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신 잘 받아야 대학 잘 간대” 점점 사그라드는 자사고 열기

내년도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원자 수가 올해보다 10% 이상 감소한 것으로 21일 나타났다. 서울 휘문고 등 일부 자사고는 모집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자사고는 높은 명문대 진학률로 인기가 있었지만 내신 5등급제가 시행되며 학생들이 성적 우수 학생이 몰리는 자사고를 피한 것 같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시교육청과 종로학원의 최근 자료를 보면, 2026학년도 전국 32개 자사고 지원자는 올해와 비교해 10.1% 감소한 1만2786명으로 집계됐다. 경쟁률도 1.22대 1로 올해(1.36대 1)보다 낮아졌다. 그간 자사고 지원자 수는 2023학년도 1만4527명, 2024학년도 1만4050명, 2025학년도 1만4228명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해왔다.

21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건물. 층마다 학원이 입주해 있다./뉴시스

2026학년도 전국 단위 자사고 지원자 수는 총 4214명이고 경쟁률은 1.63대 1로 올해(1.82대 1)보다 낮아졌다. 가장 경쟁률이 높은 곳은 2.62대 1을 기록한 하나고였다. 해당 시도 거주자만 모집하는 지역 자사고의 지원자는 총 8572명이고 경쟁률은 1.09대 1로, 올해 경쟁률(1.21대 1)보다 역시 낮아졌다. 서울 이화여고가 420명 모집에 608명이 지원해 1.45대 1로 경쟁률이 가장 높았다. 그러나 731명이 몰렸던 올해 경쟁률(1.74대 1)에 비하면 떨어졌다.

학원가에서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휘문고가 자사고 중 경쟁률이 가장 낮아 주목받고 있다. 휘문고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모집 정원을 다 채우지 못했다. 올해 입시에서 서울대 경제학부 수시에 합격한 것으로 알려진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아들도 휘문고를 다니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의 세화여고도 내년도 입학 경쟁률은 0.85대 1로, 모집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세화고도 지난 2022학년도만 해도 지원 경쟁률이 1.39대 1이었지만 내년도 지원 학생 수는 모집 정원(420명)을 다 채우지 못한 418명에 그쳤다.

자사고 입학 경쟁률이 낮아진 배경을 두고는 고교 내신 평가 방식이 올해부터 종전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 바뀐 탓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5등급제에선 “한 과목이라도 2등급이 나오면 상위권 대학 진학이 힘들어진다”는 인식이 퍼지며 상위권 학생이 몰리는 자사고를 피하려는 분위기가 생겨난 것 같다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대치동 학원가에선 학군 이전을 상담해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한 학원은 ‘내신 따기 좋은 고등학교’ 목록도 공개했다. 대치동의 한 입시 학원 대표는 “상담 학부모의 30% 정도는 다른 학군으로 옮기려 한다”고 했다.

[강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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