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뉴스
서울
맑음 / -3.9 °
파이낸셜뉴스 언론사 이미지

회계사도 '취업 N수'… 청년 울리는 AI發 일자리 잠식[김규성의 이슈+]

파이낸셜뉴스 김규성
원문보기
어쩌다…
CPA 합격자 절반 '사실상 백수' 상태
1~3년차 업무에 AI 도입 확산 직격탄
고학력 전문직까지 고용절벽 내몰아
그래도…
"AI發 청년고용 감소는 과도기적 현상"
감원보다 AI와 협업 가능한 인재양성
직무재설계 통한 새 기회 창출 전망도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인공지능(AI) 확산이 고용시장에 가시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지난 2022년 11월 챗GPT 출시 이후 다양한 생성형 AI 서비스가 경쟁적으로 등장하면서 고용시장 파급력도 확인되고 있다. AI가 회계, 재무, 세무 등 전문분야 업무도 속속 해내면서 고학력 신입 전문직 고용이 위축되고 있다. 단순 업무는 물론 전문직도 AI 발(發) 고용 축소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1~3년차 신임 공인회계사가 하던 단순·반복 업무를 신규 회계사를 채용 않고 AI가 대체하는 방식이다. 현재까지 청년 고용 위축은 뚜렷하다는 게 국내외 연구 결과다. 한국은행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최근 3년간 조사를 해 보니 AI에 많이 노출된 업종에서 청년고용이 크게 줄었다"고 분석했다.

■AI발 고용충격, 곳곳서 발생

21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올해 공인회계사(CPA) 시험 합격자 중 실무 수습 기관을 배정받지 못한 '미지정 회계사'는 600여명에 달한다. 올해 합격자 1150명의 절반 가량이다. 미지정 회계사는 CPA시험에 합격했지만, 정식 회계사로 활동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실무수습 기관 배정을 받지 못한 사람들을 말한다.

절반 가량의 CPA 합격자가 사실상 미취업 상태에 내몰린 것은 회계업계 업황 악화 등도 원인이 있지만 AI 확산도 일조했다는 게 회계업계의 대체적 분석이다. 김범준 가톨릭대 회계학과 교수는 "국내 주요 회계법인들이 1~3년차 신입 회계사들이 하던 단순 반복 업무를 AI에 시킨 것은 꽤 됐다"며 "일부 회계법인은 감사보고서 수임 후 비용 책정을 할 때, 시스템 사용비용(AI 사용 비용)도 제시할 정도"라고 말했다.

회계사 뿐만 아니라 변호사, 세무사 등도 AI발 고용충격이 청년층에 미치고 있다. 실제 세무업계에서는 AI를 활용한 세금 신고와 환급 서비스 플랫폼이 등장했다. 한국세무사회 김선명 부회장은 "변호사, 회계사 만큼 AI 영향을 받고 있지는 않지만 (AI를 도입할 수록) 시니어 세무사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는 건 맞다"고 말했다.

해외는 국내보다 AI발 고용 위축이 한층 더 심각해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지난 7월 초 전체 인력의 4%에 달하는 약 9000명 감원 계획을 발표했다. 앞서 두 차례 진행한 감원까지 합치면 올 들어서만 1만8000명 규모다. 올 초 1000여명을 줄인 세일즈포스는 AI 도입으로 올해 엔지니어 신규 채용을 실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은 지난 10월부터 인사 운영·디바이스 등 사무직 약 3만명의 인력을 감원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AI 활용도를 높이면서 유휴인력을 감원하는 형태다.

일자리 위협 우려는 기술 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방송계에서는 AI가 방송 프로그램 초안을 작성하며 작가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기업 정보 수집과 분석, 보고서 작성에 AI가 활용되면서 리서치 인력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

■충격, 경력사다리 하단서부터


AI가 고용시장에 주는 충격은 고학력 전문직, 단순 업무 등 가리지 않지만 연령대로 분류했을 땐 청년층(15~29세)의 타격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한은은 최근 내놓은 'BOK이슈노트-AI 확산과 청년고용 위축:연공편향 기술변화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지난 3년간 청년층 일자리는 21만1000개 줄었는데 이 가운데 20만8000개가 AI 고노출 업종이라고 밝혔다.

