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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위있던 대통령, 뒤에선 쌍욕 달고 살았다…우아한 가면 벗겨진 백악관 [Book]

매일경제 최현재 기자(aporia1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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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게이트 특종 ‘밥 우드워드’
우크라전쟁 대처하는 바이든
긴장감 가득한 밀실외교 그려
푸틴 핵 위협 땐 불안에 떨기도

“킬러·사탕, 또는 두가지 다”
트럼프의 세계관 보여주늗
42세때 인터뷰 소개해 눈길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밀실을 포기하는 정치 권력은 없다. 정책과 의사결정에 대해 단호하고 명쾌하게 설명하는 지도자의 이미지는 공적인 무대에서 연출된 모습일 뿐이다. 감시와 노출이 없는 밀실에서 권력자들은 참모들과 함께 정책을 논의·수립하는 과정에서 밑바닥을 드러낸다. 직면하기 싫은 현실 앞에서는 종종 결정을 회피하려 하며, 때론 결론을 정해두고 참모들을 압박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권력자의 밀실은 그의 본모습을 궁금해하는 대중에게 호기심을 안긴다. 권력을 견제하는 저널리즘엔 하나의 목표다. 그 밀실의 소재지가 전 세계를 체스판 삼아 국제 정치를 좌지우지하는 백악관이라면 어떨까.

리처드 닉슨 행정부 당시 기자로 ‘워터게이트 사건’ 특종을 터뜨린 저널리즘의 전설 밥 우드워드 미 워싱턴포스트(WP) 부편집인(82)이 지난해 발간해 최근 국내에 번역 출간된 ‘전쟁(WAR)’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밀실을 소설과 같은 작법으로 열어젖힌다. 수백 시간에 걸친 인터뷰와 정부 문서, 이메일, 회의록 등을 망라해 집필된 책은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수,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국면을 돌파해야 했던 바이든 행정부의 밀실 외교와 의사결정 과정을 증언한다.

책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기 5개월 전인 2021년 10월 러시아의 침공 계획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 작전 동선과 점령지 통치 방안 등 세부 사항을 담은 첩보를 담은 기밀 정보가 백악관 집무실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상황. 믿기지 않는 정보였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움직인다. 2021년 8월 행정부 최악의 실패로 평가받는 아프가니스탄 철수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 바이든의 생각이었다. 참모들과 내각 구성원들은 백악관 집무실과 회의실을 넘어 유럽 대륙으로 날아가 동맹을 규합하고, 러시아에는 전쟁을 일으킬 시 강력한 제재에 나서겠다고 엄포를 놓는다. 역사의 이면에서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상대국 카운터파트들과 밀실 외교를 벌이는 장면이 생생히 그려진다.

백악관 내부의 이견도 담겼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의 침공이 실행돼도 ‘미군 파병’은 없다는 입장을 위기 초부터 견지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지속적으로 의구심이 들었다. “전쟁 전 협상을 위한 카드를 왜 조기부터 포기하는가?” 설리번은 의견을 피력했지만 바이든은 완고했다. “강대국은 허세를 부리지 않는다.” 만일 미군 파병을 선택지로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뒤 실행하지 않으면, 다른 동맹국들을 불안하게 만들 뿐이라는 주장이었다. 저자는 말한다. “허세 문제는, 심지어 미군에 관한 것이라도, 대통령과 설리번 사이에 있어 가장 큰 전략적 이견이었다.”

바이든의 백악관이 가장 불안에 떨었던 건 전쟁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전술핵’ 위협이었다. 전쟁 초기 러시아의 전황이 악화한 2022년 9월, 백악관에 ‘푸틴 대통령이 전술핵을 쓸 가능성은 50%’라는 기밀 정보가 도착한다. 실제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더티 폭탄’(방사성물질을 담은 폭탄)으로 자국을 공격하려 한다는 악선전을 퍼뜨린다. 전술핵 무기 사용이 임박한 상황. 바이든 행정부는 우크라이나에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받을 것을 권유한다. 중국, 인도, 튀르키예 등 러시아 우호국엔 일일이 연락해 ‘핵 사용 자제’ 메시지를 내줄 것을 호소한다. 러시아는 결국 전술핵 사용을 보류한다. 칼 콜린 미 국방부 정책차관은 당시를 이렇게 회고한다. “전쟁 전체에서 가장 간담이 서늘했던 순간이었을 것이다.”

우드워드는 바이든 대통령이 비공식 석상에서 감정적으로 폭발하는 순간도 포착해낸다. 지난해 초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하마스 궤멸을 목표로 가자지구에 강도 높은 공습을 감행한 때였다. 민간인 피해를 우려해 공격 수위를 낮추라고 요구한 바이든 대통령의 말은 번번이 무시됐다. 그는 사석에서 여러 차례 “×자식, 비비(네타냐후의 별명), 그는 나쁜 ××놈이야” “그는 ×× 거짓말쟁이야”라며 분노를 표출했다. 워싱턴의 정적들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바이든 대통령 입에서 그의 전임자이자 후임자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종종 “×× ×자식”으로 불렸다.


2019년 12월 미국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밥 우드워드 미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인(오른쪽 둘째)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주 앉아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백악관

2019년 12월 미국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밥 우드워드 미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인(오른쪽 둘째)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주 앉아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백악관


책에는 바이든 대통령의 백악관만 담긴 건 아니다. 2018년 ‘공포(Fear)’, 2020년 ‘분노(Rage)’, 2021년 ‘위기’를 통해 트럼프 1기 행정부의 민낯을 폭로했던 노장 기자는 현재 권좌에 올라 있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는다. 우드워드는 1989년 당시 42세였던 트럼프 대통령과의 인터뷰를 뒤늦게 저서에 풀어놓았다. 그의 과장된 화법, 거래적 사고, 피아를 구분하는 세계관, 강인함에 대한 병적 집착이 13개 페이지에 담겼다. 동맹에 청구서를 요구하고, 성과를 지나치게 부풀리며, 비판자들을 적대시하고 권위주의 국가의 리더에겐 호감을 보이는 지금의 그와 놀랍게 닮아있 다. 저자는 과거를 아는 이가 써내려가는 오늘이 언론의 글이자 저널리즘임을 상기시키며 말한다.

“킬러, 사탕, 또는 둘 다. 그것이 도널드 트럼프다. 여기 35년 전의 이 인터뷰에서, 우리는 트럼프 자신의 말을 통해 트럼프주의의 기원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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