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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Q] 트럼프의 美 중간 선거, 中 핵 개발 가속화, 日 핵 보유 논의 주시해야

조선일보 이하원 외교안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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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성 EAI 신임 원장
새해 국제 정세 전망

지난 80년은 이례적인 평화 시기
정글 같은 약육강식 시대 온다

中·日 갈등, 우·러 전쟁 향방 주목
미국의 불확실성에도 대비하며
권한도 공유하는 관계 만들어야
“중일 관계 악화, 북핵의 기정사실화로 동북아의 안보 질서 불안정성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미중간 핵무기를 둘러싼 전략 경쟁, 군비 경쟁이 어떻게 될지 주목해야 합니다.”

전재성 동아시아연구원(EAI) 원장은 지난 17일 내년 국제 정세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곳으로 동북아시아를 꼽았다. 미중 갈등 외에도 지난달부터 대만 문제로 시작된 중일 갈등이 국제사회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 원장은 내년에도 주요 변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변칙 외교’가 계속될 지에 있다며 “미국이 중국과 협상을 추구할 경우, 한국과 일본은 미국과의 동맹이 약화될까봐 안보 우려를 더 심하게 느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인터뷰는 2022년 서울 종로구 사직로에 개관한 EAI의 원장실에서 두 시간 동안 진행됐다. 그후 이재명 대통령의 외교부·통일부 업무 보고에서 북한 관련 중요한 발언이 나오고, 일본의 ‘핵 무장’론이 제기돼 수차례 카톡을 통해 추가 인터뷰를 했다.

게으른 자유주의, 질서 유지 노력 부족

- 라인홀드 니버 등 고전적 현실주의자들을 연구해 박사 학위를 받았는데, 세계가 왜 이렇게 혼란스러운 상태가 되고 있다고 보나.

“소련이 망한 후, 1990년대에 ‘역사의 종언’류의 전망이 유행했다. 그러자 자유주의는 국제 질서를 지키기 위한 타협과 거래를 지나치게 지연시켜 왔다. 미국이 사실상 혼자 공공재를 떠안아 왔는데, 이를 계속 감당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유럽이 더 분담했어야 하고, 중국과 러시아가 악용하지 못하도록 제어했어야 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지난 80년은 오히려 비정상적으로 예외적인 평화 시기였다. 세계 질서는 이제 다시 무질서한 약육강식의 정글로 되돌아가고 있다.”

―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은 미중 갈등이 냉전만큼 오래갈 것으로 전망하는데.


“나는 그렇게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그렇다고 한국이 편안한 위치로 간다는 뜻은 아니다. 냉전 시기 미소 관계와 달리, 현재 미중은 경제적 상호의존도가 매우 높다. ‘미국인의 중국 없이 하루 살아 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미·중은 치열하게 경쟁하겠지만 과거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 대략 10~20년 정도의 경쟁 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이 큰데, 이는 푸틴, 시진핑 등 ‘스트롱 맨’들의 수명과도 유사하다."

― 최근 발간된 트럼프 2기 정부의 국가안보전략(NSS)이 화제인데.

“NSS의 3분의 2는 패권 재조정 전략이고, 나머지 3분의 1은 보통 강대국 전략에 가깝다. 미국이 핵 패권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이고, 인도·태평양을 반드시 붙잡겠다는 전략이다. 핵심은 경제안보 전략으로 이를 패권 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국가 관계를 상업적, 거래적 관계로 하겠다는 뜻도 분명하다. 서반구와 남미 등을 확보해서 ‘우리만 잘되면 된다’는 시각도 담겨 있다."


‘피크 트럼프’ 확산 여부가 관건

― 궁극적으로 한미 관계도 거래에 기반한 동맹으로 가야 하나.

“한국은 반도체, 조선 등에서 미국에 필수불가결한 나라가 됐다. 미국을 도와주면서 동시에 우리에게 필요한 요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버든(비용 등의 부담) 셰어링’뿐 아니라 ‘권한 셰어링’이 필요하다.”

