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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경제의 근본적인 딜레마[한재진의 차이나 딥시크]

이데일리 최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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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진 법무법인 지평 전문위원
中 성장률 소폭 올린 IMF
내수 투자 부진은 여전, 고저축·저소비 구조 심화
사회안전망 강화가 관건
[한재진 법무법인 지평 전문위원]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와 내년 중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5.0%, 4.5%로 소폭 상향 조정했다. 위안화 약세에 힘입은 일시적 수출 호조가 내수 침체를 상당 부분 상쇄하면서 올해 성장률이 정부 목표에 근접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문제는 내년에도 금리 인하, 부동산 규제 완화 등 익숙한 경기부양 카드로 투자와 소비 부진이라는 내수의 병을 과연 얼마나 근본적으로 치유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내년 경제 운용의 큰 방향을 미리 짜는 ‘중앙경제공작회의’가 이례적으로 강한 톤으로 대대적인 내수 확대를 예고한 것도 디플레이션 장기화 조짐과 30년 만에 역성장까지 거론되는 투자 침체 우려를 의식한 결과로 봐야 한다.

중국은 2012년부터 ‘수출·투자 중심에서 내수 중심으로’ 성장전략의 축을 돌리겠다고 선언해 왔다. 2000년대 연 10%대 고속 성장의 시대를 뒤로하고 2010년대 ‘중속 성장’, 2020년대 ‘중저속 성장’으로 내려앉는 과정에서 외형상으로는 대내외 환경에 맞는 성장 속도를 비교적 안정적으로 관리해 온 것도 사실이다. 다만 성장의 속도 관리에 치중하는 사이 성장의 ‘내용’을 다 채우지는 못했다. 투자·수출에서 소비 중심으로 성장 공식의 무게중심을 옮기겠다는 목표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그 과정에서 높은 저축과 낮은 민간소비라는 구조적 왜곡이 더 공고해졌다. 각종 국제 통계를 보면 중국의 저축률은 국내총생산(GDP)의 약 40% 수준으로 세계 평균(약 24%)의 거의 두 배에 이른다. 반면 GDP 대비 민간소비 비중은 30~40%에 머물러 60% 안팎인 세계 평균을 크게 밑돌고 1인당 명목 GDP가 비슷한 국가들과 비교해도 소비 비중은 20%p 정도 낮다.

IMF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중국의 고저축 요인으로 △낮은 정부 사회지출 △호구 제도의 모순 △부동산 구매 부담 등을 지목하며 해법을 제시했다. 의료·연금 등 사회안전망 지출을 GDP 대비 2~3%p 확대하고 호구 제도를 완화해 이주민의 복지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조치를 통해 가계저축률을 5~7%p 낮춰 저축률이 40%대 초반에서 30%대 후반으로 내려간다면 민간소비의 GDP 비중은 5%p 이상 높아질 수 있고 어느새 5% 성장률 중 절반가량을 내수가 떠받치는 구조로 이동할 여지도 생긴다고 강조했다. 반대로 사회안전망 개선이 지연될수록 가계는 소비 대신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한 저축을 계속 늘릴 가능성이 크다.

중국 정부도 최근 몇 년간 재정적자를 GDP 대비 약 4% 수준까지 확대하면서 의료보험 국고지원, 농민공(농촌 출신 노동자)의 도시 호구 등록 확대, 보장성 주택 공급 등 사회안전망 강화에 나서고 있다. 그럼에도 ‘쌍순환 전략’, ‘공동부유’, ‘신품질생산력’으로 대표되는 이른바 ‘자립형 산업화 전략’이 이런 소비 구조 전환과 얼마나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는 여전히 물음표다. 내수시장 개방을 충분히 진전시키지 않은 채 자급률 상향에만 치우친 산업화 전략은 소비를 자극하기보다는 변형된 형태의 또 다른 투자·수출 주도형 모델로 회귀할 위험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UC 샌디에이고 중국 국제관계 석좌교수인 배리 노턴은 저서에서 중국의 극적인 성장 뒤에는 △중국 특유의 구조적 특징 △이행기적 성격 △전통과 제도의 결합이 있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시진핑의 전략이 마오쩌둥의 ‘자력갱생론’과 덩샤오핑의 ‘선부론’을 잇는 새로운 발전 모델로 정치적 정당성을 얻을 수는 있겠지만 단순히 미국과의 패권 경쟁을 겨냥한 자급형 공급망 전략만으로는 고저축·저소비라는 성장의 딜레마를 풀기 어려울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시장 방어가 가능하겠지만 장기적으로 경제 개혁을 미루다 보면 결국 더 까다로운 숙제들만 쌓여갈 것이다. 다가올 2026년은 보다 개방된 경제협력 모델을 통해 우리와 소통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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