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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엄마한테 SOS 쳤어요, 그런데”…할머니 지극정성이 아이에 독될 줄이야

매일경제 이새봄 기자(lee.saebom@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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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황혼육아’ 10년치 데이터 분석
엄마 여가·보육 만족도 10% 내외 상승
초등학생 아들 건강 지표는 8% 떨어져


“배고프다고? 많이 묵어라.” SNS에 인기 밈으로 돌았던 ‘할머니의 사랑’ 음식편처럼, 할머니가 주 양육자인 경우 아이가 살이 찌고 건강지표가 떨어진다는 점이 연구로 증명됐다. [픽사베이]

“배고프다고? 많이 묵어라.” SNS에 인기 밈으로 돌았던 ‘할머니의 사랑’ 음식편처럼, 할머니가 주 양육자인 경우 아이가 살이 찌고 건강지표가 떨어진다는 점이 연구로 증명됐다. [픽사베이]


“어린이집 하원 도우미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에요. 결국 지방에 계신 친정어머니께 SOS를 쳤어요.”

서울 마포구에 사는 워킹맘 A씨(38)의 이야기다. 맞벌이 부부에게 조부모의 육아 지원, 이른바 ‘황혼 육아’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지 오래다. 든든한 혈육이 아이를 봐준다는 사실만으로 부모는 죄책감을 덜고 직장 생활에 전념할 수 있다.

하지만 할머니·할아버지의 헌신적인 돌봄이 정작 아이들의 건강에는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역설적인 연구 결과가 나왔다.이번 연구 결과는 저출산과 맞벌이 증가로 조부모 육아 의존도가 높은 한국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독일 연방인구연구소(BiB)의 C. 카타리나 슈피스 소장과 본 대학교 및 독일경제연구소(DIW) 소속 마라 바르슈케트 박사 공동 연구팀은 17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보건 경제학(Health Economics)’에 발표한 논문 ‘세대 간의 선물: 조부모의 돌봄이 다음 세대의 건강과 웰빙에 미치는 영향’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 이번 연구는 2009년부터 2020년까지 11세 미만 자녀를 둔 독일 가정의 대규모 패널 데이터를 정밀 분석한 결과다.

연구팀은 먼저 조부모의 육아 지원이 아이 부모에게 미치는 영향을 살폈다. 결과는 긍정적이었다. 조부모에게 아이를 정기적으로 맡긴 가정의 어머니들은 여가 시간에 대한 만족도가 평균 대비 11%나 껑충 뛰었다. 퇴근 후나 주말에 육아에서 잠시 해방되어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된 덕분이다.

보육 상황 전반에 대한 만족도 역시 어머니는 9%, 아버지는 무려 19%나 상승했다. 특히 이러한 효과는 대졸 이상 고학력 부모에게서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고학력 부모일수록 업무 시간이 길거나 직무 스트레스가 높아 조부모의 지원이 절실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연구팀은 “조부모의 돌봄이 여성의 경력 단절을 막고 일과 가정의 양립을 돕는 강력한 지원군임을 통계적으로 입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아이들이었다. 부모의 만족도가 올라간 것과 반대로 자녀들의 건강 지표는 뒷걸음질 쳤다. 부모가 평가한 자녀의 전반적인 건강 점수는 조부모의 돌봄을 받을 경우 평균보다 약 8%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목할 점은 아이의 나이와 성별에 따른 차이다. 영유아기(0~2세)보다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학령기 아동(5.6세~10세)에게서, 여자아이보다는 남자아이에게서 건강 저하 현상이 더 두드러졌다.

연구팀은 이를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분석 대상을 세분화했다. 그 결과 남자아이들의 경우 건강 지표 하락 폭이 통계적으로 매우 유의미하게 나타난 반면 여자아이들은 상대적으로 영향이 적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지극한 사랑이 아이들의 건강에 독이 된 이유에 대해 연구팀은 ‘신체 활동 부족’과 ‘생활 습관의 차이’를 주된 원인으로 지목했다. 방과 후 학교나 돌봄 교실은 스포츠 등 체계적인 신체 활동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반면, 조부모가 아이를 돌볼 경우 상대적으로 정적인 활동에 치중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중국 등 선행 연구에서도 조부모는 부모보다 아이들의 TV 시청 시간 제한에 관대하고, 이로 인해 스포츠나 야외 활동 시간이 줄어드는 경향이 확인된 바 있다”며 “활동량이 왕성한 초등학생 남자아이들이 방과 후 학교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대신 조부모 집에서 TV를 보며 시간을 보내면서 건강 지표가 나빠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한 ‘양육 환경의 불안정성’도 원인으로 꼽혔다. 아이가 아침에는 학교, 오후에는 조부모 집, 저녁에는 부모님 댁으로 이동하며 하루에 여러 양육자를 거치는 과정 자체가 스트레스를 유발해 심리적·신체적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체력 달리는 어르신들, 실내활동 선호
제도·사회적으로 보완대책 마련해야
상대적으로 체력이 달리는 조부모들은 아이들과 몸으로 놀아주기가 쉽지 않다. 사진은 할머니의 사랑, 손주에게 음식해주고 기뻐하는 모습을 키워드로 생성AI가 만든 이미지. [챗GPT]

상대적으로 체력이 달리는 조부모들은 아이들과 몸으로 놀아주기가 쉽지 않다. 사진은 할머니의 사랑, 손주에게 음식해주고 기뻐하는 모습을 키워드로 생성AI가 만든 이미지. [챗GPT]


논문은 황혼 육아가 현대 사회의 필수적인 육아 대안임을 인정하면서도, 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사회적·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연구팀은 논문 말미에 “조부모 돌봄은 엄마들의 숨통을 트여주는 ‘세대 간의 선물’임이 분명하다”면서도 “영국처럼 손주를 돌보는 조부모에게 국가 보험 크레딧(연금 혜택)을 제공하거나 스웨덴과 같이 조부모 휴가 및 수당을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서는 여러 양육 환경을 오가는 불안정성을 줄일 수 있도록 어린이집 운영 시간을 연장하거나 부모의 근로 시간을 단축하는 등 구조적인 접근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이를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분석 대상을 세분화했다. 그 결과 남자아이들의 경우 건강 지표 하락 폭이 통계적으로 매우 유의미하게 나타난 반면 여자아이들은 상대적으로 영향이 적었다.

할머니, 할아버지의 지극한 사랑이 아이들의 건강에 독이 된 이유에 대해 연구팀은 ‘신체 활동 부족’과 ‘느슨한 생활 습관’을 주된 원인으로 지목했다. 조부모가 아이를 돌볼 경우는 실내 활동 위주로 시간을 보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중국 등 선행 연구에서도 조부모는 부모보다 아이들의 TV 시청 시간 제한에 관대하고, 고칼로리 간식을 더 많이 주는 경향이 확인된 바 있다”며 “활동량이 왕성한 초등학생 남자아이들이 방과 후 학교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대신 조부모 집에서 TV를 보며 시간을 보내면서 건강 지표가 나빠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한 ‘양육 환경의 불안정성’도 원인으로 꼽혔다. 아이가 아침에는 학교, 오후에는 조부모 집, 저녁에는 부모님 댁으로 이동하며 하루에 여러 양육자를 거치는 과정 자체가 스트레스를 유발해 심리적, 신체적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논문은 황혼 육아가 현대 사회의 필수적인 육아 대안임을 인정하면서도 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연구팀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조부모들이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야외 활동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거나 지자체 차원에서 조부모 육아 교실 등을 통해 올바른 식습관과 운동 지도를 돕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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