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집무실 靑으로... 용산 이전 3년 7개월 만
백악관 3.4배... 시민과 떨어져 '권위주의' 비판
대통령실 "업무보고 생중계... 소통 축소는 기우"
이재명 대통령의 청와대 복귀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로써 윤석열 전 대통령이 열었던 '용산 시대'는 3년 7개월 만에 막을 내린다. 지난해 12·3 불법 계엄의 잔상이 짙은 용산 대통령실을 벗어나야 한다는 공감대는 크다. 하지만 청와대가 대통령 집무실로 사용될 당시에도 '시민들과 동떨어진 구중궁궐'이라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는 사실은 이 대통령이 풀어야 할 과제다.
대통령실 참모들의 업무 공간은 지난주부터 순차적으로 용산에서 청와대로 이전되고 있다. 이 대통령 집무실은 연내 이전이 전망된다. 대통령실 출입기자실인 춘추관도 조만간 문을 열 예정이다. 다만 청와대 관저는 개·보수가 끝나지 않아 이 대통령 내외는 한동안 용산 한남동 관저에서 청와대로 출퇴근할 것으로 보인다. 용산 대통령실 청사는 원래 주인인 국방부가 돌려받는다.
청와대는 격동의 한국 근현대사를 상징하는 무대였다. 조선시대 경복궁 후원이었다가 일제 강점기엔 조선총독부 관저로 쓰이는 수모를 겪었다. 1948년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경무대'라는 이름으로 대통령 집무실로 낙점한 이래로 문재인 대통령 퇴임(2022년 5월) 전까지 줄곧 대통령 집무공간으로 활용됐다. 1968년 북한 무장대원 침투사건인 '김신조 사태'와 1979년 박정희 대통령이 피살된 10·26 사태도 청와대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사건들이다.
백악관 3.4배... 시민과 떨어져 '권위주의' 비판
대통령실 "업무보고 생중계... 소통 축소는 기우"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본관의 모습. 연합뉴스 |
이재명 대통령의 청와대 복귀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로써 윤석열 전 대통령이 열었던 '용산 시대'는 3년 7개월 만에 막을 내린다. 지난해 12·3 불법 계엄의 잔상이 짙은 용산 대통령실을 벗어나야 한다는 공감대는 크다. 하지만 청와대가 대통령 집무실로 사용될 당시에도 '시민들과 동떨어진 구중궁궐'이라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는 사실은 이 대통령이 풀어야 할 과제다.
격동의 근현대사 상징하는 장소로 이전
대통령실 참모들의 업무 공간은 지난주부터 순차적으로 용산에서 청와대로 이전되고 있다. 이 대통령 집무실은 연내 이전이 전망된다. 대통령실 출입기자실인 춘추관도 조만간 문을 열 예정이다. 다만 청와대 관저는 개·보수가 끝나지 않아 이 대통령 내외는 한동안 용산 한남동 관저에서 청와대로 출퇴근할 것으로 보인다. 용산 대통령실 청사는 원래 주인인 국방부가 돌려받는다.
청와대는 격동의 한국 근현대사를 상징하는 무대였다. 조선시대 경복궁 후원이었다가 일제 강점기엔 조선총독부 관저로 쓰이는 수모를 겪었다. 1948년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경무대'라는 이름으로 대통령 집무실로 낙점한 이래로 문재인 대통령 퇴임(2022년 5월) 전까지 줄곧 대통령 집무공간으로 활용됐다. 1968년 북한 무장대원 침투사건인 '김신조 사태'와 1979년 박정희 대통령이 피살된 10·26 사태도 청와대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사건들이다.