― 트럼프 이후에도 트럼프류의 정책이 계속될 가능성이 큰데.


“앞으로의 한미관계에 등장하는 비용 문제는 한미가 함께 만들어야 할 미래 자유주의 질서에 대한 투자로 봐야 한다. 한국은 세력권 질서나 강대국 질서의 종속 변수가 아니라, ‘집합 패권’의 핵심 국가가 돼야 한다. 우리는 군사력뿐만 아니라 지적 역량, 소프트파워, 제조업 역량을 갖고 있다. 한국의 조언을 들었을 때 미국도 바람직한 미래 질서를 만들 수 있다는 인식을 갖도록 해야 한다.”

전 원장은 이같은 인식을 바탕으로 우리가 미국에 요구할 수 있는 목록을 만들어서 내년 초 발표하겠다고 했다.

- 올 한 해 전 세계에 ‘트럼프 광풍’이 불었는데, 내년의 국제 정세도 역시 트럼프에 달린 것 아닌가. 당장 내년 미국 중간 선거는 어떻게 될 것으로 보나.

“트럼프는 지금이 최절정이고, 앞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의미의 ‘피크 트럼프(Peak Trump)’론이 확산하고 있다. 미국 국내 정치를 보면 1932년 이후 집권당이 중간선거에서 선전한 사례는 거의 없다. 트럼프 1기 때도 2018년 중간선거에서 하원을 민주당에 내줬다. 현재 여론을 보면 이번에도 하원에서 질 가능성이 크다. 하원은 예산권과 입법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국내 정치에서 제동이 걸릴 수 있다. 그럴수록 트럼프는 외교에 더 집중해 성과를 내려 할 가능성이 있다“

- 트럼프 때문에 미국의 정치, 경제도 혼란스러워 보이는데.

“미국은 역대 어떤 나라보다 더 강하지만 국민은 불행하다고 느낀다. 예를 들어 1990년생 미국인을 보자. 10대에 9·11을 겪었고, 대학 진학이나 취업 시기에 금융 위기를 맞았다. 결혼 이후에는 코로나 팬데믹을 겪었다. 패권국 시민으로서 누려야 할 것을 누리지 못했다는 인식이 트럼프를 낳은 배경이다. 트럼프는 바로 그 정서를 파고들었기에 지지율이 어떻게 될지 봐야 한다."

중국에 겁먹고 협력 포기할 이유 없다

―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휴전 가능성은.

“조만간 휴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본다. 우크라이나의 독자적 전쟁 수행 능력은 애초에 제한적이었다. 징집도 원활하지 않고, 수십만 명의 인구가 이탈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지지율도 하락하고 있다. 전쟁이 끝나든 이어지든, 그의 장기 집권 가능성은 낮아졌다.”

― 휴전이 이뤄질 경우 한국에는 어떤 영향이 있나.

“전쟁이 끝나면 러시아의 정상 국가 복귀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러시아가 북한과의 관계만 전면에 내세우지 않을 것이다. 우리 입장에서도 여러 실익이 있을 수 있다. 중러 관계 역시 영향을 받을 것이다.”

―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도 불구, 한러 관계 복원을 모색해야 하나.

“러시아는 북한의 불법 핵 개발과 한국에 대한 핵 위협을 묵인했다. 그리고, 북한군이 전장에서 실전 경험을 쌓게 했다. 이 점에 대해서는 분명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 이재명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한중 관계는.

“경제적으로는 이미 상호 보완하는 관계에서 경쟁으로 넘어갔다. 그렇다고 협력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경쟁하면서도 협력할 수 있는 의제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AI 에서도 상호 협조할 여지가 있다. 반도체 등 첨단 제조업에서 한국의 경쟁력은 여전히 유효하다. 우리가 지레 겁먹고 중국과의 협력을 포기할 이유는 없다.”