반면 같은 기간 50대 일자리는 20만9000개 증가했고 그중 14만6000개가 AI고노출 업종에서 늘었다. 한은은 "국내 노동시장에서도 미국과 유사하게, AI 도입 초기 주니어 고용은 줄고 시니어 고용은 늘어나는 연공편향 기술변화가 나타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연공편향 기술변화는 AI기술이 주니어가 주로 수행하는 정형화되고 교과서적인 지식업무를 상대적으로 쉽게 대체하는 반면, 경력에 기반한 암묵적인 지식, 사회적 기술이 요구되는 과업에서는 보완적으로 작동하는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청년층부터 시작된 AI발 고용충격이 확산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AI가 취업자 일자리의 최대 74%를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용석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는 지난 8일 기획재정부가 주최한 '2025년 미래전략콘퍼런스'에서 'AI가 견인할 탈노동사회'를 주제로 발표하면 3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서교수는 AI가 국내 직업을 대체하는 저위 시나리오에서는 취업자 일자리의 12.9%(351만명)가 AI 몫이 되고, 중위 시나리오에서는 24%(651만명), 고위 시나리오에서 73.8%(2005만명)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서 교수는 "초기에는 청년층, 여성, 사무·판매직이 크게 타격을 받지만, 점차 충격이 확산되면서 남성 중심의 제조·전문직까지 영향이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일자리 창출 전망도 나와

반대로 AI 확산이 노동시장을 구조적으로 변화시키면서 고용을 되레 늘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고용시장에 미칠 AI 영향이 일관되지는 않다는 의미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지난 1월 보고서에서 AI로 인해 향후 5년간 92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지만, 1억700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분석했다. 프롬프터 엔지니어, AI윤리 전문가, 데이터 검증 전문가 등을 새 직업군으로 꼽았다.

PwC가 전 세계 약 10억 건의 구인 광고를 분석해 지난 6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AI에 노출된 대부분의 직업에서 일자리 수와 임금이 모두 증가했다. 2024년 기준 AI기술을 갖춘 근로자는 관련 지식이 없는 근로자보다 56% 더 많은 급여를 수령했다. AI 활용도가 높은 산업의 직원 1인당 매출 증가율은 AI활용도가 낮은 산업의 3배에 달했다. AI 노출도가 높은 직업군은 복잡한 문제 해결과 의사결정 능력이 요구되는데 AI가 이러한 업무를 보조함으로써 업무 효율과 생산성 향상, 산업 규모 성장, 신규 노동수요 촉진으로 이어져 고용증대 효과를 창출한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AI 확산이 청년층 고용을 지속적으로 줄일 것인지에 대해서는 "불확실하다"는 분석도 많다. 한국개발연구원(KDI) 한요셉 연구위원은 "생성형AI가 청년층 일자리 축소로 이어지는 것은 과도기적 현상"이라며 "3년 정도의 기간에서는 명확했지만 향후 지속 여부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AI활용이 단기적으론 비용 절감이 되겠지만 기업의 인재 파이프라인 약화되는 데 장기적으로 가능하겠냐는 문제가 남는다고 지적했다. 한 연구위원은 "현재는 AI도입이 청년층 일자리를 대체하고 있지만 미래에는 시니어를 겨냥할 수도 있다"고 했다.

한국은행 오삼일 조사국 고용연구팀장도 "기업도 인력 축소보다는 AI와 협업이 가능한 인재 양성, 직무 재설계 등 보다 지속 가능한 전략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며 "AI로 인한 생산성 증가가 중장기적으로 노동수요 확대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청년층이 수혜의 중심으로 부상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mirror@fnnews.com

Copyrightⓒ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info icon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AI 이슈 트렌드

실시간
  1. 1한혜진 아바타
    한혜진 아바타
  2. 2김우빈 신민아 결혼
    김우빈 신민아 결혼
  3. 3김종국 송지효 황금열쇠
    김종국 송지효 황금열쇠
  4. 4현빈 손예진 아들
    현빈 손예진 아들
  5. 5현빈 손예진 아들 비주얼
    현빈 손예진 아들 비주얼

파이낸셜뉴스 하이라이트

파워링크

광고
링크등록

당신만의 뉴스 Pick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