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겨울 일요일이라면 을씨년스러운 침묵에 빠져 있을 시간인데, 21일 아침 서울 대학로 한예극장 앞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19일 별세한 고(故) 윤석화 배우가 17년간 공연장이자 갤러리, 공연 예술 전문지 ‘객석’의 사무실로 썼던 극장 ‘정미소’의 옛 자리. 고인의 예술적 발자취와 기억이 깊이 배인 곳이다.
오전 10시가 되기 전,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을 떠난 운구 차량이 도착했다. 한국연극인복지재단(이사장 길해연) 주관으로 장지로 향하기 전 마지막으로 열리는 노제. 고인의 땀과 눈물, 헌신이 깃든 대학로에서 유족과 공연계 동료 선후배들이 고인을 마지막으로 배웅하는 자리였다.
◇“뜨거웠던 배우, 위대한 예술가”
“윤석화 선생님에게 연극은 언제나 가장 진실한 땅이었습니다. 선생님은 연극이란 대답할 수 없는 대답을 던지는 예술이라 말씀하시며, 관객에게 질문을 보내고 그 질문이 삶 속에서 계속 이어지기를 바랐습니다.”
오전 10시가 되기 전,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을 떠난 운구 차량이 도착했다. 한국연극인복지재단(이사장 길해연) 주관으로 장지로 향하기 전 마지막으로 열리는 노제. 고인의 땀과 눈물, 헌신이 깃든 대학로에서 유족과 공연계 동료 선후배들이 고인을 마지막으로 배웅하는 자리였다.
◇“뜨거웠던 배우, 위대한 예술가”
“윤석화 선생님에게 연극은 언제나 가장 진실한 땅이었습니다. 선생님은 연극이란 대답할 수 없는 대답을 던지는 예술이라 말씀하시며, 관객에게 질문을 보내고 그 질문이 삶 속에서 계속 이어지기를 바랐습니다.”
윤석화의 뒤를 이어 연극인복지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길해연 배우가 추도사를 낭독하며 울먹였다. “투병 중에도 무대를 떠나지 않았던 이유 역시 그 진실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누구보다 뜨거웠던 배우, 위대한 예술가를 떠나보내지만, 그가 남긴 무대와 질문, 예술과 사람을 향한 사랑은 한국 공연예술의 역사 속에서 오늘도 살아 숨쉬고, 후배 예술인들과 관객의 길을 밝혀줄 것입니다.”
21일 오전 대학로 옛 극장 정미소 앞에서 열린 고 윤석화 배우 노제에서, 한국연극인복지재단 이사장 길해연 배우가 추도사를 낭독하고 있다. /뉴스1 |
고인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한국연극인복지재단 이사장을 맡아, 주거비와 의료비 지원, 자녀 장학 사업 등 연극인의 삶을 살피는 데 헌신했다. 또 입양 기관 지원과 미혼모 자립을 위한 자선 콘서트를 꾸준히 여는 등 무대 위에서 받은 사랑을 사회 공동체에 환원하려 노력했다. 한국연극인복지재단이 노제를 주관한 것도 이런 고인의 뜻을 기리기 위해서였다.
고인이 무대에서 불러 관객의 사랑을 받았던 노래 ‘꽃밭에서’를 최정원, 배혜선, 박건형 등 후배 뮤지컬 배우들이 합창했다. “꽃밭에 앉아서 꽃잎을 보네(…) 이렇게 좋은 날에, 내 님이 계신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들 김수민씨가 들고 선 영정 속에서 윤석화 배우가 생전의 아름다운 모습 그대로 활짝 웃고 있었다. 조문객들은 배우들과 후렴구를 함께 따라 부르기도 했다.
노래가 끝난 뒤, 모두가 배우 윤석화가 마지막 무대에서 퇴장하는 길을 박수로 배웅했다. 오래 참았던 눈물이 터져 여기저기 울음바다가 됐다.
고 윤석화 배우를 마지막으로 배웅하는 조문객들. /뉴스1 |
◇“밥 짓는 솥 앞도 당신의 무대”
앞서 이날 오전 8시에는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내 영결식장에서 ‘고 윤석화 권사 천국 환송 예배’가 ‘밥퍼 목사’로 널리 알려진 다일공동체 최일도 목사의 집례로 열렸다. 생전의 윤석화 배우는 후원자이자 봉사자, 홍보대사로 밥퍼 공동체를 통해 홀몸 어르신들과 노숙인, 가난한 아이들을 위한 활동에도 헌신했다.
“35년 전, 공동체가 가장 춥고 배고팠던 시절에,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앞치마를 두르고 청량리 쌍굴다리 아래로 달려와 주셨습니다. ‘아니, 저분이 맞나. 한국 최고의 배우가 어떻게 이렇게 낮고 낮은 곳으로 오셨나.’ 밥솥의 뜨거운 김을 온몸에 적시며, 청량리뿐 아니라 네팔에서, 우간다에서, 탄자니아에서, 캄보디아에서, 저와 함께 땀과 눈물을 흘려주시던 그 모습 어떻게 잊을 수 있겠습니까.” 최일도 목사의 목소리에도 눈물이 묻어 있었다.
“권사님이 배고픈 형제들에게 밥을 퍼주시던 그 고운 손길, 소외된 이들의 상한 마음을 끌어안으며 불러주고 불러주던 그 맑은 노래는 우리 모두에게 살아 있는 복음이었습니다. 권사님의 무대는 극장만이 아니었습니다. 밥을 짓는 그 솥 앞이 당신의 무대였고, 아픈 아이들, 꿈을 잃어버린 아이들이 당신의 거룩한 성전이었습니다. 권사님이 뿌린 사랑의 씨앗은 이 땅 위 소외된 이웃을 섬기는 현장에서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나고 있습니다.”
이날 조사(弔詞)는 서울문화재단 이사장 박상원 배우였다. “이제 아팠던 기억 다 버리고 저 하늘나라에서 객석도 다시 만들고 (극장) 정미소도 다시 만들어 선후배들과 마음껏 연극하십시오. 마음껏 뛰어노십시오. 아그네스보다도 더 아그네스 같았던 순수하고 맑은 열정의 배우 윤석화. 누나! 잘 가십시오!”
이날 고 윤석화 배우의 영결식과 노제에는 손진책 대한민국예술원 회장,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유인촌 전 문화부 장관, 배우 박정자, 손숙, 지춘성, 이종규 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 방지영 한국아시테지 이사장, 고희경 홍익대 공연예술대학원장 등과 공연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이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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