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5%로 기준금리 올린 日
재정폭주·저금리 세상 탈출
‘일본화’ 가장 빠른 韓 경제
어느덧 정책 처방도 아베화
재정폭주·저금리 세상 탈출
‘일본화’ 가장 빠른 韓 경제
어느덧 정책 처방도 아베화
일본 아베노믹스 이미지 <챗GPT 생성> |
체력이 약해지면 면역력이 떨어지고, 외부 충격에 버틸 힘도 약해진다.
진통제와 항생제를 반복 투여하면 내성이 생겨 약효마저 듣지 않는다.
아베노믹스 시대(2012~2020년).
일본은행(BOJ)이 디플레이션 탈출을 위해 꺼내든 ‘양적·질적’ 완화, 이른바 ‘이차원(different dimension)’ 완화는 일본 경제에 그런 잘못된 내성을 남겼다.
막대한 유동성이라는 장작을 시장에 끊임없이 공급했지만, 경기의 불씨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았다.
BOJ는 이차원 완화를 통해 2년 내 2% 물가상승률을 달성하겠다고 공언했지만, 결과적으로 이 비전통적 통화 정책은 작년까지 10년 넘게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엔저의 전환과 일본 주가지수 상승이라는 효과는 있었지만, 물가상승률 2%라는 핵심 목표는 끝내 달성하지 못했다.(죽어도 살아나지 않을 것 같던 일본 물가를 움직인 건 2020년 이후 들이닥친 팬데믹과 전쟁이었다.)
BOJ 역시 이 정책의 한계를 인정했다. 내부 검토를 통해 국채 시장 기능 저하, 금융기관 수익성 악화 등 시장 부작용이 있었다고 고해성사했다.
일본 경제가 아베노믹스와 결별을 선언한 공식 시점은 지난해 2월이었다. BOJ는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17년 만에 ‘금리가 있는 세상’으로 나왔다.
동시에 이차원 완화의 축이었던 수익률 곡선 제어(국채 금리 변동 구간을 통제하는 방식·YCC)을 폐지하고 상장지수펀드(ETF) 매입 중단을 결정했다.
그리고 한 해를 더 지나 올해 12월, 마침내 기준금리 ‘0.75%’ 고지에 도달했다. 무려 30년이 걸린 이 정책금리는 일본 경제에 작은 언덕이 아닌, 히말라야의 산봉우리다.
금리인상 결정 뒤 우려했던 엔 캐리 트레이드의 급작스러운 청산 움직임 등 금융시장의 뒤틀림은 없었다.
이제 한국 경제가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할 대목은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과 BOJ가 어떤 재정·통화 정책 조합을 선보일지다.
2026년 사나에노믹스는 어떤 형태로 진화할까.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
이 노학자는 최근 매일경제 도쿄특파원과 인터뷰에서 다카이치 총리의 금융 완화 및 재정 확대 기조에 경고음을 냈다. 일본 경제는 이제 금리 인상과 재정 긴축을 지향하는 국면이라는 것이다.
아베노믹스 시절 일본 경제의 서사가 ‘엔고·디플레이션’이었다면, 지금은 정반대인 ‘엔저·인플레이션’이다. 환경이 바뀌었는데 처방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자살골이다. 경제 처방 역시 아베노믹스의 정반대로 가라는 지적이다.
하마다 교수는 일본은행이 금리 인상을 시작한 만큼 앞으로 최소 2~3차례에 걸친 점진적 인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1.5% 수준, 혹은 그 이상까지 올려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그는 ‘아베 시즌2’로 불리는 다카이치 총리의 재정 확대 성향에 대해서도 재고를 주문했다. 투자자들에게 인기 없는 ‘긴축’ 카드를 정치인이 제시하기 어려운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하마다 교수는 다카이치 총리가 점진적 긴축으로 접근할 것을 당부했다.
우리는 다카이치 총리를 ‘여자 아베’로 단순하게 보지만 이 평면적 프레임도 내년 일본 경제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무엇보다 한국은 아베노믹스 시대를 끝낸 일본 경제가 치렀던 잘못된 내성을 만들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이재명 정부와 한국은행은 이미 저성장·저금리 환경 속에서 재정과 통화 정책의 선택지가 크게 좁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거침없는 돈풀기로 재정 부양을 도모하고 금리를 낮췄다가는 일본식 디플레이션보다 위험한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고통)의 장기 늪에서 허우적거릴 수 있다.
새해 이재명노믹스는 어떤 모습일까. <사진=대통령실사진기자단/김호영 기자> |
그간 외신들은 글로벌 선진국에서 한국을 가장 빠른 ‘일본화’ 국가로 지목해왔다. 섬뜩하게도 무한 돈풀기와 금리 인하, 구조개혁이라는 세 개의 화살을 가진 아베노믹스 처방을 닮아가는 게 지금 우리 경제의 모습이다.
이런 와중에 정부와 여당에서는 150조원 국민성장펀드, 싱가포르 국부펀드를 모델을 추종하는 K국부펀드 창설 등 각종 관제 펀드 아이디어가 판친다. 더 가파른 주가지수 도약을 갈구하는 여론의 관심 속 나라 곳간을 걱정하는 언론 보도는 신호가 되지 못한다.
30년만에 0.75%를 찍은 일본의 새 기준금리는 생산적 금융으로 포장된 한국 정부와 여당의 금융억압과 고삐 풀린 확장 재정 전략에 각성을 부르는 숫자여야 할 것이다.
아베노믹스라는 극단적 재정·통화 정책의 바통을 넘겨받는 대기열 첫째 나라가 우리여선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