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i Va Voi (2009) |
1894년 12월, 그 이후로 오랫동안 영향을 미칠 두 개의 큰 사건이 일어난다. 한반도에선 조선·일본 연합군이 공주 우금치에서 ‘척왜(斥倭)’ 깃발을 걸고 북상하던 동학 농민군을 무너뜨렸다. 그리고 보름쯤 후 프랑스 군사 법정은 알프레드 드레퓌스 대위에게 종신형을 선고한다. 독일에 군사 기밀을 팔았다는 혐의였다. 증거는 빈약했고 재판은 불공정했다. 하지만 프랑스 사회는 환호했다. 그가 유대인이었기 때문이다. 반유대주의 신문 ‘라 리브르 파롤’은 “더러운 유대인 드레퓌스의 끔찍한 반역”이라며 맹비난했다. 알자스 출신으로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에콜 폴리테크니크를 졸업하고 육군 참모부에서 복무하던 엘리트 장교는 하루아침에 조국의 배신자가 되었다. 그는 프랑스령 기아나의 악마섬으로 보내졌다. 진실은 땅속 깊이 묻혔다.
그러나 1896년 새로 부임한 정보부장 조르주 피카르 중령이 진범의 증거를 발견했다. 진범은 페르디낭 에스테라지 소령이었지만 군 수뇌부는 이 증거를 은폐했고 피카르는 좌천되었다. 1898년 1월 소설가 에밀 졸라가 ‘나는 고발한다!’라는 제목의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졸라는 가톨릭과 왕당파 그리고 군부가 무고한 드레퓌스를 희생양으로 삼았다고 폭로했다.
2009년 런던의 유대계 밴드 ‘오이 바 보이’가 발표한 이 노래는 피처링으로 참여한 딕 리버스가 프랑스어로 읊조리는 졸라의 그 유명한 선언이 곡 전체를 관통한다. 노래는 이렇게 이어진다. “이것은 당신의 사진/ 역사의 한 조각/ 내가 선택한 길/ 이 모든 순간들이 나를 정의한다(This is a photograph of you/ This is a slice of history/ This is the path that I have chosen/ All these moments define me).”
동유럽 유대인들의 민속음악인 클레즈머(Klezmer)와 일렉트로닉 비트를 결합한 이 밴드의 이름 ‘오이 바 보이’는 이디시어에서 유래한 히브리어 감탄사로 “오 세상에!”라는 뜻이다. 드레퓌스가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 복권되기까지 12년이 걸렸다. 진실은 더디게 걸어오지만 결국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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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헌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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