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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동정담] 돈 많으면 범칙금 더내라?

매일경제 이은아 기자(lea@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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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의 한 백만장자 사업가는 2023년 제한속도가 시속 50㎞인 도로에서 시속 82㎞로 달리다가 딱지를 뗐다. 그에게 부과된 범칙금은 12만1000유로(약 2억1000만원). 그가 세계 최고 수준의 범칙금을 내게 된 것은 핀란드가 위반자의 재산과 위반의 심각성, 재범 여부 등을 기준으로 범칙금을 매기기 때문이다. 이 사업가는 제한 속도보다 30㎞/h를 초과해 운전했고, 이전에도 두 차례나 과속으로 범칙금을 낸 전력이 있었다. 게다가 부자였다. 2002년 노키아의 고위 임원이 오토바이를 타다 속도위반으로 적발돼 11만6000유로(약 2억원)의 범칙금을 낸 것도 자주 회자되는 소득비례 범칙금 사례다.

비슷한 제도를 운영 중인 스위스에서도 거액의 범칙금은 종종 뉴스가 된다. 지난 8월에는 제한속도보다 27㎞/h를 초과한 운전자에게 9만스위스프랑(약 1억6700만원)의 범칙금이 부과됐다. 2010년에는 과속으로 페라리를 몰던 운전자가 29만달러(약 4억8000만원)의 범칙을 낸 일도 있었다.

이들 나라가 소득에 비례해 범칙금을 부과하는 것은 고소득자가 소액의 범칙금을 가볍게 여기고 반복적으로 법을 어기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상한선이 없어 수억 원의 범칙금이 부과되는 일도 발생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법무부 업무보고에서 범칙금을 재력에 따라 차등 부과하는 방안 검토를 지시했다. "교통 범칙금은 5만~10만원이면 서민에겐 제재 효과가 있지만, 재력이 있는 사람들은 10장을 받아도 아무 상관이 없어 계속 위반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인데, 고개를 끄덕이는 국민도 있을 것이다. 관련 입법 시도도 꾸준히 있었다.

하지만 범칙금은 불법행위에 대한 제재로, 복지나 소득 재분배 수단이 아니라는 점에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세금이나 건강보험료 등은 재산·소득이 많은 사람이 더 내는 것이 형평성에 맞지만,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 기준에 소득이 반영된다면 부자 역차별 논란이 일 수도 있다. 논의 진전을 위해 충분한 검토와 의견 수렴이 필요한 이유다.

[이은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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