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챗GPT) |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 암호자산 시장에서 시가총액 1위와 2위는 단연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다. 비트코인을 제외한 암호자산을 통상 ‘알트코인’이라 부르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존재는 이더리움이다. 시가총액 2위라는 상징성도 크지만, 무엇보다 다양한 플랫폼 기능을 갖춘 블록체인으로서 높은 확장 가능성을 지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이더리움’이라는 명칭은 플랫폼을 가리킨다. 이 플랫폼 위에서 사용되는 네이티브 암호자산은 이더(ETH)다. 일상에서는 혼용되지만, 엄밀히 말하면 플랫폼(이더리움)과 암호자산(이더)을 구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본 글에서도 이 구분을 명확히 하고자 한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가장 본질적인 차이는 비트코인은 ‘튜링 불완전(Turing-incomplete)’하고, 이더리움은 ‘튜링 완전(Turing-complete)’하다는 것이다. 이더리움의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Vitalik Buterin)은 2011년 비트코인을 접한 뒤 블록체인의 가능성을 탐구했다.
부테린은 이 과정에서 비트코인이 가치 전송 수단으로서는 매우 안전하지만,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이나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dApp) 같은 복잡한 로직을 구현하기에는 구조적 한계가 있음을 직시했다. 부테린은 블록체인이 단순한 가치 저장 수단을 넘어 전 세계 누구나 신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축하는 범용 플랫폼이 돼야 한다고 믿었다. 비트코인을 ‘세계적 통화’로 확장하는 것을 넘어 블록체인을 하나의 거대한 ‘세계적 컴퓨터(World Computer)’로 만들고자 한 것이다. 이 문제의식이 바로 이더리움의 출발점이었다.
여기서 ‘튜링’이라는 용어는 현대 컴퓨터 과학의 아버지 앨런 튜링(Alan Turing)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튜링 완전성’이란 이론적으로 모든 계산을 수행할 수 있는 체계를 뜻한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과 컴퓨터는 모두 튜링 완전한 시스템이다.
반면 튜링 불완전한 시스템은 계산 능력을 의도적으로 제한한다. 정해진 기능만 수행하는 계산기나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이러한 차이는 기술력의 우열이 아닌 ‘가치 우선순위’의 문제다. 블록체인은 단순한 기술적 도구에 그치지 않고 거대한 자본 생태계를 지탱하는 신뢰 인프라이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은 ‘비트코인 스크립트(Bitcoin Script)’라는 튜링 불완전 언어를 사용한다. 이는 기술적 부족이 아니라 의도된 설계다. 비트코인은 반복문(Loop)을 배제해 모든 거래 검증이 반드시 유한한 시간 안에 끝나도록 설계됐다.
그러므로 네트워크 참여자 누구나 거래를 신속하고 일관되게 검증할 수 있다. 예상치 못한 코드 실행으로 시스템이 마비될 위험을 원천 차단한다. 결과적으로 비트코인 자체에서 복잡한 금융 로직을 직접 구현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그 대가로 비트코인은 지난 15년 넘게 핵심 합의 구조가 단 한 번도 무너지지 않는 압도적인 안정성을 확보했다. 비트코인에 있어 튜링 불완전성은 결함이 아니라 시스템의 불변성을 유지하기 위해 복잡성을 포기한 전략적 선택의 산물이다.
반면 이더리움 가상머신(EVM)은 튜링 완전하며 반복문, 조건문이 모두 가능하다. 이더리움은 블록체인이 단순 송금 시스템에 머물지 않고 계약, 금융, 조직 운영까지 코드로 구현하는 범용 플랫폼을 지향했다. 물론 그만큼의 위험도 따른다. 튜링 완전한 시스템은 프로그램이 언제 끝날지, 혹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지를 사전에 완벽히 판별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는 악의적인 무한 루프 코드가 실행될 경우 시스템 전체가 마비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더리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실행되는 모든 작업에 수수료를 부과하는 ‘가스(Gas)’라는 수수료 개념을 도입했다. 기술적 자유에 따르는 위험을 합리적 장치로 제어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결국 비트코인이 튜링 불완전하다는 사실은 화폐의 본질을 지키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 할 수 있다.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은 그만큼 모든 위험에 노출된다. 비트코인은 범용성을 양보하는 대신 불변성과 예측 가능성을 확보했다. 반면 이더리움은 튜링 완전성을 통해 블록체인을 거대한 연산 장치로 진화시켰고, 디지털 경제의 지평을 넓혔다.
이제 블록체인 생태계는 어느 한 쪽의 우월함을 증명하는 단계를 넘어섰다. 단순한 신뢰가 필요한 영역은 비트코인이, 다양한 가능성을 필요로 하는 영역은 이더리움이 담당하며 서로 보완한다. 비트코인의 튜링 불완전성은 역설적으로 블록체인이 도달할 수 있는 순수한 형태의 신뢰를 상징한다. 그 단순함의 철학이야말로 복잡한 디지털 시대에 비트코인의 가치를 돋보이게 하는 근원적 힘이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 △1960년 부산 출생 △서강대 경영학 학사 △서울대 대학원 경영학(회계학) 석사 △고려대 대학원 법학(조세법) 박사 및 경영학(회계학) 박사 △성균관대 국정전문대학원 행정학 박사과정 수료 △가톨릭대 상담심리대학원 심리학 석사 △서강대 정보통신대학원 블록체인전공 석사 △공인회계사·세무사·증권분석사 △한국조세정책학회 회장 △한국납세자연합회 명예회장 △조세심판원 비상임심판관 △기획재정부 세제발전심의위원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 비상임이사 △한국자산관리공사 기업회생지원위원회 위원장 △전 국세청 국세정보공개심의위원회 위원장 △전 국세청 국세행정개혁위원회 본위원 △전 국세청 국세심사위원 △전 한국도로공사 비상임이사 △전 국회미래연구원 이사 △블록체인 유튜브 ‘오문성의 Pick Show’ 운영 중. (사진=이영훈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