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21일 울산 중구 다운동의 옛 삼호교 일부가 무너져 내린 모습. 이 다리는 폭우의 영향으로 전날 저녁 붕괴됐다. 울산시 제공 |
국가등록문화유산인 울산 옛 삼호교가 지난여름 폭우로 무너진 뒤 5개월째 방치되고 있다. 100억원에 이르는 예산 확보가 쉽지 않아 언제 복구될지 예상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21일 오전 울산 남구 삼호동 태화강국가정원 들머리. 태화강을 가로질러 중구 다운동으로 이어지는 옛 삼호교 앞이 완전히 가로막혀 있었다.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이라고 적힌 다리 기둥 옆으로 가림막과 공사 안내판이 줄지어 벽처럼 서 있었다. ‘출입통제’ 펼침막 뒤로 이어진 무지개색 난간은 저 멀리 브이(V) 자로 꺾였다. 지난 7월20일 다리 상판 한가운데가 주저앉은 뒤부터 5개월째 같은 모습이다.
사고 이후 두달 동안 부분 정밀안전진단을 벌인 중구청은 이 다리 아래쪽 목제 말뚝과 주변 콘크리트가 떨어져 나간 것을 확인했다. 일제강점기인 1924년 지은 다리 구조물이 오랜 세월 약해진 데다 당시 폭우로 강물이 불어나 심해진 물살을 견디지 못하고 훼손됐다는 것이다.
2023년 국가유산청이 찍은 울산 신삼호교(왼쪽부터), 옛 삼호교, 삼호교. 옛 삼호교는 보행자만, 삼호교는 자동차만 오가는 다리다. 국가유산청 누리집 |
중구청은 이 다리에 계측기를 설치해 상태를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다행히 현재까지는 추가 붕괴 위험은 없다고 한다. 중구청은 무너진 옛 삼호교를 복구하기 위해 다리 전체 정밀안전진단이 필요하다고 보고 국가유산청에 내년 예산 8억원을 우선 요청했다. 예산을 확보하는 대로 정밀안전진단과 실시설계를 거쳐 구체적인 보수·보강 공사 범위와 방식 등을 정할 계획이다. 보수·보강 공사를 하려면 공사 구간의 강물을 막아 물길을 돌려야 하는데, 이때 자칫 다리의 다른 구조물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중구청은 이런 가능성까지 고려해 실시설계를 하기로 했다.
중구청은 설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옛 삼호교를 복구하는 데 대략 100억원대의 예산이 들 것으로 추정한다. 재정 여력이 좋지 않은 중구청이 감당하기는 어려운 규모다. 중구청은 국가유산청, 울산시와 협의해 예산 지원을 최대한 요청해야 하는 처지다. 내년 추경으로 서둘러 예산을 확보하더라도 공사는 해를 넘길 수밖에 없다. 추가 붕괴 위험 탓에 태풍이나 장마 등 시기에는 공사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울산 남구 삼호교 들머리에 보행로가 없으니 인도교(옛 삼호교)를 이용하라는 안내판이 붙어 있다. 다리 너머로 상판이 무너진 무지개색 난간의 옛 삼호교가 보인다. 주성미 기자 |
옛 삼호교 복구가 늦어지면서 주민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걸어서 강을 건너려면 보행로가 있는 신삼호교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김부임(68·남구 삼호동)씨는 “평소 다운동 오일장이나 중구 쪽 태화강국가정원을 자주 오가는데 신삼호교로 돌아가면 15분이 더 걸려 힘들다”며 “일주일에 다섯번씩 가던 걸 두번도 못 간다”고 말했다. 일부 주민들은 차도뿐인 삼호교 갓길을 따라 아슬아슬하게 다니기도 한다. 이 때문에 중구청은 삼호교 들머리에 ‘보행자 통행 금지’ 펼침막까지 내걸었다.
울산 남구 삼호동과 중구 다운동 주민들이 모인 ‘삼호교 주민대책위원회’는 지난 18일 옛 삼호교 들머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체 통행로 확보를 요구했다. 주성미 기자 |
남구 삼호동과 중구 다운동 주민들은 ‘삼호교 주민대책위원회’를 꾸려 옛 삼호교 대체 통행로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중구청에 집단민원도 제기했다.
중구청은 삼호교 가장자리에 보행자 길을 덧대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지만, 당장 내년에 편성한 예산은 없다.
옛 삼호교는 울산지역 최초의 근대식 철근콘크리트 다리로 2004년 9월4일 국가등록문화유산 제104호로 지정됐다. 중구청은 이 다리 보수·보강공사를 하면서 현상변경 신고 없이 난간에 무지개색 페인트를 칠했다가 논란이 일자 지난 7월 초 공사를 중단한 바 있다.
주성미 기자 smoo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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