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이후 여성 팔자주름·나잇살…'노화'보다 호르몬 리듬 붕괴 탓 [기고]

이동희 우아한여성의원 대표원장 (산부인과 전문의)

30대 후반 이후 여성에게 나타나는 피부 변화와 신체 조성 변화는 오랫동안 자연적 노화 과정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그러나 최근 내분비학과 피부생물학, 여성의학 분야에서 보고된 연구들은 이러한 변화를 단순한 연령 증가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을 제시한다. 축적된 근거는 30대 후반에 시작되는 변화가 실제로는 호르몬 리듬의 불안정성과 그 붕괴에 의해 촉발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으며, 특히 에스트로겐 변화는 피부 구조와 대사, 신경인지 기능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에스트로겐은 콜라겐 합성, 진피 두께, 피부 혈류, 항산화 기능 등 피부 구조 유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브린캣(Brincat) 교수 등이 권위 있는 학술지(Maturitas)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폐경기 초기에 피부 콜라겐은 약 30% 감소한다.

이는 단순히 피부가 얇아지는 변화가 아니라, 섬유아세포 기능 저하와 콜라겐 Ⅰ·Ⅲ형 합성 감소, 진피층 위축, 지방 재분포 등 병태생리적 변화를 동반한다. 임상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팔자주름 증가, 볼 처짐, 탄력 저하 등으로 관찰된다.

호르몬 리듬의 붕괴는 피부뿐만 아니라 전신 기능에도 영향을 미친다. 30대 후반부터 배란 기능이 불규칙해지고 상대적으로 프로게스테론 저하가 나타난 뒤, 에스트로겐 리듬의 안정성이 저하되는 과정이 이어진다. 이 불안정성은 근육량 감소, 기초대사량 저하, 복부 지방 증가, 수면 구조 악화, 브레인포그(인지 혼탁감), 감정 기복 등 다양한 전신 증상으로 확장된다. 따라서 30·40대 여성에서 흔히 보고되는 피로감, 체중 변화, 수면 저하, 피부 탄력 감소는 단순 노화가 아니라 호르몬-피부-대사-신경축의 교란을 반영하는 신호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병태생리적 관점에서 보면 에스트로겐 감소는 콜라겐 합성 감소와 진피 두께 저하를 유발하면서 탄력 상실로 이어지고, 동시에 근육 단백질 대사 저하와 기초대사량 감소를 촉진해 지방 축적을 가속화한다. 즉, 피부와 신체 구성의 변화는 동일한 생물학적 축을 따라 연결돼 있으며, 호르몬 변화가 가장 상위에서 작동하는 조절자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기전적 이해는 임상적 접근 방향에도 변화를 요구한다. 치료는 단일 처방보다는 다층적 접근이 효과적이다. 국소 또는 전신 에스트로겐 조절, 진피 및 피하조직 구조 강화를 위한 에너지 기반 장비 활용, 근력 저하를 보완하기 위한 저항운동, 수면·스트레스·영양 기반의 생활의학적 개입이 상호 보완적으로 이뤄질 때 외형적 노화처럼 보였던 변화가 의미 있게 개선될 수 있음이 다수의 임상 사례에서 보고되고 있다.

결국 30대 이후 여성에서 나타나는 급격한 피부와 신체 변화는 더 이상 단일한 연령 요인으로 설명될 수 없다. 오히려 에스트로겐 리듬 붕괴가 선행된 뒤, 그 결과가 다양한 생물학적 지표에 반영되는 현상으로 이해해야 한다. 이는 향후 여성의학 임상과 연구에서 호르몬 패턴과 피부·대사 변화를 통합적으로 평가하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또한 환자 진료에서도 연령 중심의 노화 모델에서 벗어나, 호르몬 기반의 개인화된 진료 패러다임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동희 우아한여성의원 대표원장 (산부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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