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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이틀간, 거대한 극장 된 국립중앙박물관

조선일보 이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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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자 등 출연, 총체극 ‘삶의 무도회’
용산 개관 20주년 맞아 특별 공연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경천사지십층석탑으로 향하는 ‘역사의 길’에서 17일과 20일 열린 비언어 총체극 ‘우리가 서로 알 수 없었던 시간- 삶의 무도회’ 공연. /이태훈 기자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경천사지십층석탑으로 향하는 ‘역사의 길’에서 17일과 20일 열린 비언어 총체극 ‘우리가 서로 알 수 없었던 시간- 삶의 무도회’ 공연. /이태훈 기자


겨울이라 밖은 이미 어두컴컴해진 20일 저녁,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건물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단단히 자리를 잡고 기다리고 있었다. 경천사지십층석탑으로 향하는 ‘역사의 길’을 둘러싼 1층은 물론 박물관의 넓은 복도 전체가 내려다보이는 2층 난간에도 사람들이 떠날 줄 몰랐다.

오후 6시, ‘우리가 서로 알 수 없었던 시간- 삶의 무도회’라는 긴 제목의 비언어 총체극이 시작됐다. 조용한 박물관 안에 커다란 음악 소리가 울려 퍼지자, 이 공간은 일상에서 마주치는 수백 명의 인간 군상이 각자의 개성과 표정을 지니고 스쳐 지나가는 광장으로 바뀌었다. 관객들은 숨 쉬는 것도 잊은 듯 잇따라 등장하는 인물들에 몰입했다. 박물관이 거대한 극장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이태훈 기자

/이태훈 기자


‘에쿠우스’ ‘사로잡힌 영혼’ 등을 만들고 백상예술대상, 동아연극상을 받은 실험적 전위 연극의 대가 김아라 연출이 2023년 리움미술관에 이어 두 번째로 선보인 퍼포먼스. 빔 벤더스의 ‘베를린 천사의 시’ 시나리오 작가로도 유명한 노벨문학상 수상자 오스트리아 작가 페터 한트케의 원작을 한국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같은 연극은 절대 두 번 하지 않는다”는 그의 명성대로, 공연을 완전히 새롭게 재구성했다.

광장에 상주하는 노숙자와 청소부를 축으로, 잘나고 못나고, 젊고 늙고, 부유하고 가난한 다양한 사람이 각자의 모습으로 관객 앞을 걷거나 뛰었고, 수레를 끌거나 쓰레기로 가득한 카트를 밀고 지나갔다. 무도회처럼 잘 차려입고 춤을 추거나 속옷만 입은 채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며 뒹굴기도 했다. 박정자 배우가 묵묵히 서서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는 관찰자처럼 극을 이끌었고, 강만홍, 이정희, 김선화 등 출연진에 특별 출연한 남명렬, 박지일 등까지 25명이 등장과 퇴장을 반복했다. 이들이 100여 벌의 의상을 순식간에 갈아입고 전혀 다른 인물들을 연기하는 동안, 이 광장엔 전쟁과 시위, 코로나 팬데믹을 연상시키는 질병과 죽음, 타인의 고통과 그에 아랑곳 않는 쾌락의 장면들이 주마등처럼 흘러갔다.

/이태훈 기자

/이태훈 기자


국립중앙박물관은 올해 용산 개관 20주년과 관람객 600만명 돌파를 기념해 17일과 20일 두 차례 특별 공연을 마련했다. 김아라 연출은 “하늘에서 새의 시선으로 내려다보면 우린 모두 서로를 스쳐가는 점 하나에 불과하다. 무관심하게 혹은 무시하며 돌아보지 않았던 각자의 모습을 들여다보며 아웅다웅 미워하고 다투지 않는, 평화로운 세상을 상상해보길 바랐다”고 했다.

[이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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