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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기억하지만 인간은 회상한다 [김정민의 영어 너머 원더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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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은 누구나 한 해를 되돌아보게 되는 시간입니다. 기억은 단순히 과거를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배움의 흔적을 다시 찾아내는 과정입니다.

To remember is to re-member. 'Remember'라는 단어도 우리에게 조용히 속삭입니다. 기억한다는 것은 흩어진 조각들을 다시 모아 '나'라는 존재를 재구성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영어에서 remember는 라틴어 re- (다시) + memor- (마음, 기억)에서 유래했습니다. 단순한 저장이 아닌, 마음을 다시 불러오는 일. 경험을 감정과 함께 재구성하는 것이 곧 기억입니다. 진정한 '기억'은 단순한 정보 복원이 아니라, 감정과 의미를 동반한 회상(recollection)의 과정입니다.

"기억이 안 나요" vs "꺼내 쓰는 힘"

교실에서 아이들은 종종 이렇게 말합니다. "선생님, 저 이 단어 분명히 외웠었는데… 기억이 안 나요." 그럴 때 저는 웃으며 이렇게 답합니다. "그건 '외운 것'이 아니라, '봤던 것'일 뿐이야." 많은 학습자들이 '암기'를 정보를 저장하는 일로만 이해합니다. 하지만 진짜 암기력은 '저장력'이 아니라 '회상력'입니다. 배움은 정보를 붙잡는 것이 아니라, 필요할 때 꺼내어 연결해 쓸 수 있는 능력에서 완성됩니다.

플라톤의 '메논(Meno)'에서 소크라테스는 이렇게 말합니다. "배운다는 것은 새로 아는 것이 아니라, 이미 영혼이 알고 있는 것을 기억해내는 일이다." (Plato, Meno 81d) 그는 배움을 아남네시스(Anamnesis), 즉 회상이라 불렀습니다. 오늘날 인지심리학에서 주목받는 리트리벌 프랙티스(Retrieval Practice) 이론도 같은 이야기를 전합니다. 정보를 입력(Input)하는 것보다, 스스로 꺼내보는 연습이 이해와 기억을 강화한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AI는 기억하지만, 회상하지 않는다' AI는 모든 정보를 기억하지만, 스스로 회상하지는 못합니다. 인간만이 기억을 넘어 회상할 수 있습니다. GPT는 수십억 개의 단어를 학습해 문맥 속에서 다음 단어를 예측하는 언어 모델입니다.


그러나 그 문장은 통계적 확률의 조합일 뿐, 의미를 재구성하는 회상은 아닙니다. 때때로 그럴듯하지만 틀린 문장을 만들어내는 현상을 우리는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이라 부릅니다. AI에는 리멤버(Remember)의 감각이 없기 때문입니다. AI는 데이터를 조합하고, 인간은 의미를 되살립니다. 이 차이는 단순한 기술력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의 본질, 그리고 언어 학습의 인간성을 다시 돌아보게 합니다.

[김정민 W영어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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