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이라 쓰고 ‘GOAT’라 읽는다

시즌 최다 타이 11승..승률, 상금까지 전인미답
서승재-김원호는 남자복식 최다승 新
이소희-백하나도 왕중왕전 2연패

안세영이 21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파이널스 2025 여자 단식 결승에서 왕즈이(중국)와 경기를 펼치고 있다. 항저우=AFP 연합뉴스

‘셔틀콕 여제’ 안세영(23∙삼성생명)이 강자들이 모인 '왕중왕전' 정상에 오르며 화려한 시즌 피날레를 장식했다. 아울러 각종 배드민턴 역사를 새로 쓰며 '리빙 레전드'의 지위를 확인했다.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은 21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파이널스 2025 여자 단식 결승에서 세계 2위 왕즈이(중국)를 상대로 1시간 36분 혈투 끝에 2-1(21-13 18-21 21-10)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대회 준결승에서 당한 패배를 설욕하면서 왕즈이와 통산 상대 전적은 16승 4패로 압도했고, 특히 올 시즌엔 8번 만나 8번 모두 이겼다. 월드투어 파이널스 우승은 2021년 이후 4년 만이다.

안세영은 이로써 올 시즌 11번째 우승 트로피를 수집하며 이 부문 최다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는 2019년 일본 남자 단식의 전설 모모타 겐토가 세운 '단일 시즌 최다 우승(11회)'과 타이다. 안세영은 2023년에도 10관왕을 차지한 바 있다.

안세영은 시즌 최다승은 물론, 최고 승률과 상금 기록까지 모두 갈아치웠다. 이날까지 안세영은 올 시즌 77차례 경기에서 단 4번만 패하며 94.80%라는 경이적인 승률을 기록했다. 이는 60경기 출전 이상 기준 린단(중국∙2011년 92.75%)과 리총웨이(말레이시아∙2010년 92.75%)를 뛰어넘는 역대 최고 승률이다.

우승 상금 24만 달러(약 3억5,544만 원)를 보태 사상 첫 ‘100만 달러 선수’로도 등극했다. 시즌 총 상금 100만3,175달러(약 14억8,570만 원)로 남녀 단·복식을 통틀어 배드민턴 역사상 그 누구도 밟지 못한 고지다.

통산 누적 상금에서도 약 232만9,000달러(약 34억4,924만 원)로 빅토르 악셀센(덴마크∙약 228만4,569달러)과 타이쯔잉(대만∙약 218만5,198달러)을 제치고 역대 1위를 달리고 있다.

안세영은 3게임 8-6 접전 상황에서 7점을 연속으로 쓸어 담으며 승기를 잡았다. 승리가 확정된 순간 왼쪽 햄스트링이 올라온 듯 절뚝거리면서도 관중을 향해 양손 손가락 한 개씩을 펴 보이는 '11승' 달성 세리머니를 펼치며 환하게 웃었다.

안세영은 경기 후 "정말 11번을 채울 수 있을까에 대해 의심도 많이 했는데 그래도 의심보다 믿음이 더 강했던 것 같다"며 "기록을 세우고 나니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도전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고 말했다.

한편 이어 열린 남자복식 결승에서도 대기록을 보탰다. 세계 1위 서승재-김원호는 세계 5위 량웨이컹-왕창을 40분 만에 2-0(21-18 21-14)으로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서승재-김원호는 안세영과 같은 시즌 11회 우승을 달성하며 1988년 리융보-톈빙이 조(중국)가 세웠던 남자복식 한 시즌 최다 우승 기록(10회)을 37년 만에 갈아치웠다.

여자복식 결승에서는 이소희와 백하나(7위∙이상 인천국제공항)가 5위인 일본의 후쿠시마 유키-마쓰모토 마유 조를 2-0(21-17 21-11)으로 완파하고 이날 우승 릴레이의 스타트를 끊었다.

여자복식은 왕중왕전 2연패를 달성하며 자존심을 되찾았다. 이는 과거 그랑프리 파이널 시절이었던 1998년과 1999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던 혼합복식 김동문-나경민 조 이후 한국 선수로는 26년 만에 나온 역대 두 번째 왕중왕전 2연패 기록이다.

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