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이 일러주는 송구영신의 지혜 [인문산책] : zum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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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한 주를 시작하면 신발 끈을 묶는 아침. 바쁨과 경쟁으로 다급해지는 마음을 성인들과 선현들의 따뜻하고 심오한 깨달음으로 달래본다.

안세영이 지난 3월 16일(현지 시간) 영국 버밍엄의 유틸리타 아레나에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전영오픈 여자 단식 결승에서 왕즈이(중국)을 꺾고 우승하면서 포효하고 있다. 안세영은 왕즈이를 2-1(13-21 21-18 21-18)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AP=뉴시스

올 한 해도 어김없이 한국 스포츠계에는 놀라운 성과가 많았다. KBO 프로야구가 국내 최초로 관중 1,200만 명 시대를 열었다. 안세영이 여자 단식 배드민턴 단일 시즌 11개 대회에서 우승하였다.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에서 T1팀이 사상 첫 3연속 우승을 차지하였다.

나는 이 중 안세영 선수의 11관왕이 가장 놀랍다. 여자 배드민턴 세계 최초다. 올해 안 선수의 전적은 77전 73승 4패다. 월드 투어 15개 대회 출전 중 결승에 12회 진출하여 11번을 이겼다. 9회 우승이던 이전 기록도 2023년 본인이 세웠으니, 스스로를 넘어선 모양새다. 작년 파리올림픽 우승 이후 복잡하고 혼란스러웠던 시간을 보기 좋게 극복해 낸 것이다. 비 온 뒤에 땅이 더 굳어진다고 했던가.

스포츠는 인생의 축소판이다. 한 경기나 대회, 또는 1년의 시즌이 우리 삶의 전체를 압축적으로 요약해서 보여 준다. 시작과 끝, 성공과 실패, 기쁨과 슬픔 등이 모두 들어 있다. 송구영신의 이때에 2025년 안세영의 스포츠는 2026년 새해를 맞이하는 우리 각자의 자세를 가다듬는 인생의 힌트를 준다. 그 안성맞춤의 지혜는 <논어>가 잘 정리해준다. 세 가지다.

첫째, "날이 추워진 연후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시들지 않음을 알게 된다."(歲寒然後, 知松柏之後彫也). 안 선수는 파리올림픽 이후, 자신을 둘러싼 파문과 그로 인한 논란의 시간을 견디며 무너지지 않고 굳건히 버텨주었다. 그것을 견뎌낸 것을 넘어, 더 훌륭한 성과를 이루어냈다. 부상, 슬럼프, 불안감 속에서도 흔들려 꺾이지 않고, 오히려 더욱 배드민턴에만 집중하며 스스로를 다져낸 결과다.

둘째, "아는 이는 좋아하는 이만 못하고, 좋아하는 이는 즐기는 이만 못하다."(知之者不如好之者，好之者不如樂之者). 전무후무한 이번 성과는 뛰어난 신체적 기량과 경기력만으로는 이룰 수 없다. 자신이 하는 것을 좋아하고 즐겨야 한다. 결과에만 집착하고 연연하기보다는 멋진 배드민턴을 위해서 상대방과 함께 노력하는 마음가짐이 알맹이다. 경기 자체를 즐기는 태도가 승률 94.8%를 가능하게 한 것이다.

셋째, "군자는 타인이 아니라 자기에게서 원인을 찾는다, 나는 매일 스스로를 세 번 돌아본다, 나를 넘어서 예로 돌아간다."(君子求諸己, 吾日三省吾身, 克己復禮). 최고의 선수는 체력관리, 경기분석, 심리조절 등으로 자신의 모든 측면을 체크한다. 성패의 원인을 밖이 아니라 안에서 찾아 개선한다. 승리 욕심에 집착하는 작은 마음을 다스리고 스포츠 정신을 소중히 하며 자신에게 떳떳한 승부를 펼치려고 한다.

송구영신은 구와 신의 냉정한 단절이 아니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자세로 하는 것이다. 배드민턴 애호가인 나는 안세영이 34.7㎡의 작은 공간에서 보여준 크나큰 배드민턴을 되새기며 가는 해와 오는 해를 온고지신 해 보았다. 그는 굳게 견뎌내며 내내 즐기고 줄곧 살펴보았다. 각자 자신이 좋아하는 올해의 스포츠를 돌아보며 감왕지래(鑒往知來)하는 12월로 갈무리해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