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이 공개한 한국형 차기 구축함 기본설계 모습. HD현대중공업 제공 |
방위사업청(방사청)이 22일 오후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를 열어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선도함(첫번째 군함) 사업 추진 방식을 ‘지명 경쟁입찰’로 결정했다. 한화오션과 에이치디(HD)현대중공업을 지목해 사업권을 두고 경쟁입찰에 나서게 하는 방식이다.
‘미니 이지스함’으로 알려진 한국형 차기 구축함 도입 사업은 2036년까지 6000t급 이지스 구축함 6척을 확보하는 게 목표다. 사업 규모는 7조467억원에 이른다. 그동안 사업권을 따내려는 두 업체의 경쟁이 격화돼 고소·고발전으로 번졌고, 방사청이 결정을 미루면서 사업 추진이 2년째 표류해왔다.
방사청 관계자는 “이날 회의에는 사업 추진 방식을 두고 수의계약, 경쟁입찰, 공동개발 방식 세 가지 방안이 올라왔고, 참석한 위원들이 의견을 제시한 뒤 투표 없이 만장일치로 지명 경쟁입찰 방식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경쟁입찰 방식은 선도함에만 적용된다”며 “2번~6번함은 일괄 납품-복수 낙찰을 통해 전략화 시기를 앞당기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사업자 선정 방식을 두고 한화오션은 경쟁입찰을 요구했지만, 에이치디현대중공업은 함정 기본설계를 담당한 업체가 선도함을 건조해온 군함 건조 사업 선례를 들어 자신들과 수의계약을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군함 건조 사업은 △개념설계 △기본설계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되는데, 한국형 차기 구축함 개념설계는 한화오션의 전신인 대우조선해양이 맡았고, 기본설계는 에이치디현대중공업이 담당했다. 그다음 단계인 선도함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맡게 될 업체가 후속함 건조와 함정 수출에서도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앞으로 진행될 경쟁입찰의 관건은 에이치디현대중공업에 대한 보안 감점 적용 여부다. 소수점 이하 차이로 승패가 갈리는 군함 수주 경쟁에서 1~1.8점을 깎는 보안 감점이 이번 사업에도 적용되면 에이치디현대중공업이 불리해진다. 앞서 에이치디현대중공업 직원 9명은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 개념설계 도면 등을 불법 촬영해 가지고 있다가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2022년 11월 유죄판결을 받았다. 이 사건으로 에이치디현대중공업은 1.8점 보안 감점을 받아 2023년 7월 차기 호위함 5·6번함 경쟁에서 한화오션과 경쟁에서 고배를 마신 바 있다.
방사청은 에이치디현대중공업에 보안 감점을 적용할지에 대해서는 분명한 뜻을 밝히지 않았다. 방사청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 방추위에서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기본계획이 통과되면 업체들의 제안 요청서를 받고 입찰 공고, 제안서 평가, 협상, 계약 절차를 거친다”며 “보안 감점 여부는 제안서 평가 이후 업체들에 알려준다”고 말했다.
지난 8월까지 방사청은 수의계약 방식을 선호했는데, 이날 경쟁입찰로 바뀐 것을 두고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이 대통령이 지난 5일 충남 타운홀 미팅에서 “군사기밀을 빼돌려 처벌받은 곳에 수의계약을 주느니, 이상한 소리가 나온다”고 말한 것을 두고, 에이치디현대중공업으로 수의계약은 어려워졌다는 해석이 나왔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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