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과 함께 욕조 들어간 대통령…엡스타인 문건 ‘클린턴만 공개’ 역풍

美 중간선거 최대 관심사
공개 주체 법무부 선별 의혹

트럼프 사진 하루만에 삭제
민주당·피해자들 거센 반발

미국 법무부가 19일(현지시간) 공개한 미성년자 성착취범 고(故) 제프리엡스타인의 수사관련 문서에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시기와 장소가 특정되지 않은 채 얼굴이 가려진 한 여성의 허리쪽에 팔을 두르고 앉아 있어 친밀한 관계임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미법무부 로이터 연합뉴스]

내년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최대 관심사였던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 파일이 예상과 달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자료 공개 미비로 거센 후폭풍을 낳고 있다. 집권 후 최저 지지율로 비상이 걸린 트럼프 정부로서는 엡스타인 파일을 두고 최근 마가(MAGA) 진영이 분화하는 움직임까지 나타나며 사면초가에 몰린 상황이다.

20일(현지시간) 법무부가 전날부터 공개하기 시작한 엡스타인 파일에는 트럼프 대통령 자료 대신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엡스타인의 연인이자 공범인 길레인 맥스웰 관련 내용 등이 포함됐다. 법무부는 향후 수주에 걸쳐 문서 수십만 건을 추가로 공개할 방침이다.

연방검찰이 두 사람의 기소를 관철하기 위해 대배심에 제시한 자료에는 엡스타인의 부동산이나 여성들에 대한 메모 등이 담겨 있다.

전날 1차로 공개된 문서에는 클린턴 전 대통령이 얼굴이 가려진 한 여성과 친밀하게 앉아 있거나 한 여성과 욕조에 함께 들어가 있는 모습 등이 포착됐다. 클린턴 측은 “이 사안은 클린턴에 관한 문제가 아니다”면서 “모든 사람, 특히 마가(MAGA)는 희생양이 아니라 답을 원한다”고 반발했다.

미국 법무부가 19일 (현지시간) 제프리 엡스타인 사건에 대한 수사 기록을 공개했다. [사진 = AFP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과 관련한 내용이 거의 나오지 않으면서 법무부가 의도적으로 그 내용을 빼고 공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도 법무부가 발표한 문서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면서 즉각 모든 파일을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토드 블랜치 법무부 부장관은 ABC방송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처음부터 공개 가능한 모든 파일은 공개돼야 한다고 분명히 말해왔고 우리는 정확히 그렇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도널드 트럼프라는 이름이나 빌 클린턴, 리드 호프먼 같은 이름이 등장한다는 이유로 어떤 것도 숨기려는 의도는 없다”고 강조했다.

사건 희생자들 역시 법무부 문서가 대거 가림 처리돼 공개된 것을 두고 불만을 터뜨렸다. 19일 발표된 1만3000건 이상의 사건 파일은 대부분 가림 처리가 됐다.

특히 법무부가 19일 엡스타인 관련 자료 중 16건을 공개했다가 하루 만인 20일 이 중 일부를 삭제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삭제된 사진 중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이 담긴 것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 사진은 엡스타인이 맨해튼 자택에서 쓰던 가구를 촬영한 것으로, 사진에 찍힌 열린 서랍 안에 들어 있는 사진 중 트럼프의 모습이 드러났다. 삭제된 것 가운데 10여 건은 여성 나체가 포함된 예술작품이나 사진이었다.

법무부는 삭제 이유를 밝히지 않고 X(엑스·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추가 정보를 입수하는 과정에서 신중을 기하기 위해 사진과 기타 자료들은 법을 준수하며 계속 검토되고 편집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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