다. 당시 김영일 재판장은 주 2회로 공판을 늘린 데 변호인단이 항의해 불참하자 국선변호인을 직권 선임했다.
대법원이 지난 18일 예규를 제정해 내란·외환·반란죄 사건을 전담재판부가 맡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사건은 무작위 배당하고, 전담재판부는 다른 사건을 맡지 않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해온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안’의 국회 통과가 임박하자 자구책으로 내놓은 인상이 짙다.
두 번째는 물론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재판은 29년 전과 같은 곳에서 열린다. 법정에 간 적은 없지만, 생중계 재판을 몇 차례 봤다. 지귀연 부장판사의 재판 진행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겠다. 다만 29년 전과 다르다는 점은 분명하다. 당시 김영일 재판장은 주 2회로 공판을 늘린 데 변호인단이 항의해 불참하자 국선변호인을 직권 선임했다.
대법원이 지난 18일 예규를 제정해 내란·외환·반란죄 사건을 전담재판부가 맡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사건은 무작위 배당하고, 전담재판부는 다른 사건을 맡지 않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해온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안’의 국회 통과가 임박하자 자구책으로 내놓은 인상이 짙다.
대법원 관계자는 애써 부인한다. 9월12일 전국법원장회의 때부터 논의됐고, 9월22일 서울고법이 ‘집중심리’ 운영 방침을 발표하자 법원행정처에서 예규안을 만들었으며, 이날 대법관회의를 통과했다는 것이다. 군색하다. 예규 내용은 서울고법의 집중심리 운영 방침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전담재판부에 추가 사건을 배당하지 않는 원칙은 이미 1심(지귀연 재판부)에서도 적용되고 있다. 이런 예규를 내놓는 데 석 달이나 걸렸다는 말인가.
국회는 22일 본회의를 열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안을 상정했다. 앞서 민주당은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를 삭제하고 법원 판사회의와 사무분담위원회가 재판부 구성을 맡도록 법안을 수정했다. 법안이 가결되면 공은 법원으로 넘어간다.
국회 입법으로 전담재판부를 만드는 상황까지 이른 것은 유감스럽지만, 법원이 자초한 일이다. 윤석열이 위헌·위법적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1년이 넘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지는 11개월이 돼간다. 그럼에도 1심 선고는커녕 결심(검찰 구형)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전두환은 기소된 지 169일 만에 1심 선고(사형)가 나왔다.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의 위헌 소지가 거의 해소된 만큼, 사법부는 입법 취지에 맞춰 예규를 치밀하게 정비해야 한다. 내란 재판의 신속·공정성 확보를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
과거에 대한 자성도 절실하다. 2025년, 주권자는 묻고 또 물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왜 불법계엄 직후 단호한 규탄 입장을 밝히지 않았는지, 지귀연 부장판사는 왜 갑자기 구속기간 산정 기준을 ‘날(일)’에서 ‘시간’으로 변경해 윤석열을 풀어줬는지, 대법원은 왜 이재명 대통령 사건을 전원합의체 회부 9일 만에 초고속으로 선고했는지. 사법부는 온 나라를 충격과 혼란에 빠뜨리고도 제대로 설명한 적이 없다. 아니, 포괄적 유감 표명조차 하지 않았다. 해가 가기 전에 답을 내놓아야 마땅하다.
“재판의 심리와 판결의 성립, 판결 선고 경위 등에 관한 사항은 사법권의 독립을 규정한 헌법 제103조 등에 따라 밝힐 수 없는 사항입니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조희대 대법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헌법 103조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규정한다. 이는 법관이 판결에 이르는 과정에서 어떠한 외부 요소도 고려하지 말라는 취지다. 법원의 폐쇄성과 불투명성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삼을 일이 아니다.
‘조희대 사법부’의 행태는 기시감(旣視感)을 불러일으킨다. 법원이 ‘양승태 사법농단’으로 흔들리던 2018년 6월, 김명수 당시 대법원장을 제외한 대법관 13명이 입장문을 발표했다. “재판거래 의혹에 대해 근거 없는 것임을 밝힌다.” ‘근거 없음’이라 주장하는 근거는 없었다. 13명 중에는 재판거래 의혹의 핵심이던 고영한 대법관도 들어 있었다. 고 전 대법관은 이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됐다. 법원이라고 무오류일 수 없다. 민주적 통제 범위를 벗어나는 ‘신성불가침’일 수도 없다.
침묵하는 조 대법원장에게 묻고 싶다. “법을 지키려는 겁니까, 법의 방패 뒤에 숨으려는 겁니까?”
김민아 경향신문 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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