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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정판사 위조지폐 사건’ 이관술, 79년만에 재심 무죄

조선일보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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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정판사 위조지폐’ 사건 주범으로 몰려 처형됐던 고(故) 이관술 선생이 22일 재심에서 사건 발생 79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이현복)는 이날 통화위조 등 혐의로 무기징역을 받았던 이 선생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선고에 앞서 “이번 판결이 이관술 선생과 유족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조선정판사 위조지폐 사건은 이 선생 등이 조선공산당 활동 자금을 마련할 목적으로 1945년 10월~1946년 2월 조선정판사 인쇄소에서 6차례에 걸쳐 1200만원의 위조지폐를 찍었다는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다. 이 선생은 주모자로 지목돼 1946년 미군정 경성지방법원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됐고 대전형무소에서 복역하던 중 1950년 처형됐다.

이 선생의 외손녀인 손옥희씨는 2023년 7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재판부가 2년 3개월 만인 올해 10월 재심 개시를 결정했고 검찰은 지난 15일 결심 공판에서 무죄를 구형했다.

재판부는 당시 유죄의 핵심 증거로 사용된 공동 피고인들의 자백 진술은 경찰에 불법 구금된 상태에서 이뤄진 것이어서 증거로 쓸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당시는 헌법이 제정되기 전이고 형사소송법의 구체적인 증거 법칙이 마련되기 전이었지만 재판부는 “조선형사령에서 사법경찰관 유치 기간을 10일로 한정하고 있었고, 당시 유죄 증거는 법령에 의해 적법절차에 따라야 한다는 일반적인 법 질서도 규범적으로 형성됐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군정 판결에 대한 재심 사건에 있어서도 대한민국 헌법과 형사소송법상 증거 규칙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하자 방청석에는 박수가 터져나왔다. 선고가 끝나고 손씨는 “80년 가까이 된 지금 대한민국에서 무죄를 내려준 것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은 미군정이 정치적 입장을 지키기 위해 민중을 탄압한 첫 번째 사건”이라며 “이 사건을 계기로 그 흔적을 모두 지울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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