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세이건. |
1980년 미국 방송 PBS에서 방영한 13부작 다큐멘터리 ‘코스모스’와 같은 이름으로 출간한 책 덕분이었다. 잘생긴 외모도 한몫했다. 세이건은 TV 출연과 저술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과학자로 떠올랐다. 저서 ‘코스모스’는 70주 연속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순위에 들었다. 세계에서 600만 부 이상 팔렸다. 지금까지도 읽히는 스테디셀러다.
칼 세이건 저서 '코스모스' 신문 광고. 1983년 3월 8일자 7면. |
세이건은 ‘코스모스’에서 137억 년이란 우주의 나이를 1년이라고 할 때 주요 사건이 발생한 시기를 이렇게 말한다.
“우주가 탄생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1월 24일 첫 번째 별과 은하가 등장한다. 태양계는 가을이 시작되는 9월 9일에, 지구는 9월 14일에야 그 모습을 드러낸다. 지구에 첫 생명체가 탄생한 것은 9월 30일 무렵이다. 수퍼스타 부처님과 예수님은 12월 31일 밤 11시 59분 55초와 56초에 차례로 태어난 우주 쌍둥이라고 할 수 있겠다. 현대 천문학은 31일 자정을 불과 0.2초 남긴 때에야 시작되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유구한 우주의 시간 속 정말 찰나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세이건은 외계 생명체를 확신했다. 1974년 동료 천문학자 프랭크 드레이크와 함께 야심 찬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직경 300m가 넘는 최첨단 전파 망원경 준공을 기념해 우주로 강력한 신호를 보내는 일이었다. 1974년 11월 16일 푸에르토리코 아레시보에서 2380메가헤르츠(㎒)의 주파수로 3분간 쏘아 올린 메시지를 외계인이 해석한다면 이런 내용이다.
2014년 4월 21일자 A26면. |
“우리는 태양계의 세 번째 행성에 살고 있습니다. 1에서 10까지의 수를 사용합니다. 우리 몸은 이중 나선 형태의 디옥시리보핵산(DNA)으로 구성돼 있으며 주성분은 수소·탄소·질소·산소·인입니다. 현재 40억명 정도가 있으며 평균 키는 175㎝입니다.”(2024년 11월 26일 자 A33면)
세이건은 우주로 나간 보이저 1호가 방향을 돌려 지구 사진을 찍어 전송할 것을 제안했다. 보이저 1호는 미 항공우주국(NASA)이 1977년 9월 5일 발사한 우주 탐사선이다. 최초 임무였던 목성·토성 탐사를 마치고 태양계 밖으로 나가 임무를 계속했다. 1990년 지구에서 61억㎞ 떨어진 명왕성 인근에서 카메라로 지구의 모습을 담았다. 사진 속 지구는 티끌처럼 작은 점이었다. 세이건은 이를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이라고 표현했다. 1994년 같은 이름으로 책을 썼다. 세이건은 이 사진을 두고 “저 점을 보라. 그것이 여기다. 그것이 집이다. 그것이 우리다”라고 했다.
2019년 7월 9일자 A30면. |
2023년 4월 NASA가 고더드 우주비행센터장으로 임명한 매킨지 리스트럽은 취임식에서 세이건의 책 ‘창백한 푸른 점’에 손을 얹고 선서를 했다. 리스트럽은 “칼 세이건은 누구나 쉽게 과학을 접할 수 있고 의미 있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창백한 푸른 점’은 우주 탐험과 우리 별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는 의미”라며 “우리 일과의 연관성을 생각해 취임식에 책을 포함시켰다”(2023년 4월 13일 자 A23면)고 했다.
칼 세이건은 1978년 저서 ‘에덴의 용’으로 퓰리처상, 1981년 다큐멘터리 ‘코스모스’로 에미상, 책 ‘코스모스’로 휴고상을 받았다. 1997년 영화로 제작된 소설 ‘콘택트’ 원작도 썼다. 1996년 12월 20일 골수성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이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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