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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정승우 기자] 휘슬이 울리자 사비 알론소(44)는 벤치에 잠시 앉아 안도의 표정을 숨기지 못했고, 그때 나온 혼잣말이 바로 "Ay, la hostia(젠장)"이었다.
'디 애슬레틱'은 19일(한국시간) 사비 알론소 레알 마드리드 감독의 거취를 두고 구단 내부에서 오가는 이야기를 전했다. 결론은 단순하다. 레알은 '가능한 한 오래' 알론소를 데리고 가고 싶어한다. 다만 그 전제는 오직 하나, 결과다. 그리고 지금 레알의 '결과'는 알론소에게 숨 쉴 틈을 주지 못하고 있다.
알론소가 받는 압박은 리그 흐름에서 숫자로 드러난다. 한 달여 전만 해도 레알은 바르셀로나에 승점 5점 앞서 있었지만, 현재는 승점 4점 뒤로 밀렸다. 비야레알이 2경기를 덜 치른 상황이라 결과에 따라 3위로 내려앉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도 7위에 머물렀고, 리버풀 원정 패배와 맨체스터 시티와의 홈 패배가 겹치며 '큰 경기'에서의 흔들림이 더 크게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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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력 문제도 동시에 쌓였다. 디 애슬레틱은 레알 내부에서 "10월 26일 엘 클라시코 2-1 승리 이후 거의 모든 경기에서 퀄리티와 컨트롤이 부족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전했다.
결과뿐만 아니라 선수들과의 관계 역시 말이 나온다. 알론소의 축구 아이디어가 선수들에게 온전히 흡수되지 못했고, 그 과정에서 전술적 요구가 긴장 요소로 작용했다는 시선이다. 실제로 보도에 따르면 알론소는 11월 말 올림피아코스 원정 이후 선수들이 부담을 느끼던 전술 분석량을 줄이는 등 '양보'를 택했다. 알라베스전에서는 그동안 함께 쓰지 않았던 킬리안 음바페-비니시우스 주니오르-주드 벨링엄-호드리구 4명이 동시에 선발로 나서기도 했다.
그럼에도 레알의 승리는 점점 '쿠르투아의 선방'과 '음바페의 골'로 설명되는 경우가 늘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즌 초반 13경기 중 12승을 거두며 순항했던 알론소는 맨시티전 이후 8경기에서 2승에 그쳤고, 그 구간이 결정적으로 목을 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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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레알은 언제 결단을 내릴까.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레알 내부에는 "결과가 우선"이라는 오래된 문장이 여전히 작동한다. 21일 세비야전에서 또 한 번 미끄러질 경우, 알론소와 코치진이 경질될 수 있다는 전망이 기사에 실렸다. 알라베스를 이기며 시간을 벌었지만, 레알이 허용하는 '실수'의 폭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는 의미다.
설령 세비야전과 겨울 휴식기 이후 1월 5일 베티스전까지 버텨도, 1월 9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는 수페르코파 데 에스파냐가 더 큰 시험대가 된다. 준결승 상대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결승엔 바르셀로나가 기다릴 가능성이 높다. 레알 수뇌부 입장에선 여기서의 패배가 단순 1패 이상의 상처가 될 수 있다.
대체자 시나리오도 이미 테이블 위에 올라왔다. 가장 자주, 가장 강하게 언급되는 이름은 카스티야(레알 B팀)를 이끄는 알바로 아르벨로아다. 카스티야는 스페인 3부격 리그에서 4위를 달리고 있다. 지네딘 지단의 이름도 '꿈의 시나리오'에 가깝게 거론되지만, 확실한 움직임으로 단정하긴 어렵다는 뉘앙스다. 산티아고 솔라리도 호의적인 옵션으로 보는 시선이 존재한다고 전해졌다.
위르겐 클롭과 관련된 루머도 있으나, 보도에 따르면 클롭 측은 레드불 그룹 글로벌 축구 총괄 역할에 만족하고 집중하고 있다고 디 애슬레틱에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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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베우의 공기는 의외로 '폭발'보다 '무감각'에 가깝다고 한다. 맨시티전에서는 알론소만이 아니라 일부 선수들을 향한 야유가 더 크게 들렸고, 감독 교체가 유일한 해법이라는 분위기보다는 "레알이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조급함이 깔려 있다는 설명이다. 안첼로티 마지막 시즌의 실망감이 알론소 체제까지 이어지며, 분노가 아니라 피로감처럼 번지고 있다는 것이다.
레알은 알론소를 지키고 싶어한다. 다만 레알이 지키는 건 감독이 아니라 '승리'다. 탈라베라전 종료 휘슬 뒤 알론소의 한숨이 크게 들린 이유다. 이제 남은 질문은 하나다. 다음 경기에서도 레알이 버틸 수 있느냐, 그리고 그 '버팀'이 결국 알론소의 시간을 얼마나 더 늘려주느냐다. /reccos23@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