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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골목마다 흔한 목욕탕, 이젠 보기 힘들어진다고?[나우,어스]

헤럴드경제 서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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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가 끝난 일본, 생활 서비스업 부담 커
에너지·수입 물가 상승에 경영 악화
요금 인상 불가피하지만 소비 위축 우려
효고현에 있는 목욕탕[요미우리]

효고현에 있는 목욕탕[요미우리]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일본 여행에서 흔하게 볼 수 있던 동네 목욕탕 풍경이 이제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연료비와 물가 상승, 후계자 부족이 겹친 가운데, 엔화 약세와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일본 경제 전반의 물가 압박이 커지면서 목욕탕처럼 에너지 사용 비중이 높은 업종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요금을 올리지 않으면 적자를 피하기 어렵고, 올리자니 손님이 줄어드는 딜레마 속에서 존속의 기로에 놓였다.

19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효고현 현내 목욕탕 수는 올해 3월 말 기준 138곳으로, 20년 전의 절반 이하로 줄었다. 이 가운데 실제로 영업 중인 곳은 81곳에 불과하다. 한때 골목마다 연기를 내뿜던 굴뚝이 꺼진 채 남아 있는 곳이 늘고 있다는 의미다.

가장 큰 부담은 연료비다. 고베시 나가타구에서 80년째 목욕탕을 운영 중인 3대째 점주 멘칸 고이치 씨(66)는 “물을 데우는 데 쓰는 중유 가격이 4년 전에는 리터당 65~70엔이었는데, 지금은 105엔까지 올랐다”고 말한다. 물을 끓이는 데 드는 비용이 1.5배 가까이 뛴 셈이다. 수건과 목욕제 같은 소모품 가격도 줄줄이 올랐다.

목욕탕 안의 작은 즐거움도 예외는 아니다. 이곳에서 인기 메뉴로 꼽히는 특제 오뎅은 올해 4월 가격을 100엔에서 20~50엔 인상했다. 멘칸 씨는 “살아남기 위해 여러 가지를 고민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경영 사정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효고현이 영업 중인 목욕탕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평균 월 적자는 지난해 말 기준 약 17만3500엔이었지만 올해 7월 말에는 약 22만4000엔으로 확대됐다. 비용 부담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뜻이다.

후계자 문제도 심각하다. 현 공중욕장업 생활위생동업조합에 따르면 목욕탕 경영자의 평균 연령은 69.6세다. 대부분 가족 경영 형태여서 뒤를 이을 사람이 없는 경우가 많다. 위생 관리와 시설 보수를 꾸준히 해야 하는 업종 특성상, 대규모 수선을 감당하지 못해 폐업을 선택하는 곳도 적지 않다.


다카라즈카시 유일한 목욕탕인 ‘먼지탕’(오나리마치). 이 목욕탕은 2026년 말에 폐지할 방침을 결정했다.[요미우리]

다카라즈카시 유일한 목욕탕인 ‘먼지탕’(오나리마치). 이 목욕탕은 2026년 말에 폐지할 방침을 결정했다.[요미우리]



이 같은 어려움의 배경에는 일본 경제 전반의 물가 상승 압박도 자리하고 있다. 일본은 장기간 이어진 저물가 국면을 벗어나 최근 몇 년 사이 에너지와 식료품을 중심으로 체감 물가가 빠르게 올랐다. 엔화 약세로 수입 물가가 상승한 데다, 전력·연료 가격 인상이 서비스업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목욕탕처럼 에너지 사용 비중이 높은 업종은 충격이 더 크다. 물을 데우는 데 필요한 중유와 전기 요금이 동시에 오르면서 비용 구조가 급격히 악화됐다. 반면 일본 가계의 실질 임금 회복은 더디게 진행되면서, 가격 인상에 대한 소비자 저항도 여전하다. 요금을 올리지 않으면 적자를 피하기 어렵고, 올리자니 손님이 줄어들 수 있는 딜레마에 놓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효고현은 약 3년 만에 입욕료 상한을 인상하기로 했다. 내년 1월부터 성인 요금 상한은 490엔에서 570엔으로 오른다. 중인은 200엔, 어린이는 100엔이다. 오사카부(성인 600엔)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성인 기준 80엔 인상은 이례적이다. 이용객 감소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현장에서는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버틸 수 없다”는 반응이 더 많다.

업계는 손님을 붙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효고현 목욕탕 조합은 올겨울 상품이 걸린 스탬프 랠리를 열고, 점주들을 대상으로 SNS 활용법을 배우는 자리도 마련했다. 동네 목욕탕을 ‘추억 속 공간’이 아니라 ‘지금도 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시도다.

조합 측은 “지원이 없다면 문을 닫는 목욕탕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지자체 차원의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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