21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대통령식 직원이 브리핑룸을 정비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
언론과 멀어지게 돼 '구중궁궐' 논란 재현 우려도
청와대는 대통령 집무실로서 적절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방대한 부지와 시민들과 동떨어진 위치, 조선시대 궁궐을 닮은 본청 건물에서 풍기는 권위주의의 상징이었다. 청와대 부지 면적은 약 25만 ㎡로 미국 백악관(7만3,000㎡)의 약 3.4배에 달한다.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영국, 일본 등의 총리 집무실과 달리 북악산 기슭에 자리해 시민들과 동떨어져 있다. 김영삼 노무현 이명박 문재인 등 역대 대통령들이 집무실 이전을 추진했던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실제 역대 대통령들은 청와대의 폐쇄성을 "절간 같은 곳"(박정희 전 대통령) "창살 없는 감옥"(김영삼 전 대통령) "구중궁궐"(문재인 전 대통령) 등에 빗대 왔다.
박근혜 대통령 재임 당시 참모·내각과의 소통 부족에다 비선 실세의 국정 농단까지 벌어진 배경에는 민심과 괴리된 폐쇄적 구조가 있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다만 권위주의 청산을 앞세워 용산 시대를 열었던 윤석열 대통령 역시 불통 논란을 반복하다 불법 계엄 선포로 조기 낙마했다. 이에 당장 마땅한 대안이 없는 만큼 청와대를 다시 대통령 집무실로 활용하자는 여론이 높았다.
문제는 청와대가 용산 대통령실에 비해 폐쇄적이라는 점이다. 용산의 경우 이 대통령은 물론 참모진, 출입기자들이 한 건물을 사용했지만, 청와대의 경우 대통령·참모진 공간과 출입기자 공간이 철저히 분리돼 있다. 권력 감시 역할을 하는 언론과의 물리적 거리가 멀어지는 셈이다. 이에 '구중궁궐' 논란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없지 않다.
청와대 건물 배치도. 그래픽=강준구 기자 |
"생중계 업무보고 보라... 소통 축소는 기우"
대통령실은 청와대 복귀로 국민·언론과의 소통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를 기우라고 일축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대통령처럼 기자회견을 많이 한 대통령은 없었다"며 "생중계로 진행된 부처 업무보고만 봐도 이 대통령의 소통 의지는 알 수 있지 않느냐"고 했다. 소통은 의지의 문제이지 공간의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이 대통령은 참모진과의 거리도 좁힌다. 박근혜 정부까지는 대통령 집무실이 참모들이 근무하는 여민관과 500m나 떨어진 본관에 있었다. 참모진과의 소통은 물론 비상 상황 대응이 어렵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문재인 정부는 대통령 집무실을 참모진이 있는 여민관에 마련해 거리를 좁힌 바 있다. 이 대통령도 문재인 정부처럼 여민관에 주 집무실을 두기로 했다. 특히 3실장(비서실장 국가안보실장 정책실장)이 여민 1~3관에 따로 근무했던 것과 달리 이 대통령은 여민 1~3관 중 한 건물에서 3실장과 함께 업무를 볼 예정이다. 보다 긴밀한 소통을 통해 신속하고 유기적인 정책 결정을 하겠다는 취지에서다.
2023년 5월 5일 어린이날을 맞아 처음 개방된 청와대 여민관 3층 대통령 집무실에서 어린이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언론과의 접점을 늘리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청와대 사랑채에 취재진이 콘텐츠 제작에 활용할 수 있는 '오픈 스튜디오'를 마련할 예정이다. 사랑채는 별도 출입 신청이 없이도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어서 유튜버나 언론의 활용이 더 간편하다.
"소통은 의지 문제" vs "소통의 질이 중요"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통령의 소통은 집무실 위치나 도심과의 접근성보다 의지와 실천의 문제"라며 "기자회견 빈도와 생중계 업무보고 등을 봤을 때 청와대로 이전해도 이 대통령의 언론 및 국민과의 소통이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빈도만큼 소통의 질이 중요하다는 견해도 있다.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이 대통령의 소통 횟수는 많지만 내용을 보면 일방적 발신일 때가 많다"며 "폐쇄적 청와대 구조가 일방적 소통을 강화시킬 수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야당과의 만남 등의 소통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연관기사
• "이제 청와대 나들이는 못 하나요?"… 청와대 시대 복귀로 달라지는 것은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121814230002166)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121814230002166)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우태경 기자 taek0ng@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