― 최근 대만 문제로 불거진 중일 갈등에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기본 원칙은 개입하지 않는 것이다. 중일 관계가 평화적으로 유지되는 것이 한국의 국익이다. 기존 원칙을 흔들 필요가 없다.”

-일본 총리실의 고위 관리가 자국의 핵무장을 주장한 날, 일본의 시사 월간지 ‘문예춘추’ 내년 1월호를 보니 ‘중국에는 (일본의) 핵 보유도 선택지다’라는 제목의 대담이 실려 있었다. 일본도 핵 무장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했나.

“일본은 그동안 미일동맹이라는 ‘플랜 A’에 대해 ‘플랜 B’는 필요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경제적 필요에 따라 타협하는 트럼프의 대중 전략, 일본에 대한 과도한 경제적 양보 요구 등을 보고, 플랜 B로 핵무기 보유 논의도 엘리트 사이에서 조금씩 논의되고 있다. 중요한 변수는 트럼프 정부의 확장 억제 전략(핵우산) 변화 가능성이다. 유일하게 핵 공격을 받았던 일본 국민의 여론 움직임도 중요하다.”

- 중국이 일본의 핵 무장론에 강하게 반발하는데.

“나는 일본보다 중국이 더 우려된다. 트럼프 정부 안보 전략의 불확실성과 함께 더욱 중요한 변수는 중국의 핵무기 개발 가속화다. 중국은 2035년까지 핵무기를 미국이 배치한 1550개까지 끌어올리고, 제1도련선을 우회할 수 있는 J3세대 SSBN(핵잠수함)으로 중국의 공격 능력을 향상시킨다는 전략이다.”

북한, 남북대화 응할 가능성 크지 않아

- 앞으로는 냉전시대처럼 미중 핵 경쟁이 우려된다는 건가.

“향후 10년 내 중국의 핵 능력 증가로 미중 간 상호확증파괴가 달성되면, 중국은 미국을 동북아에서 배제하고 현상 변경을 추구할 수 있는 구조적 변화를 추구할 것이다. 중국이 미국과의 핵 동등성을 바탕으로 대만, 남중국해 등에서 더욱 공세적 활동을 할 수 있다. 일본은 ‘미국이 자국의 핵 공격을 무릅쓰고 일본을 방위할 것인가, 동중국해에 개입할 것인가’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변화에 놓여 있다.“

- 큰 틀에서 미국이 한일에 대해 ‘우호적 핵 확산’에 동의할까.

“미국의 미래 전략이 패권적으로 유지될 것인지, 보통 강대국으로 유지될 것인지를 봐야 한다. 패권적이라면, 핵을 유지할 것이다. 독일의 핵무장, 한일의 핵무장을 허용하면, 해당 국가는 미국과의 동맹이 필요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면 미국이 안보를 제공하면서 반대급부로 받았던 경제적 혜택이 사라져 보통 강대국이 되는데, 트럼프가 이를 바라지 않을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북한 비핵화 대신 ‘핵 없는 한반도’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대북 제재 ‘허들’을 크게 낮춰서 북한과 대화하고 싶어 하는데, 이 같은 ‘먼저 무릎꿇기’가 북한에 통할까

“북한이 이에 응할 가능성은 ‘매우 작다’가 답인 것 같다. 핵 없는 한반도가 한국이 북핵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북한이 요구하는 ‘미국 핵우산 제거’ 등의 북한 요구를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면, 우리 측에서 아무리 허들을 낮춰도 김정은 위원장이 남북 대화에 나올 가능성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전재성

서울대 외교학과 졸업 후, 미국 노스웨스턴대에서 현실주의 국제정치이론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국국제정치학회장을 지냈으며 국제정치이론, 한미관계, 외교사 등의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해 왔다. 김병국 전 고려대 교수가 2002년 설립한 독립 싱크탱크 EAI의 4대 원장으로 지난 9월 취임했다.

[이하원 외교안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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