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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24시] 그들의 새벽노동은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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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빈 경제부 기자

최예빈 경제부 기자

최근 경기도 광주 쿠팡 곤지암 물류센터에서 새벽 노동을 했다. 민주노총이 쏘아 올린 '새벽 노동 금지' 논란을 두고, 말이 아니라 현장에서 직접 확인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새벽 1시를 넘기자 출고 라인은 눈에 띄게 분주해졌다. 상자에 상품을 담아 옮기고, 비워진 카트를 다시 끌고 오는 동작이 쉼 없이 반복됐다. 컨베이어벨트는 좀처럼 멈추지 않았고, 사람들의 걸음도 자연스레 그 속도에 맞춰졌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함께 과거 현장 노동자의 죽음을 둘러싼 대응 방식까지 거론되며, 쿠팡을 둘러싼 논란은 기업의 윤리에 대해 다시 묻게 했다. 다만 분명히 말하고 싶은 것은 이 글이 쿠팡이라는 특정 기업을 질타하기 위한 기록은 아니라는 점이다. 내가 들여다보고자 한 것은 논란의 중심에 놓인 '새벽 노동' 그 자체였다.

새벽에 근무하는 사람들의 사정은 생각보다 다양했다. 생계를 보전하기 위해 나온 자영업자도 있었고, 주말마다 투잡을 뛰는 직장인도 있었다. 짧은 기간 목돈을 마련하기 위해 이 시간대를 택했다는 청년도 있었다. 이유는 달랐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이들에게 새벽 노동은 각자의 상황 속에서 선택한 일이란 것. 이들 가운데 스스로를 "착취당하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새벽이라는 시간대가 문제라면 같은 시간에 일하는 다른 노동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병동을 지키는 간호사는 환자의 밤을 책임지고, 거리를 순찰하는 경찰은 사고와 범죄에 대비한다. 해가 뜨기 전 거리를 쓸고 닦는 환경미화원이 있고, 불이 꺼지지 않는 편의점에서 계산대를 지키는 알바생도 있다. 내가 물류센터에서 상자를 옮기던 바로 그 시간, 사회는 이미 여러 개의 새벽 노동 위에서 돌아가고 있었다.

문제의 본질이 시간이 아니라 조건과 선택권에 있다면, 해답은 정말 금지뿐일까. 정부의 역할은 문제가 보일 때마다 규제와 제재를 먼저 꺼내 드는 데 있지 않을 것이다. 새벽 노동이 휴식권과 건강권을 해치지 않도록 기준과 보호 장치를 세우는 일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새벽 물류센터를 나서며 그 질문이 머릿속을 쉽게 떠나지 않았다.

[최예빈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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