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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규제가 중국만 웃게했다…세계 1위 美 '로청'의 몰락

중앙일보 이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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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 19일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베스트바이 매장에 전시된 아이로봇의 룸바. AFP=연합뉴스

지난해 1월 19일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베스트바이 매장에 전시된 아이로봇의 룸바. AFP=연합뉴스


" 지름 30㎝, 무게 2.6㎏의 납작하고 둥근 로봇이 회전하며 움직이다가 장애물에 접촉하면 방향을 바꾼다. " 무려 23년 전 세상에 선보인 미국 로봇청소기 ‘룸바(Roomba)’를 소개하는 기사 내용이다. 세계 최초의 상업용 로봇청소기(이하 로청)는 2001년 11월 스웨덴 기업 일렉트로룩스가 내놓은 ‘트릴로바이트’다. 가격은 한화로 228만원.

이후 10개월 만에 나온 룸바는 대당 약 25만원이라는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으로 돌풍을 일으켰다. 당시 룸바를 만든 미국 아이로봇(iRobot)의 로드니 브룩은 “앞으로 50년 안에 세상은 로봇으로 가득차게 될 거고, 아이로봇은 그런 세상을 만드는 대표 업체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의 예견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이제 본격적인 AI 로봇 시대로 접어들고 있지만, 아이로봇은 중국 자본 아래로 편입됐다. 아이로봇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중국 피시아로보틱스(PICEA Robotics)가 아이로봇 지분 100%를 인수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피시아는 아이로봇의 위탁생산 파트너다.



로청 강자 아이로봇, 왜 무너졌나



지난 6월 17일 중국 기업 로보락이 세계 최초로 5축 접이식 로봇 팔을 탑재한 로봇청소기 ‘Saros Z70’(사로스 Z70)를 소개하고 있다. 뉴스1

지난 6월 17일 중국 기업 로보락이 세계 최초로 5축 접이식 로봇 팔을 탑재한 로봇청소기 ‘Saros Z70’(사로스 Z70)를 소개하고 있다. 뉴스1


아이로봇은 세계 로청 시장의 강자였다. 2018년 글로벌 시장 점유율의 3분의 2를 차지할 정도였다. 그러다 지난해 처음으로 글로벌 점유율 1위를 중국의 로보락(Roborock)에 내주고 2위로 내려앉았다.

아이로봇의 몰락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기술 경쟁에서 뒤처졌다. 로보락·드리미·에코백스 등 중국 로청 업체들은 AI 기반 사물 인식, 자동 물걸레 세척, 자율주행 고도화에 로봇 팔 기능까지 선보이며 제품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반면 아이로봇은 기존 기술에 안주하며 혁신 속도가 둔화해 시장 흐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공급망 전략에도 실패했다. 아이로봇은 베트남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해 미국으로 수입하는데, 트럼프 행정부가 베트남산 수입품에 최대 46%의 고관세를 부과하면서 올해에만 약 2300만 달러(약 340억원)의 추가 비용 부담이 발생했다. 생산 거점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스윙 생산 체제’를 갖추지 못한 것이 결국 치명타로 돌아왔다.



미국의 반독점 규제, 중국만 웃게했다



다만 업계에선 기술·공급망 문제와 별개로 미국 정부의 지나친 빅테크(대형 기술기업) 규제 기조가 아이로봇의 경쟁력을 빠르게 끌어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이로봇은 2022년 8월 아마존과 17억 달러(약 2조5000억원) 규모의 인수합병(M&A) 계약을 체결하며 돌파구를 마련하는 듯했다. 하지만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와 유럽연합(EU)의 반독점 우려에 가로막혔다. 당시 민주당 소속 연방 상원의원이던 엘리자베스 워런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아마존의 아이로봇 인수 건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건전한 경쟁과 소비자 보호를 위해 FTC가 이 거래를 반대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M&A는 지난해 1월 최종 무산됐다. 당시 데이비드 자폴스키 아마존 수석 부사장은 “이런 M&A는 아이로봇 같은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수단”이라며 “로봇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분야에서 같은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기업, 국가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엘리자베스 워런이 중국에 준 아이로봇 선물”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게재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의 쇠퇴에는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지만,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불균형한 경쟁 환경이 고착화한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해당 기업이 속한 국가의 정부도 산업의 특수성을 더 면밀히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중국 기업들만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실제 글로벌 로청 시장의 무게중심은 향후 중국 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크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해 시장 점유율 상위 5개사 중 아이로봇을 제외하면 모두 중국 기업이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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