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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계엄 때는 뭘 하다, 이제 와서 ‘위헌, 위헌’ 하나 [권태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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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1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1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권태호




내란전담재판부 법안 최종안이 22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다. 기존안에서 또 한차례 수정해 추천위원회를 없애고 판사회의에 맡기는 형태로 바뀌었다.



내란전담재판부를 두고 사법권 독립 침해, 위헌성 논란, 지연 우려 등이 제기되곤 했다. 이 논란을 말할 때, 늘 먼저 거론해야 하는 건 이 논의가 왜 나왔냐는 것이다. 사법부에 대한 불신·불안·불만 때문이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자를 풀어주고, 내란 재판정을 희극 무대로 만들고, 1년이 넘도록 1심 선고조차 안 내리고, 이해하기 힘든 이유를 들며 내란죄 피의자들의 구속영장을 잇따라 기각한 일이 쌓이면서 형성된 것이다.



사법부는 늘 ‘사법권 독립’을 들며 전담재판부를 반대해왔다. 법은 입법부(국회)가 만든다. 사법부는 입법부가 만든 법안에 따라 판결을 내리는 곳이다. 사법부는 여당이 지난 16일 위헌성을 덜어낸 수정안을 내놓자, 이틀 만인 18일 전담재판부 대법원 예규를 내놓았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조선일보에 “사법부로서는 국회 입법만 기다리며 아무것도 안 할 수 없어서, 자체 해결책을 찾기 위해 예규를 만든 것”이라고 했다. 지난 1년간은 무얼 기다리느라, 아무것도 안 했나.



내란전담재판부와 관련해 그동안 사법부가 가장 많이 한 말이 '위헌'이다. 현재 내란전담재판부 법안과 대법원 예규가 다른 점은 담당 판사를 판사회의가 결정하느냐, 무작위 배당에 맡기느냐의 차이다. 헌법 조문에 ‘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으로 구성하라’는 건 없다. ‘법률에 의해, 법관에게, 법관이 독립하여 판결을 내리도록’(헌법 11조, 27조, 101조, 103조) 돼 있을 뿐이다. 법원이 ‘무작위 배당’을 본격적으로 하게 된 것도 2008년 신영철 서울중앙지법원장이 촛불집회 사건을 특정 재판부에 집중 배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일선 판사들이 강하게 항의해 ‘5차 사법파동’으로 번지면서부터였다. 이후 법원은 사건 배당 예규를 개정해, 무작위 배당 원칙을 법원장이 임의로 바꾸기 어렵게 한 것이다. 즉, ‘무작위 배당’은 사법부 수뇌부의 불공정성을 바로잡기 위한 제도로 도입됐는데, 지금은 선택적 ‘무작위 배당’으로 인해 지귀연 재판부를 보게 되니, 기존 제도의 허점을 바로잡아 국민들이 원하는 공정한 내란 재판을 하도록 하자는 것인데, 여기에 ‘위헌’부터 들이민다. 앞뒤가 바뀐 것 아닌가. 그리고 사법부가 ‘위헌, 위헌’을 외쳤어야 할 때는 2024년 12월3일 밤이었다. 그때는 왜 ‘위헌’이란 말을 한마디도 못 했던가.



내란 특검은 12·3 비상계엄 가담 혐의로 고발된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불기소 결정서를 보면, 조 대법원장은 계엄 당일 법원행정처 간부들에게 ‘계엄은 위법하다’는 취지로 말하고 ‘계엄사령부에 연락관을 파견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계엄 선포는 밤 10시27분에 내려졌다. 조 대법원장은 0시40분에 대법원에 도착했다. 2시간여 동안 어디서 무얼 한 건가. 조 대법원장이 ‘계엄은 위헌적’이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게 법원행정처 관계자들의 진술이다. 계엄군이 국회를 침탈할 때, 국회의원들이 담을 타 넘어 본회의장으로 들어갈 때, 국민들이 절박한 심정으로 국회로 달려갈 때, 사법권이 계엄사령부로 넘어가려는 그때, 대법원장은 서초동 대법원에서 누구한테 그런 ‘취지’의 말을 했다는 건가. 계엄의 밤에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은 자랑이 아니다.



그렇게 아끼던 ‘위헌’이란 말을 내란전담재판부 논의에선 시도 때도 없이 말한다. 정작 ‘사법부 독립’이 위협받을 때는 한마디도 하지 않던 ‘사법부 독립’도 말한다. 누구로부터 독립하고 싶은가. 국민인가. 지금 국민들은 사법부가 보호하려는 것이 내란 피해자인 국민이 아니라 내란 피의자들이 아닌가 의심하고, 불안해한다.



법치주의와 법률주의는 다르다. 법치 또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수단이다. 그런데 사법부는 법을 민주주의 위에 두려는 것처럼 비친다. ‘법’을 기득권을 지키려는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처럼 보인다. 부인하기에 앞서 사법부는 이 상황을 위기로 인식해야 한다.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 직후, ‘이는 위헌, 위법’이라고 페이스북을 통해 분명하게 알렸던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가 내란전담재판부 법안에 대해 20일 페이스북에 문답 형식으로 자세하게 설명했다. 그 문답의 마지막 질문과 답변이다. “Q. 법원개혁, 사법개혁을 제대로 하려면? 엉킨 실타래를 풀어내는 방법은? A. 법관들이 대법원장 보위조직이 되지 않도록 냉정하게 처신하고, 윤석열 검찰총장 옹위하듯 해선 안 되지요. 사법부에 대한 불신과 불안을 극대화시킨 조희대 대법원장은 사퇴하는 것이 엉킴을 푸는 첫 수순입니다.”



논설위원실장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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